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이 작가는 현대적 방식으로 원근법을 재해석하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엔 원근법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교묘하게 원근법을 비틀어, 반-원근법적인 서사를 구성한다. 일종의 해체. 그러나 이건 분석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화법일 뿐(그래서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대 비평의 측면에서도 성공한 작가이다).
호크니의 실제 작품은 이 비평적 언어를 뛰어 넘어 아득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것은 그의 작품들이 이 세계의 불완전함 위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파스칼적 구도랄까. 우리는 세계와 싸우며, 해석하고, 저 외부 세계 속에 자리 잡으려고 하나, 세계는 우리가 자리 잡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지한 시공간과 대비된 우리 인간의 변화, 혹은 운동.
위대한 예술이 언제나 감동적인 것은 이 비극성에 있다. 저 온화한 그림 속에도 그리스 비극 때부터 내려온 운명과의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가 정해놓은 저 운명과의 싸움, 우리들을 둘러싼 저 시공간과의 싸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속에서의 극적 갈등과 감동은 바로 저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