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분노하며 소리치고 목놓아 울음을 터뜨린다. 왜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세워져 있었을까. 그것만 없었다만.
토요일 광화문에 나가서 행진을 했고 일요일 오전 끔찍한 사고 소식을 보았다. 기운이 없었다. 지쳐 있었다. 힘을 내어야하지만, 내지 못했다. 주일 미사를 빠지고 재활용분리수거를 하였다. 책을 조금 읽었고 커피는 마시다 말았다. 아이는 영어 숙제로 힘들어했지만, 나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화를 냈다.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ADHD 관련 책들을 검색했다.
노력한다는 건 무얼까. 나는 과연 노력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앙심이 깊었던 미켈란젤로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믿는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며 살았다. 미켈란젤로가 한없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의 신앙은 진짜였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 점성술사와 신을 믿지 않는 기술자의 느낌이라면, 미켈란젤로는 신 앞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하였다. 라파엘로가 잘생긴 비즈니스 맨이었다면, 미켈란젤로는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나, 자신의 예술에 대해서는 한 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고집쟁이였다. 그는 르네상스 고전주의의 정상이었으면서 동시에 매니리즘을 열어놓은 예술가였다. 그리고 나는 20대의 미켈란젤로가 만든 피에타를 보며 작은 기도를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 슬픔이 빨리 사라지고 내년에는 부디 좋은 일들만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