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3

사카구치 교헤 Sakaguchi Kyhei -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혹은 건축

(출처: http://www.pop-group.net/blog/nishiumi/2012/08/zurich-30-hours.html) 되도록이면 여유를 가지고 방해 받지 않으며, 생각에 잠겨 있고자 하지만, 내 일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원고 청탁이라도 받으면 청탁 받은 주제에 대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가족의 허락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선 집, 회사, 집, 회사, 또는 술자리나 저녁 약속이 무한 반복으로 내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개인적 시간은 사치스러울 지경이다. 연극평론가 안치운 선생도 집 안에서의 자기 존재에 대해 적기도 했다. 가족의 일상과 무관하게 책 읽고 글 쓰는. 가족이 모두 잠 든 한밤 중 시간이 유일하게 나에게 주어지는 개인 시간인데, 요즘은 왜 그리 졸린 지, 잠..

어느 아침의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나, 분유를 먹은 아이를 재우는 아내 옆을 나와, 아침밥을 올리고 서재로 와, 아주 오랜만에 턴테이블에 비틀즈의 '애비 로드'를 올린다. 그 때 창으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눈이 막막해지고 보이지 않는 몇 초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불만이 있고 그걸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 * 그리고 사무실. 어제 남기고 간 커피를, 1층 반대편 끝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에 가 버리고 컵을 씻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이, 복도와 현관을 걸어 사무실로 돌아온다. 바쁜 21세기. 테일러식 모더니즘은 극단으로 치달아, '시간 관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 앞에서 몇 개의 노래와 커피는 사소한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구수한 로컬리티 보사노바는 올해 최고의..

내 삶의 전략

내 삶의 전략? 실은 전략이랄 것도 없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었을 땐 제 멋에, 잘난 맛에 살았고, 굶어죽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만큼 무책임한 표현도 없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나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는 말을 상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들은 종종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가를 잊는 것이다. 어쩌면 잊고 싶을 지도 모를 일.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삶은 없다.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못할 삶도 없다. 이 두 가지 삶 사이의 작은 길이 우리 삶의 길이 된다.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서 원하는 대로 살려고 하니, 우리 일상은 한 없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이제 4년이 다 되어 간다. 조직 구성원도 두 배가 되었고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문득 내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