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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어느 블로그에 들어가 주말에 전시를 보았다는 글을 보고, 전시를 보러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왜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적을까, 짧게 생각하고 적었다. 아직도 작가들을 만나면 작품 가격 높이지 말고 일년 생활비, 작품 제작 기간을 고려해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 팔면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소장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하지만, 그게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또한 잘 알기에, 말하곤 후회한다. 어찌되었건 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고 떠나온 미술계에 대해선 아직도 관심이 가고 수시로 전시를 보러가고 작가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탓에,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것이나 구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대중화시키는 건 참 멀리 있는 일이라는 게, 힘 빠지게 한다.  



미술작품을 사기 위해선 여러 제반 조건이 따라야 한다. 돈은 그 다음 문제다. 


우선 작품을 걸거나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회화를 구입할 경우에는 그 작품을 걸 수 있는 빈 벽이 있어야 하고, 설치나 조각일 경우에는 그 작품을 놓아둘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공간이 확보된 다음에는, 그 공간에 어울리는 최적의 작품을 구해야 한다. 집이 화이트큐브가 아닌 이상, 마음에 든다는 건 그 작품을 걸 수 있는 환경(분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집에 걸 수 있는 작품은 전적으로 다른 일이다. 혼자 산다면 좋겠으나, 가족과 함께 산다면, 집안에 작품을 둔다는 건 같이 사는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다. 몇 해전에 만났던 어느 컬렉터는 아예 빈 방 하나에다 작품들을 놓아두고 있었다. 아이도 없었고 그만큼 경제적 능력도 되는 덕분에 다수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전문 컬렉터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있다면 교육적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표현방식이나 소재/주제가 과격하거나 일반인이 소화시키기 어려운 작품(대부분이 현대미술이겠지만)은 집 안에 놓아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팔 수 있는 작품은 지극히 제한적이 된다.


일본 미술 시장이 작은 작품 위주로 형성된 것은 작은 것을 좋아하기도 하거나와 무엇보다 실내공간이 작은 탓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선 꽤 큰 작품들이 잘 팔리는데, 컬렉터 대부분이 다들 집이 크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사거나 판매한다는 건 의외로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탓에, 최초의 구입자가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막상 몇 백만원 수준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작품 구입까지는 엄청난 고민을 하고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는 애호가들의 극소수만이 미술작품 구입자가 될 수 있다. 


한때 내 꿈은 내 주위의 젊은 동료들이 1년 할부로 몇 백만원 수준의 작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려고 보니, 먼저 갤러리나 미술관에 그들을 오게 만들어야 했고, 그들 스스로 작품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건 불가능. 그 다음은 취미 미술하는 이들로 하여금 컬렉터가 되게 하는 길이었지만, 한국은 도리어 취미로 미술에 발을 들인 이들이 몇 년의 수련을 통해 전업작가가 되고 그들도 작품 판매 대열에 합류하는 기현상이! 이들 중에는 뒤늦게 자신의 소질을 깨닫아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말 취미로 하면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나 현대 미술에 대해선 관심과 식견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감투 놀이만 할 뿐이었다.  


결국 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한 채 쫓기듯 미술판을 나왔지만, 아직도 미련을 가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젠 그저 수줍은 애호가로 남기로 했지만, 아직도 이런 포스팅을 올리는 걸 보면,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가지고 있는 몇몇 작품을 보이지 않는 구석에 쌓아둘었다. 너무 현대적이라 같이 사는 이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벽에 걸지 못했다. 어떻게든 이사를 가야 하는데 말이다. 



***


미술작품 구입에 대한 포스팅을 여러 개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글을 아래 글 밖에 없구나. 시리즈로 한 번 올려볼까. 


2011/08/13 - [예술의 우주/예술마케팅] - 미술 투자보다 먼저 미술 감상의 태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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