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일요일 아침

지하련 2007. 4. 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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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에 재키 맥클린과 덱스트 고든의 'The Meeting'을 올려놓는다. 라이브 무대에 올라선 재키 맥클린의 경쾌한 목소리의 소개가 끝나면, 곧바로 연주가 시작된다. 커피가 끓는다. 사각의 공간으로 커피향이 스며들고 내 힘든 쓸쓸함도 잠시나마 커피향 속을 흐르는 섹스폰 소리에 위안을 얻는다.

창을 열어 일요일 오전의 상쾌함을 찾아보지만, 보이는 건 뿌연 안개 뿐. (내 인생 같다.)

그간 여기 저기 적었던 글들을 이 곳에다 다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글 하나.
  
환자가 가벼운 기침을 계속하고 말문을 닫을 때가 많으며, 혼자 말을 자주 하고 이유도 없이 웃는다. ... 보통 때에도 풀이 죽고 목이 조이는 듯이 느끼며, 먹고 마시는 것에 아무런 즐거움도 발견하지 못하고 커다란 한숨을 쉬면서 줄곧 '아아, 불쌍한 내 마음이여!"만 읊조리는 경우, 이 환자는 사랑의 병을 얻은 것이다.

기원전 3천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어느 석편에 정의된 사랑의 병. 최초의 문명에서도 그랬나 보다. 한 때 지금은 없는 그녀가 그랬던 병. 아주 오래 전 내가 그랬던 병. 지금 내가 그러고 싶은 병. 하지만 이미 나에겐, 내가 한사코 거부하는 어떤 병.

그러고 보니, 한 때 섹스폰을 배울 생각도 했었는데, 그런 생각들, 그런 바램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늙는다는 것도 때로 깔끔해지는 구석이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