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일요일 밤의 노래

지하련 2006. 11. 27. 09:32
종일 내 마음 속에서
자라나는 어두움과 싸웠다.
향긋하며 매혹적인 어두움은
한낮의 침묵과, 소년의 허한 미소와, 거친 대기의 호흡을 먹고 자라났다.
내 영혼의 칼날은 너무 얇고 날카로와, 어두움을 지나칠 뿐,
저리로 밀어내지 못하고
무겁고 침침한 빛깔로 마음이 물드는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참혹했다.
참혹한 밤이 오고 말았다.
다가올 미래가 희망에서 공포로 바뀌는 건 내 심장과는 무관한 일이다.
예정된 패배를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아직 젊고 무분별하다.
하지만 패배와 청춘은 무관하고
11월의 밤은 길기만 하다.
어느 새 침묵은 내 곁에 다가와 속삭이며
영혼의 칼날을 내려놓으라고 노래부르네.
그래, 이젠 쉴 시간이긴 하지.
영원히 쉴 시간.
아주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