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라 트라비아타

지하련 2006. 11.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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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어둠이 사각사각 방 구석에 놓인 오디오를 물들이는 시각은 늘 밤 11시 20분이다. 나는 불가능한 포즈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언제나 태양이 높이 떠서 하늘 한 가운데에 박힌 가을날 붉은 장미꽃 잎파리 같은 손짓을 흉내내며, 시디 플레이어에 음반 하나를 올린다. 그리고 작게, 점점 크게 울리는 가녀린 여자의 울부짖음. 마리아 칼라스의 '비올레타'

지난 일요일 예술의 전당에 가서 라 트라비아타를 보았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주회나 공연은 거의 보지 않는 편에 속해, 이번 오페라 관람은 난생 처음이었다. 극 초반 비올레타로 나온 스테파냐 본파델리는 오페라에 완전히 몰입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 실망스러웠다. 대신 알프레도와 제르몽으로 나선 두 성악가의 노래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극 후반 스테파냐 본파델리는 그녀의 완전한 기량을 보여주었다고는 보여지지 않지만, 오페라에 몰입된 상태였고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슬픈 사랑을 아파했다.

오페라 DVD 몇 장을 사서 봐야겠다. 오페라를 본 이후 듣는 마리아 칼라스의 '비올레타'는 겨울 어둠으로 물든 내 밤을 사랑의 빛깔로 지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