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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백설공주

도널드 바셀미(지음), 김상률(옮김), 책세상 



이 번역 소설을 다시 영어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정도까지는 비슷할까, 아니면 전혀 다른 소설이 될까? 바셀미의 고도로 양식화되어 있는 미니멀리즘 소설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을 테지만, 너무 성의 없이 옮겼다는 건 바셀미의 소설을 기다려온 나에겐 상당히 불쾌하게 여겨졌다. 실제 원작에서는 문장은 짧고 단순하며 표현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 번역본에서는 늘어지며 중언부언하면서 양식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그러니 이 번역서를 읽고 바셀미를 읽었다고 하지 말기를. 


도널드 바셀미는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미니멀리즘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제서야 소개된다는 것이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읽는 독자가 거의 없듯, 도널드 바셀미도 한국에선 그와 비슷해 보인다. 언어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번역본은 너무 형편없어서 반드시 영어로 읽어보길 권할 뿐이다. 


찾아보니, 아예 원문과 대조하여 번역서의 표현과 비교하여 새로 번역한 블로그가 있어 링크를 달아둔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최선의 번역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http://blog.aladin.co.kr/710357193/8795032 

http://blog.aladin.co.kr/710357193/8797048 

(위 블로그에 가면 <<백설공주>>의 번역에 대해선 여러 개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평점은 한글 번역본을 읽고 바셀미가 어떠니 평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바셀미의 <<백설공주>>가 형편없음이 아니라. 



백설공주 - 4점
도널드 바셀미 지음, 김상률 옮김/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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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널드 바셀미의 백설공주Snow White를 꺼냈다. 번역본을 조금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원서를 꺼냈다. 아, 이런! 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번역을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건 좀 심했다. 도널드 바셀미는 미니멀리스트다. 그의 짧은 영어 문장은 감미롭고 압축적이며 시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번역문은 길어지고 아무렇게나 선택된 한글 어들은 도널드 바셀미의 진면목을 느끼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두 페이지에서 인용한 문장들이다.

She is a tall dark beauty containing a great many beauty spots: one above the breast, one above the belly, ... (중략) 

번역: 그녀는 늘씬한 몸매에 무언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매력적인 여자다. 그녀의 몸은 온통 점투성이다. 젖가슴에 하나, 배꼽에 하나, ..(중략) 




We speculate that he doesn't want to be involved in human situations any more. A withdrawal. Withdrawal is one of the four modes of dealing with anxiety. 

번역: 어쩌면 이제 속세를 떠나고 싶은 모양이다. 일종의 대인기피증이다. 대인 기피증은 불안 심리의 네 가지 증상 가운데 하나다. 
 

번역본은 숙대 김상률 교수의 번역으로 2004년 책세상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비전문가이지만 내가 한 번 옮겨본 것은 아래와 같다. 

번역 수정: 큰 키의,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는 상당히 많은 아름다운 점들이 있었다. 젖가슴 위에 하나, 배꼽 위에 하나, ...  

번역 수정: 그는 더이상 인간적인 상황 속에 엮이고 싶지 않다. 어떤 내적 침잠. 이 내적 침잠은 불안을 다루는 네 가지 형태의 하나다.     

(withdrawal을 '내적 침잠'으로 번역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면 바셀미는 어려운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고민해봐야 겠다.)




거의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대학시절, 문학계간지에 실린 도널드 바셀미의 몇몇 단편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때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복사해놓은 바셀미의 'Snow White'. 몇 해 전 바셀미의 소설이 번역되었음을 서점에 가서야 알았고 바로 구입했지만, 역시 번역본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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