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월요일 아침

지하련 2007. 4. 16. 10:31


출근길. 거리가, 하늘이, 나무가, 대기가, 옥상이, 그늘이, 그대 얼굴이, 내 마음이 젖어있었다. 내 꿈은 내가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내 마음이 젖어드는 것. 그렇게 젖어들어 습기 가득한 축축한 계절을 보내는 것. 출근길. 발에 대지가 머금은 물기가 빨려 올라오는 듯하다. (그만큼 난 건조했던가)

사무실에 퍼지는 누구의 누가 연주한 것인지 알듯 모를듯한 음악이 연주되고 뒤이어 들리는 익숙한 라디오 DJ의 목소리. 비가 내려, 그 축축함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모든 소리들은 아름답다. 귀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마음은 적당히 루즈해진다.

뉴욕에서 사는 친구의 메일 끄트머리에 적혀있는 한마디. 'Call me when you're drunk.' 그러고보니, 지난 해 이른 봄 이후 술 마시면서 전화한 적이 없었던 것같다. 이번 봄, 그럴 기회가 있을까. 이 녀석도 꽤나 늙었을 테고, 꽤나 지쳤을 테고, 꽤나 외로울 텐데 말이다.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나의 그(녀)들이 보고 싶은 아침이다. 그(녀)들을 만나면 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해달라는 주문을 걸어달라면서 주위의 여자를 소개시켜달라고 해야지. 만약 잘 안 된다면 말이다. (이런 불안감과 싸움이 꽤 힘들다.) 그건 그렇고 얼마 전에 소개받은 그녀는 묵묵부답이다. 반응이 없으니, 나로선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

오후에 고객사 미팅.
오후에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
저녁에 한불문화교류협회 '내-안에' 5월 전시 기획 회의.
밤에 세탁기와 친해지기.
밤에 음악 들으면서 소설 읽기
밤에 꿈꾸기. 꿈꾸면서 안드로메다 다녀오기.
밤에 다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서 생각하기.
새벽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 제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