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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반듯이 누워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얇게 흔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건조함에 묻혀 아주 짧게 내 삶을 되새기며 슬퍼한다. 이름 모를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내 몸 위에 살짝 앉았다 지나고, 매 순간 매 순간, 아니 그 때, 그리고 그 때도, 그리고 그 때도, 후회는 대양의 밀물처럼 밀려와 내 마음을 휩쓸고 지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지 않던 곳이 아파지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잘 보이던 글자가 흐릿하게 보인다고 해서 나이가 드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후회와 한탄이 많아지는 것이다. 젊을 땐 후회스럽지 않던 것이 갑작스레 잘못한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잘못으로 나이든 지금 아파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많이 아프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고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도 아닌데, 나이 먹는 게 마치 훈장처럼 보일까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다. 조심하게 된다. 함부로 말을 놓지 못하고 깍듯해지려고 노력한다. 늘 배우려고 하고 겸손하려고 하고 말을 아끼려고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은 나는, 그것을 무시라고 종종 오해하기도 한다. 


반듯이 누워 천정을 바라보다, 삶과 죽음 사이를 흐르는 시공간과 숨겨진 우주를 생각했다. 현대물리학에선 미래란 이미 정해져있다고 말하지만, ... 나는 한사코 그걸 부정하고 싶다. 다시, 다시, 나이 먹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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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 들었는데, 새벽에 눈을 떴다. 마음이 무겁고 복잡한 탓이다. 

나이가 들면 사라질 것이라 믿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근심 걱정은 더 많아진다. 

내 잘못으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인생이라는 게 이런 건지 모르겠다. 


젊을 땐 내 잘못이 아니라 원래 인생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원래 인생이 이런 게 아니라 내 잘못이라 여기게 되는 건 왜 그런 걸까. 

내가 제대로 나이가 들고 있긴 한 건가. 


인터넷을 떠돌아다는 영상이 기억나 다시 보게 된다. 

사랑이라 ~. 

참 미안하고 참 슬프다. 


예능프로라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사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와 회한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사이로 고백하고 되돌이고 싶은 저 노인의 외침이

흰 눈들 사이로 사라진다. 

방송 출연진의 탄식이 흘러나오고 ... ... 

참 미안하고 슬프다. 

그게 첫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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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일을 할수록, 사람을 만날수록 내 모자람, 내 무지, 내 불성실함을 깨닫게 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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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6 01:08

    비밀댓글입니다

    • 실은 젊은 시절, 나이 들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그러니 나이가 들면 안 됩니다. ㅡㅡ;;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비밀글의 댓글은 비밀글이 안 되네요. ~~)



똑같은 책을 10대 읽을 때, 20대 읽을 때, 30대 읽을 때, 40대 읽을 때... 다르게 읽는다. 읽으면서 깨닫는 게 다르다. 


이것 참 큰 일이다. 


만약 그 책을 60대 읽을 때, 70대 읽을 때, ... 140대 읽을 때, 150대에 읽을 때 나는 어떤 걸 다시 알게 될까? 


우리 문명은 딱 우리 수명만큼 그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머리로 알지만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지식은 쌓아가지만 지혜를 쌓지 못하는 것이다. 딱 우리 수명만큼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Let things age
Let things age by Celeste 저작자 표시비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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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남자만큼 안타깝고 슬프고 절망스러운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종종 우리들은 성직자들에게서 ‘철 들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철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이니, 성직자들에게는 종교적 관점에서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종교적 관점’이 될 것이다. 성직자들은 신앙을 향한 ‘철없는 열정’을 숨기고 있다. (즉, 모든 열정은 철없음의 소산이다!) 마음 속에서는 늘 자신들이 믿는 신을 향한 끝없는 신앙심을 숨겨져 있는 탓에, 그들은 자신의 생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철든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병상 위의 남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남자. 자신의 생명력이 부질없음을 깨닫는 그 순간, 남자는 갑자기 철이 든다.

그리고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며, 그것을 병상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가끔 이 때까지도 철이 들지 않는 남자가 있기도 한데, 이 경우에는 이미 사라져가는 생명력을 철없음으로 인위적으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이 다시 좋아져, 병상을 벗어나는 순간, 그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철 들었다’라는 동사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결국 (여성의 입장에서) 철 든 남자란 없고, 남자가 철이 든 순간 남자로서의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다소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철 들었다’는 것에 대한 기준점이 있다면, 남자의 건강 상태와는 무관하게, 세상의 거친 풍파와 여성의 사랑, 또는 잔인한 훈육을 통해 어떤 남자는 그 기준점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나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 다만 철 들었다는 기준점(만약 존재한다면)에 10년 전보다 가까이 다가갔을 뿐이고.



Comment +2

  • 소현님의 페이스북/트윗 보시고 쓰신 글 같아서 냅다.. 주소를 업어갑니다.ㅋ
    남자랑 여자랑 같은 인간인데도 왜이리 다른 점이 많은지..ㅎㅎ
    항상 꾸준히 잘 읽고 있습니다.
    -미니 드림^^-

    • '철든다'라는 단어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모든 면에 철들 순 없거든요. 그런데 모든 것에 철들기 바라는 시선이 있는 것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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