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중앙의 정책, 지방의 대책

지하련 2020. 5. 12. 16:46


1.

그래서 물어봤다. 중국에선 그런 권위주의에 저항하느냐고. 그는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을 아느냐고 되물었다. 정부엔 정책이 있지만, 민간은 빠져나갈 대책을 세운다는 말이란다. 우한 봉쇄 전에 시민 절반이 타지로 빠져나간 것처럼 저항보다 살 궁리를 먼저 하는 게 '중국인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코로나19는 우한을 넘어 중국 전역과 전 세계에 널리 전파되었다. 

- <권위주의와 쇼맨십 정권의 허무한 실력>, 양선희 - 선데이칼럼, 중앙선데이, 2020년 2월29일 


2.

중앙일보와 중앙선데이를 받아보다가 몇 달 전 끊었다. 지난 촛불 정국 때부터 받아보기 시작했다가 최근 끊은 것이다. JTBC의 활약이라든가 읽을거리가 풍부한 중앙선데이로 인해 중앙일보까지 받아본 것이다. 아파트까지 찾아온 신문영업 아저씨의 영업술 - 1년 무료 구독 등에 넘어간 것이긴 하지만.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뒤 한참을 합리적인 어조의 기사들이 계속 실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소 비논리적인 칼럼들이 늘어나다가 반-정부 논조가 상당히 심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 코로나 정국 때에는 읽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까. 이는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언론사 데스크가 한국 정부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니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은 신문이 쌓이기 시작해 결국 끊은 것이다. 실은 인터넷이라든가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등 이제 속보 경쟁이나 단편적인 팩트 전달의 기사로는 절대 신문이 이길 수 없다. 그런데 팩트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종이신문을, 아니 그냥 주류 언론을 믿을 수 없는 시기가 온 듯 싶다. 


3. 

하지만 좋은 칼럼은 다르다. 양선희의 선데이칼럼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종이신문에서 가끔 읽게 되는 좋은 칼럼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어떤 진실이나 통찰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종이 저널들은 좋은 필자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지금 시기엔 모두가 필자가 되는 시대다 보니. 그래서 좋은 기자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좋은 기자? 예전엔 몇 명의 기자들 때문에 신문 읽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글쎄다.  


4. 

양선희 기자는 중앙일보에서 나름 필력이 있는 이라고 할까. 여튼 중앙일보나 중앙선데이를 받아보면서 챙겨 읽게 되는 이들 중 한 명이다(며칠 전 'JTBC의 지향점은 합리적 진보'라고 이야기한 권석천 JTBC 보도총괄도 그런 기자였다). 위 칼럼은 인용한 것은 '상유정책 하유대책'을 오랜만에 들어서였다. 나는 저 이야기를 십수년 전에 들었는데, 한참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였다. 술자리 담화이긴 했으나, 현대 중국은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시기이면서 한족이 주류인 시기인 탓에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때 중앙 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지방정부('성')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는 말이 나왔다. 마오쩌둥이 대단한 이유가 언제나 중국은 해마다 기근이 덮치고 굶어죽는 사람들로 넘쳐났는데, 마오쩌둥은 이것을 역사 상 최초로 해결한 지도자라는 등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알뜰신잡'을 보면서 특이하지 않았던 이유가 한 때 늘 술자리가 '알뜰신잡' 분위기였던 터라, 그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가 의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술자리가 그립구나. 


5. 

오랜만에 두서없이 잡담을 올린다. 다들 코로나를 잘 이겨내기를. 그리고 이태원 클럽에 간 젊은이들을 너무 비난하지 말기를. 젊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젊음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 젊음의 실수 또는 잘못을 너그러이 받아줄 때,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에. 





* 중국에 대해서 올린 이전 글들. 

2003/12/14 - [책들의 우주/이론] -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2010/03/26 - [책들의 우주/이론] - 중앙집권의 비밀 -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