책들의 우주/이론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하련 2004. 8.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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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영호(옮김), <노동의 종말>, 민음사, 1996(1판), 2001(23쇄)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업이 어떤 이유로 생겼고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2004년 7월 현재 전체 실업률은 3.5%였다. 그리고 청년(15세-29세) 실업률은 7.6%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를 참고한다면 한국의 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구축되어가고 생산성 향상과 노동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 아래 이제 노동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책이 나왔을 1996년에 읽었다면 설득력이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2004년에 읽은 이 책은 한국의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리프킨은 다양한 기술 혁신은 노동력이 불필요하게끔 만들고 결국 노동의 종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2명이 할 수 있는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끔 만드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술 솔루션이 적용된다. 그러니 KMS와 같은 솔루션은 결국 기업들로 하여금 직원의 해고를 강요하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암울한 전망은 우리에게 이를 막을 힘이 없다는 데에 있다.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운동은 이제 그 영향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그들의 환경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더구나 자신들의 노동 시간을 쪼개어 실업 상태의 다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형태의 획기적인 제안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고 다양한 해법들 - 실패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은 현재 한국의 상황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현재의 실업률, 빈부격차의 확대, 폭력 사건의 증가, 자살률 등 미국과 유럽이 겪었던 일이 이제 한국의 일이 된 것이다.

리프킨은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로 제 3 부문, 즉 NGO 운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의 지원 및 확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해결 방안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고 해결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게끔 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프킨의 제안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어쩌면 해결 방안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리프킨의 궁여지책은 아닐까. 2004년 8월, 내가 읽은 이 책은 지극히 냉정한 디스토피아론으로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