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70

메넥세노스, 플라톤

메넥세노스 - 플라톤 지음, 이정호 옮김/이제이북스 메넥세노스 플라톤 이정호 옮김, 이제이북스 ‘메넥세노스’는 도입부와 마무리 부분에서 소크라테스와 메넥세노스 사이에 이루어진 간단한 대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은 모두 소크라테스가 전화는 전몰자에 대한 추도연설이다. 추도연설은 당시의 아테네와 아테네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 단면을 엿보게 해 줄 분만 아니라 당대의 정치 현안과 체제에 대한 일정한 입장과 주장을 담고 있다. (책 해설 중에서) 피타고라스, 파르메니데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철학은 서양 철학과 사상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플라톤이 있다. 플라톤의 철학은 우리에게 좋은 것, 완벽한 것, 변하지 않는 것, 영원하며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헤르메스적 세계, 혹은 새로운 철학적 신화학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이미 품절된 책, 그리고 헌책방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울 책이 된 롬바흐의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는 마치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아폴론 – 디오니소스) 아래에서 아폴론과 헤르메스를 대비시키며 현대적 신화학, 혹은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학을 시도한다. 하지만 많은 현대철학자들에 의해 철학은 이미 미학화되었고 이 책도 그 지평을 따라 서사(신화)와 미적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책들 중의 한 권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서양의 지적이며 미적이고 신화적인 세계들의 여러 사례들을 끄집어 내어 자신의 사유를 설명해 가는 롬바흐의 서술은 이 책을 읽는 예상치 못한 즐..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앙투안 콩파뇽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 앙투안 콩파뇽 지음, 이재룡 옮김/현대문학 지난 가을에 두 번이나 정독한 책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들 중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참고서로 읽힐 이 책은, 불행하게도 아무런 주목도 못 받은 것처럼 보인다(일일이 신문이나 잡지 서평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두 번이나 읽었지만, 그간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것은, 서평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서평이라는 낯익은 접근방식은 이 책이 가지는 유용함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더 높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 현대적 전통, 현대적 배반 새로운 것의 권위: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 보들레르, 마네 미래에 대한 종교: 전위주의자들과 정통주의 이론과 공포: 추상파와 초현실주의 바보들의 시장: 추상표현주의와 ..

세계화의 폭력성,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 프랑스의 사회학자. '시뮬라시옹'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중심에 서있었던 학자이다. 나는 장 보드리야르의 암울한 사회 분석을 싫어했으며, 그것이 진실로 드러났을 때의 끔찍함을 무시하면서 장 보드리야르를 전파하는 일군의 학자들을 경멸했다. 그들 대부분이 의지하는 책이나 이론은 오직 시뮬레이션 이론이었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장 보드리야르는 극단적인 반-플라톤주의자이면서, (우호적으로 평가하자면) 마키아벨리와 같은 전도된 이상주의자였을 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20세기 후반 이후의 매스미디어에 의해 희석되고,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은 사라지고 미디어들에 의해 새롭게 조작된 것들이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하이퍼-리얼리..

프란시스 베이컨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 베이컨은 르네상스 시기의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위치는 중세와 근대 사이에 있다. 분명 그는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경험론 철학의 선구자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종교적 신앙은 철학의 범위에서 제외해버렸다. ‘우리는 신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감탄하고 숭배할 뿐이다. 철학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인생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이 인생이라는 극장에 있어서 관람객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과 천사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간은 자연의 하인이요 해석자인 까닭에 자연의 진행을 사실에 있어서 또는 사유에 있어서 관찰하는 한계 안에서만 행위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서서는 인간은 아무 ..

Edmund Burke

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를 읽고 싶어졌다. 보수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버크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이 비관적이며 냉정한 합리주의자로부터 시작된 보수주의는 버크 이후, 버크의 논의를 뛰어넘은 이가 없다고 한다. 그가 지적했던 지점들에서 많은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머뭇거리는 듯 보인다. 반동분자가 아니였던 버크는 프랑스 혁명 전에 프랑스 혁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예언하였고 영국 사회를 보호하는 데 성공했다. "... 그가 근본에 있어 비관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도대체 모든 사람이 여기 이 지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절대로 믿지 않았다. ... " (* 크레인 브린튼, , 475쪽) **** 올해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한 책이다.에드먼드 버크의

이데올로기의 시대, F.M.왓킨스

이데올로기의 시대 (The Age of Ideology - Political Thought 1750 To The Present) F.M.왓킨스(Watkins) 지음 이홍구 옮김 을유문화사, 1982년 초판 (* 요약 정리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꽤나 유용한 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절반 정도만 정리해두고 난 다음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기 위해 정리된 절반이라도 웹사이트에 올린다. 요즘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듯한데, 이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할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려면 모더니즘을 확실하게, 체계적으로 이해하듯이 탈 이데올로기를 알려면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0. 최근에 읽은 R.P.Appelbaum의 도 그러했지만, 이 책 Wat..

내 생일날의 고독, 에밀 시오랑

(원제 : 태어남의 잘못에 대하여)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에디터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평생을 미혼으로 남은 채 파리 어느 다락방에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에 휩싸인 어떤 매력을 풍긴다. 또한 그의 프랑스어는 어느 잡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세기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문장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매력, 그의 문장만으로 그를 좋아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가 가지는 인생에 대한 태도에 있다. 가령 이런 문장들,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할 유일한 사항은 생에 기대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그 재앙에..

불안의 개념, 쇠렌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 쇠렌 키에르케고르 지음/한길사쇠렌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Begrebet Angest)』, 임규정 옮김, 한길사, 1999.비트겐슈타인이 키에르케고르를 두고 ‘진실로 종교적’이며, 자기에겐 ‘너무 심오하다’라고 말했을 때, 여기에서 우리는 키에르케고르의 철학 세계의 한 단면을 알아차릴 수 있다. 키에르케고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언제나 ‘신앙’이었고 그 신앙으로 자신이 구원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그가 ‘확신과 내면성은 사실상 주체성이다’(p. 365)라고 말했을 때 난 이미 확신과 내면성을 내 속에서 몰아내고 있었으며, 그가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다’(p. 397)라고 말했을 때 난 불안을 앞에 두고 ‘고개 돌리기’와 ‘눈감기’를 ..

근대성의 구조, 이마무라 히토시

근대성의 구조 - 이마무라 히토시 지음, 이수정 옮김/민음사 근대성의 구조, 이마무라 히토시(지음), 민음사, 1999. 1. 인과율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현상에는 인과율 (causality)이라고 하는, 라는 이름의 족쇄에 묶여 있다. 그리고 현재의 고통이나 불합리는 이것을 둘러싼 이러한 인과 관계를 이해할 때에만 벗어나거나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 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근대인(Moderni)라면 그렇게 생각 할 것이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이 속해 있는 우주에 비한다면 '근대(Modern)'란 그렇게 특별한 시대는 아니다. 단지 이 세계와 우주, 그 속에서 진행되는 인간들의 삶을 이러한 인과 관계와 이성의 눈을 통해 보다 치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