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한다고 평가할 때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그런데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 중 일부는 배려심이 없고 갈등을 만들며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나는 이 경우 확실하게 일을 못한다고 평가한다. 업무를 수행하고 난 다음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좋았다면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만, 결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과정이 엉망이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없다. 왜냐면 그 업무를 수행해던 멤버들 대부분은 뿔뿔히 흩어질 테니까.
결과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접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을 고르게 된다. 불투명하고 명확하지 않은 일은 배제한다. 위험이 보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 그리고 해온 방식대로 일을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다. 그리고 대부분 평균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짧고 분명한 요건을 가진 일회성 프로젝트에선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은 이들이 이 업무를 해보았는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다. 막상 해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그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어쩌면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대해서 너무 보수적인 건 아닐까. 너무 레거시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직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뭔가 배우고 싶다. 일을 잘 한다는 건, 언제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며, 위험을 각오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조직에서, 그런 멤버들과 일을 하고 싶다. 조금 뒤늦게 일 욕심이 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일을 잘 한다는 것은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도 챙기는 것이며, 적과 아군을 구분하여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마저도 아군으로 만들어 서로 배려하며 도와주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에 대해서 생각하니, 고민이 많아 지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