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하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선호하며 그것이 진짜 새로운 트랜드라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마케팅 부문 종사자를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같은 것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라고 믿는 그것은 진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 새 옷을 입혔을 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케팅은 본질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해 고리타분해 보이는 어떤 것을 새롭고 윤택이 나는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늘 트랜드에 민감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늘 트랜드에 따라다녀야만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여행을 싫어하던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게 된다거나 공연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공연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주 5일 근무제로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 5일 근무제 시대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서 어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 하여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변화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반영해야 된다.
늘어나는 여가
주 5일 근무제 적용의 배경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눈에 보이는 큰 변화는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금요일 저녁이 다음날 출근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뚜렷한 특징이다. 그래서 금요일 심야 시간 술집이나 유흥업소에 직장인들이 가득하며 토요일 출근하지 않는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금요일 심야 극장 프로그램이 생겼다. 또한 금요일 저녁에 여행을 떠나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없던 시간이 생겼다고 해보자. 늘 일주일의 일과는 정해져 있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사무실에 있다가 토요일 오후에는 간단하게 친구를 만나고 일요일에는 집안에서 비디오나 TV를 보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토요일이라는 하루가 비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할까? 솔직하게 말해서 무척 당황스럽지 않을까?
이제 기업의 마케팅 키포인트는 한 가지로 정해졌다.
“늘어난 시간, 어떻게 소비시킬 것인가?”
그리고 레저, 스포츠, 관광, 교육,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의 시간 소비형 기반의 서비스 산업이 주요 성장 산업이 될 것이다.
레저 마케팅
레저마케팅은 레저 상품이나 관련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획되어 실행되는 마케팅의 한 유형이다. 가령 신용카드사나 은행에서 레저와 관련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레저마케팅의 한 유형이다. 실제로 이러한 금융상품은 작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만큼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레저 마케팅은 최근에는 웰빙, 스포츠룩(Sports Look) 등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원래 프라이데이룩(Friday Look)이 있는데, 금요일 오후 근무를 끝내고 곧바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근무를 하는 데서 유래하였는데, 이런 복장과 함께 스포츠룩은 최근의 요가 열풍이나 인라인스케이트와 같은 스포츠의 유행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요일 마케팅
인터넷 웹사이트는 소비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24시간 소비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어 언제나 소비를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웹사이트는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거의 받지 않고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는 어디에서든지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소비의 경험은 웹사이트와 실제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하긴 어려울 것이다. 요일 마케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요일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가령 대형할인매장에서 월요일에는 식료품의 특정 상품을 50% 할인해주고, 화요일에는 가전의 특정 상품을 50% 할인해주는 등의 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요일 마케팅은 시간 마케팅으로 변화될 수도 있는데, 신선도를 잃어버리면 팔 수 없는 제품들만 따로 모아 마지막에 대폭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변화에 그 중심을 두고 있는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계절 마케팅, 요일 마케팅, 시간 마케팅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는 금요일 밤과 새벽을 소비가 집중되는 시간대로 만들어 놓았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두는 방식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문화 마케팅
2002년 LG카드는 ‘오페라의 유령’ 티켓 할인 서비스를 실시해 10만 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 상품을 응용한 마케팅 기법을 문화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영화 전성기는 기업들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간단한 협찬에서부터 장소 대여, 기기 대여 등으로 확대되었고 자주 자사의 브랜드가 노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어느 새 익숙한 것이 되었다.
교육 마케팅
늘어난 여가를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소비된다. 스트레스를 풀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비 활동과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소비 활동이 그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소비 활동을 바탕으로 기획되는 마케팅을 우리는 ‘교육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주말 교육 상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체의 직원 교육이나 세미나 등도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아진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 마케팅은 자녀의 체험 교육 상품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여러 마케팅 활동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주말 농장 상품이나 주말 갤러리나 미술관에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교육 상품이 있을 수 있다.
시간과 체험
주말 내내 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방문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핵심은 늘어난 시간과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체험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낭비될 수 있는 시간을 새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체험으로 만드는 것이 레저마케팅, 요일마케팅, 문화 마케팅, 교육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마케팅 기법들을 통칭해 ‘체험 마케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 5일 근무제가 일반화될수록 이러한 ‘체험 마케팅’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다양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