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추욱, 쭈욱, 쭉

지하련 2006. 7. 31. 09:46
어느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 속처럼 방 안 모든 것들이 추욱추욱 7월 마지막 날을 향해 늘어지기 시작했다. 형광등이 늘어졌고 이부자리가, 빙글빙글 도는 선풍기가, 선풍기에서 나오던 바람도, 내 볼이, 내 손톱이, 내 눈동자가. 모든 것들이 추욱, 쭈욱, 쭉 늘어지기 시작해, 얼마 뒤 원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게 변해있었다.

기괴하게 많은 비가 내린 여름이고 기괴하게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하는 여름이다. 졸리다. 잠을 자야겠다. 잠에서 깨면 백 년이나, 이 백년 후이거나 이 세상의 종말이 지나가고 난 다음이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