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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KIAF 2016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10.13 - 16. 코엑스 



매년 키아프를 가다가 최근 몇 년 뜸했다. 정신없이 바쁘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미술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도 했고 미술 종사자들과의 교류도 많이 끊어졌다. 한 달에 두 세 번씩 보러 가던 전시도, 지금은 몇 달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 사이 미술 애호가가 늘었나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 미술 애호가도, 미술 시장도 제 자리 걸음이다.


독서 인구를 조사해봤더니 늘지는 않고 책 읽는 사람들은 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나. 미술도 그런 건 아닐까. 어느 순간 부의 상징처럼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소장한 사람들끼리 서로 환담을 나누고. 그래서 책 읽는 사람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기 주위에 그런 사람들만 있으니 옛날보다 늘어났을 것이라 오해한다. 실은 온라인의 발달로 끼리끼리 교류가 더 편해졌을 뿐인데. 


아트페어는 역시 아트페어다. 미술관에서의 전시와 아트페어에서의 전시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고, 아트페어는 일종의 시장이고 박람회다. 그래서 아트페어에서 볼 수 있는 작가나 작품의 스펙트럼은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아트페어에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작품이 팔리지 않는 작가라고 오해해서도 안 된다. 다 팔려서 아트페어에 나올 작품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키아프의 스페트럼은 많이 좁다고 할까. 일종의 축제여야 하는데, 올핸 그런 분위기도 없는 것같고 그런 작품들도 드물었다. 시장성 뿐만 아니라 예술성을 가진 작품들도 많이 선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가령 최근 많은 기업들에서 아트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업들의 예술 수집 활동을 보여준다거나 .... 하지만 시장성은 더 강화된 걸까. 2015년 180억원에서 2016년 235억원으로 거래액이 늘어났다고 하니, 내년엔 좀 더 나아지려나. 


이번 키아프에서는 참가한 지방 갤러리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낯선 갤러리들이 많고 그 갤러리들이 전시한 작가들도 새로웠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큰 모험인가는 갤러리 일을 해본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는 젊은 갤러리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교과서같은 말을 적어보지만, 쉽지 않다. 그런 갤러리들을 많은 애호가들이 지지해 주어야 하고 작가들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평이나 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역시 시장의 문제다. 시장이 뒷받침해주어야만 좋은 갤러리가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맨날 미술 평론가들이 떠들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작품이 팔려야 된다. 그래야 갤러리도 임대료 내고 전기세 내고 작가들은 캔버스 사고 물감 살 수 있다. 공적 기금만 바라지 말고 말이다. (공적 기금과 갤러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때 꿈이 갤러리 운영이었는데, 이제 꿈 많던 철없던 시절의 백일몽같은 게 되어버렸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걸 보면, ... 아직 철이 덜 든 건가. 2016년 키아프에서 만난 기억 남는 작품 몇 점의 이미지를 올려본다. 




홍경택의 작품이다. 홍경택은 늘 그렇듯 정답이다. 홍경택의 작품은 실제로 봐야 안다. 그 날카로움, 그 치열한 날카로움 속에 담긴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김덕용의 작품은 언제나, 그 재료가 주는 따뜻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낮은 목소리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김덕용의 작품을 보았다. 


안창홍의 작품이다. 역시! 팔렸다. 


김택상의 작품이다. 기존의 단색화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최근 한국 단색화에 대한 재조명도 다소 부담스럽다고 할까. (그나저나 김택상 선생님께 한 번 연락드리고 만나야 하는데 말이다.) 


 

김현숙의 작품이다.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성실성이다. 그 다음이 재능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훌쩍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다. (몇 년 만에 얼굴을 뵈었는데, 그대로였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니, 설명을 생략해도 될려나.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20세기 중후반과 달리 지금은 너무 쉽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가끔 읽게 되는 미술 잡지에서 매달 가볼 만한 전시를 노트하곤 하는데, 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하긴 아는 이가 전시를 하고 전시 기획을 해도 못 가는 마당에. 2017년에는 좀 달라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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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충정로역에서 내려 중앙일보사 빌딩까지 걸어갔다. 늦겨울 햇살은 따스했고 찬 바람은 없었다. 군데군데 녹다만 눈들이 도시의 그늘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혼자 정해진 모험을 하듯, 마땅히 해야할 일을 보듯, 가방에 작은 노트와 읽던 책 한 권을 넣고 전시를 보러 간다. 보통 최소 10개 이상의 전시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아는 작가를 만나면 인사하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젠 누군가와 함께 보러 가는 것이 되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조우 - 더블린, 리스본, 홍콩, 그리고 서울'은 전시된 작품들의 수준으로만 보자면, 올해 기억에 남은 몇몇 기획전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지만, 너무 평면적으로 펼쳐져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전시였다. 설득력 있는 주제가 제시되고, 그 주제에 맞추어 작가와 작품이 선정되었다기 보다는 그 반대의 절차로 준비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또한 넓은 전시장에 비해 작품 수가 적어 디스플레이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들 대부분은 보는 이의 눈을 자극했고 마음을 움직였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홍수연 - 유기체적 액면 추상의 세계

