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사쿠라가 지다 젊음이 지다

지하련 2005. 3. 28. 13:07



"제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에 전쟁터로 내보내진 특공대원의 지적 세계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들의 세계관은 중국의 지적 전통, 그리스-로마의 고전, 기독교,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낭만주의와의 교류에 의해 형성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내셔널리즘과 애국심이라는 것은 대외적 교류가 없는 배타적인 국민에 의해 산출된 것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로, 세계와 지역의 활기에 넘치는 교류의 산물, 코스모폴리터니즘인 것이다."(16쪽)

최근 책을 사지 않다가 날 강력하게 끓어당긴 책이 오오누키 에미코의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이다. 그는 미적 상징(사쿠라꽃)과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해서 탐구한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다. 사람들은 미 의식과 정치를 무관하게 생각하려고 하지만, 정치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 의식'만큼 흥미로운 수단도 없다.

미적인 순수, 또는 이상에 대한 열망이 민족주의나 파시즘과 연결된다는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미시마 유키오가 <<금각사>>를 통해 유미주의를 그려내었듯이, 실제로도 그는 할복자살을 해버렸다.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현실적인 전쟁 이야기보다 한 개인의 심리, 또는 한 소설가의 미적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소설가 김훈도 미시마 유키오와 비슷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김훈의 소설 세계는 매우 유미주의적이다. 그의 산문도 그렇고.

유미주의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현실 정치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경향이다. 이 책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젊은 특공대원(카미가제)들에 대해서,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이 젊은이들이 이상주의자요, 낭만주의자였으며 지적으로 매우 탁월했지만, 결국은 군국주의에 의해 희생당하게 되는 것을 분석해내고 있다. 매우 재미있을 것같다.
(* 이런 책을 재미있어하면 이상한가. 흠흠.)




(* 쩝. 거의 한 달동안 책같은 걸 읽지 않았더니만, 글 쓰는 것도 이렇게 어려워졌다. 책읽기 글쓰기가 생활의 일부인데, 그간 이 일부를 잠시 잊었더니 삶이 많이 불규칙해져버렸다. 책읽기 글쓰기를 아예 접을까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포기해야겠다. 빨리 돈 벌어서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