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15

게리 위노그랜드 Garry Winogrand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1928 ~ 1984) 현대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사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적절한 작가가 있다면 바로 게리 위노그랜드가 될 터. 예술에서의 모더니즘Modernism은 도시와 함께 시작한다. 보들레르는 근대 도시 파리를 걸어다니며 모더니티를 이야기하고 익명성에 주목했다. 그 도시의 산책자는 파리를 지나 뉴욕에 와 자리잡는다. 거대 도시에서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 사소한 일상도 드라마가 되고 어떤 사건의 시작이거나 종결, 또는 클라이맥스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지며 의미들 속에서 한 없이 가벼워진다. 거리에 나서면 발가벗겨지는 기분과 함께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희열에 들뜬다. 길을 가..

우울한 고양이(靑猫)

우울한 고양이(靑猫) 이 아름다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모든 상냥한 여성을 찾기 위해모든 고귀한 생활을 찾기 위해이 도시에 와서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다.거리를 따라 서 있는 벚나무 가로수거기에도 무수한 참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 거대한 도시의 밤에 잠들 수 있는 것은오직 한 마리의 우울한 고양이 그림자다슬픈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고양이 그림자다우리가 찾기를 그치지 않는 행복의 우울한 그림자다.어떤 그림자를 찾기에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우리는 도쿄(東京)를 그립다고 생각해그곳 뒷골목 벽에 차갑게 기대어 있는이 사람과 같은 거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 하기와라 사쿠타로(1886 ~ 1942..

문명의 붕괴, 조지프 A.테인터

문명의 붕괴 - 조지프 A.테인터/대원사 문명의 붕괴 조지프 A. 테인터, 대원사, 1999. (오래 전에 쓴 서평을 다시 업데이트해 올리는 것은, Slow Death(느린 죽음)이라는 것이 최근의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테인터의 이 책은 지금은 구하기 힘들지만, '문명의 붕괴'에 대해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책들 중 한 권이다. 레베카 코스타의 에서 초반부 복잡성의 증대가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다는 견해도 조지프 테인터의 이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붕괴하는 문명의 끝자락에 있을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태평하기만 하고 자신들만을 위한 평화와 안정에만 관심이 있으니 ... 걱정이 앞선다.) "48시간 내로 이라크를 떠나라"라는 최후 통첩은 를 읽고 난 다음 무척 신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아마 요한묵시..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 Depaysement - blooming the City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 Depaysement - blooming the City 2011.6.15 - 7. 17. 아르코미술관(대학로) (2011년 아르코미술관 기획공모전, 기획: 최재원, 김미경) 우리들 대부분은 도시에 살아갑니다. 서울이거나 부산, 혹은 광주이거나. 아니면 뉴욕이거나 런던이거나 LA이거나.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갑니다. 거기 어제가 아니라. 그런데 지금 여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쫓기는 듯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살고 움직이는 이 도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현재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 열리고 있는 ‘데페이즈망 ? 벌어지는 도시’는 지금 여기 이 도시에 대한 반성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전몽각, 경부고속도로29, 99.7x150..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 사이

지난 주말, 회사 워크샵을 강화군 석모도로 다녀왔다. 이 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2년이 꽉 채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도전과 실패, 혹은 작고 어정쩡한 성공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이 작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니기 시작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답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늦가을 햇살이 갯벌을 숨긴 바다 물결 위로 부서졌다. 사소하게 눈이 부셨다. 차를 싣고 짧은 거리의 바다를 건너는 배 뒤로 갈매기들이 쫓았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입맛이 길들여진 갈매기는 이미 야생의 생명이 아니었다. 석모도에 도착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