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르벤퍼 숲 속 나무들의 낮은 속삭임 - 시벨리우스, 작품 75번 - 다섯 개의 피아노곡 조금의 미동(微動)도 없이 투명한 유리창 너머 우두커니 서, 사각의 방 안을 매섭게 노려보기를 몇 주째, 여름날의 대기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같다. 어디에서 저런 열기를 가지고 오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내 육체를, 내 영혼을 끝없이 높은 여름 하늘의 노예로 만들며, 날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끄트머리에 어색하게 튀어나온 동아시아의,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작은 반도 가운데 위치한 거대 도시의 여름을 견디게 하는 것은 대륙의 반대편, 대지의 대부분이 산과 숲, 호수로 이루어진 나라 사람의 100년 전, 작은 피아노 음악들이었다. 빵과 버터를 위한 음악 언제부터였을까.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