홍수연, Casting Call-Red#3, 캔버스에 혼합재료, 2005

홍수연, white lush, 165×165cm, 2006


기하학적인 느낌을 주었던 액면 추상의 세계는 홍수연에게 와서는 유기체적인 추상으로 변화한다. 마치 생물의 이름 모를 세포의 형태를 닮은 것같기도 하고, 하늘하늘 거리는 꽃잎을 닮은 것같기도 하다. 색의 대비와 변화는 의도하지 않은 듯 낯선 느낌을 주고 서로 배척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비와 변화는 갈등의 양상이라기 보다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식의, 마치 의도하지 않은 공교로운 우리 생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홍수연의 작품은 볼수록 흥미롭다.  


석철주 - 전통 산수화의 현대적 재해석

석철주, 생활일기 : 신몽유도원도_캔버스에 수묵, 아크릴채색, 2008


석철주의 작품은 기존 작품들을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재해석의 방식이 계산적이면서 자연스럽고, 현대적 느낌의 마띠에르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기억해둘 만하다. 모든 작품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석철주의 작품은 사진 이미지로 보는 것은 실제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결이나 느낌, 작품의 풍성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Anthony Haughey - 경계에서 무너지는 현대적 삶


Anthony Haughey, 엽총탄, 분쟁의 영토 시리즈에서, 컬러 람다크롬 프린트, 123×121cm, 2006

더블린 출신의 사진 작가 Anthony Haughey의 사진 작업은 늘 분쟁의 현장을 담아낸다. 그런데 그 분쟁의 현장 속에서 극적인 스토리, 미학적 효과,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은 주목할 만하다. 황폐한 풍경 속에서의 대비는 현대 세계의 비극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김택상 - 색의 본질을 향한 탐구

김택상 바람의 빛깔, 2007, 캔버스에 물, 아크릴, 바니시



김택상, penetrate(스며들기), water,acrylic,mattvarnish on canvas, 70 x 70 x 4cm


김택상, Shadow of blue, 캔버스에 물, 아크릴, 바니쉬 채색, 70×78cm_2008
(2008년 12월 갤러리 분도(www.bundoart.com)에서 전시한 작품임)


아직까지 이런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 많은 이들은, 이미 한참 지나간 듯한 추상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절하할 지 모르겠지만, 김택상이 가진 평면성과 색채의 깊이는 요즘 보기 드문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평면성을 지향하는 모더니즘 미술이 다소 시대에 뒤처진 듯한 인상을 주는 요즘, 김택상의 작품은 그 속에서도 확실한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수경 - 혼성된 문화와 그 흔적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2007, 도자기 파편, 에폭시, 24K 금


이수경의 작품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여러 번 잡지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그녀의 번역된 도자기는 처음 보았다. 실제로 보았더니, 마음에 들었다. 잡지에서 보았을 때는, 꽤 흥미로운 작업이구나 였다면, 실제 보았던 그녀의 작품은 흥미로움 이상의 미적 즐거움과, 분명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겠다. 또한 나란히 전시되었던 그녀의 드로잉 또한 제법 마음에 들었다. 


신기운 - 시간, 삶, 그리고 바니타스

신기운, 아스트로 보이, 2006, HD영상설치, 2분 12초


작년 미디어비엔날레에서도 만난 신기운의 비디오 작업은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 시간, 존재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마치 모래시계가 아래로 떨어지듯, 신기운의 비디오 영상은 흘러가는 시간, 마모되는 우리 삶,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허무(Vanitas)를 짧은 영상에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    *

위에서 언급된 작가 이외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전에 이 공간을 통해 소개되었거나 앞으로 소개될 작가들이 대부분이라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한다. 전시는 꾸준히 보고 아, 이 작가의 작품은 너무 좋다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리뷰로까지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빠뜨리지 않고 리뷰를 하겠다는 생각에 이 전시도 끝난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블로그에 올릴 수 있었다. 게으름이라기 보다는 바쁜 내 일상을 탓해야 하리라. 



* 본 블로그는 비상업적 목적의 블로그이며, 전시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은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위에서 사용된 작품 이미지들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토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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