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어색해지고 슬퍼진다. 마음은 늙지 않고 몸만 늙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영화 같지 않은 인생이지만, 영화처럼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면, 정신없다. 조직의 문제는 늘 스트레스다. 지난 목요일엔 두 명이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의외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예전같이 글을 쓸 수도, 잘 쓰지지도 않아 매번 꽉 막힌 마음들은 어두운 검은 벽으로 가서 탁, 턱, 탁, 턱 하고 부딪히기만 한다.
동굴같은 서재에 종일 앉아 있다가 나갔더니, 집 안 가득 황혼의 햇살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등을 지고 사진을 찍었다. 내 그림자가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잠시 외출을 한 거리에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까닭없이 슬펐다. 철없는 우울증인가.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다가 나가서 그런가.
사람들이야 기후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지구의 입장에선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을 할 뿐이다. 모든 것들은 상호작용 속에서 생겼다가 사라진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변화시켰다고 믿을 뿐. 시공간은 하지만, 실은 그것은 공간인 셈이다. 중력의 힘이 작용하는, 어떤 공간. 그리고 시간은 우리의 착각 같은 것이다. 시간에 얽매어 살아가는 우리의 한계다.
그 착각의 시간, 정해진 그 공간 안에서 한순간 머물다 사라질 뿐이다. 다 부질없다. 미칠 듯한 열정도, 분노도, 절망도.
내일, 그리고 다음 주 내내 세미나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도 머리가 복잡하다. 넷플릭스로 <<아틀라스>>를 보았다. 인간화된 AI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로 확률적으로 미래는 조각나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멀티버스처럼. 그리고 우리의 생물학적 매커니즘을 프로그래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계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일 지도,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몰락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사위놀이는 우리의 입장에서 그럴 뿐, 이미 주사위는 던져져 있었다.
아, 뭔가 거창한 한 해의 시작이 될 것이라 믿었는데, ... 술로 한 해를 시작했다. 이 스트레스가 언제쯤 사라질 지. 올해는 술도 줄이고 스트레스에 강해지고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이 생도 제대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