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3

일요일 오후 노들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소리 없이 다가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내 정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그저 불안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번 생은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 떠오른다. 불안에 대해서 최악의 처방전만 있다. 그것은 고개 돌리기, 외면하기, 회피하기, 도망가기, 망각하기. 서울시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근처로 나왔다. 가을 저녁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들은 연신 브레이크를 잡으며 자신의 자전거 타기 실력을 뽐내고 한강대교까지 가는 동안 동네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이 근처에서 산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구나. 보통은 여의도 한강 시민 공원까지 가든지, 동작대교를 지나 반포대교 남단까지 갔다..

용기가 필요한, 어떤 시절

고민 많고 걱정 많은 여름을 보낸다. 4월 휴대폰 통화시간이 150분 남짓이었는데, 5월 300분을 넘어서더니, 6월과 7월은 모두 500분을 넘겼다. 자칫하면 600분을 넘길 태세였다. 스트레스 때문에 악몽을 꾸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체로 나는 할 수 있다고 믿고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대체로 해낸다. 처음 하는 일일 경우 시행착오도 있지만, 아직도 배우면서 해내곤 한다.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하지 못할 것같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바뀌고 새로운 경쟁력을 개인과 조직에게 요구한다. 특히 디지털 세계는! * * 피파 맘그렌의 을 다 읽었다. 평일 새벽까지 책을 읽기는 오랜만이다. 그만큼 흥미진진하다고 할까. 조만간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지만..

misc - 2006. 04. 16

마산 창동거리에서 어시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 동성동인가, 남성동 어디쯤 있었던 레코드점에 들어가 구한 음반이 쳇 베이커였다. 그게 94년 가을이거나 그 이듬해 봄이었을 게다. 그 때 우연히 구한 LP로 인해 나는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고 수중에 조금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곧장 음반가게로 가선 음반을 사곤 했다. 어제 종일 쳇 베이커 시디를 틀어놓고 방 안을 뒹굴었다. 뒹굴거리면서 스물두 살이 되기 전 세 번 정도 손목을 그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치열함이라든가 진정성 같은 거라든가. 스무살 가득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 탓일까. 아직까지 인생이 어떤 무늬와 질감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아무 것도 모르겠다. 문학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예술가의 진정성과 현대 예술가의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