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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남대문 인근의 한옥카페


아직 대기 틈으로 봄이 스며들기 전, 혹은 그렇게 스며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안은 숙녀들이 지나가던 세종로 인근 카페에 들어가 잠시 머물렀지.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고, 그 남자도 지나고 그 여자도 지나고 사랑도 지나고 이별도 지나고, 내 철 없고 순수하던 마음도 그렇게 지나가 버렸지. 하지만 내 몸은 철 없는 채로, 순수한 채로 여기 있는데, 이 몸에 어울리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지치고 의욕 마저 희미해진, 누군가의 마음만 남아 그 몸과 싸우고 있었지.


그러다가 어느 새 봄이 오고, 황사가 오고, 미세먼지가 내 코와 입을 통해 내 폐로 들어오고, 내 깊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억지로 잊고 있었던 그 옛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계절이 오고, 그 핑계로, 혹은 다른 핑계로 술을 마시고 자유로운 일탈을 꿈꾸며 영원한 도망자를 잠시 상상해보지만, 철 없고 순수한 몸에는 이미 무모한 용기 대신 차분한 현명함이 남아있었을 뿐. 


요즘 자주 낯선 이들로 가득찬 남대문과 명동을 오가지. 그러다가 혹시 예전에 사랑하던 이가 다녔을 법한 갤러리나 미술관도 갈 법 한데, 아니면 한 때 그 남자, 또는 그 여자가 함께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배회했을 그 거리 속에서 잠시 혼자 술 한 잔 할 법도 한데, 그렇게 하기 싫었지. 그런게 일상이거니, 체념했어. 깊은 체념, 그리고 저 봄인 듯 여름인 듯한 대기와 함께. 


그렇게 계절을 잊어버린 대기 속을 떠다니는 현명한 마음과 함께. 


*           * 


출근길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미국 샌디에고 라디오방송을 듣는데, 모차르트의 심포니들 중에 도시 이름이 붙은 곡이 2곡이 있는데, 한 곡은 프라하, 다른 한 곡은 파리라고 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31번을 들으며 나비가 마치 작은 새처럼 나는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때 파리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은 어디로 간 걸까. 


파리Paris라.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Paris, Texas>>도 있었구나. 이 때의 나스타샤 킨스키는 최고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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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
터벅, 터벅, 까끌, 까끌, 두리번, 두리번, 쓸쓸하다 말고
내일 걱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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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개가 낀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고. 강서구 방화동의 집에서 삼릉공원 사거리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보통 1시간 반이 걸린다. 이건 지하철의 경우이고, 그냥 시내버스를 타면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피곤하거나 지각을 했을 경우에는 김포공항으로 가서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간다.

옆에서 보는 김포공항은 꽤 커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너무 작기만 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 바다 건너 온 사람들과 함께 공항 버스를 타고 가는 출근길은 피곤하고 쓸쓸하다. 
 
 

며칠 전, 드립 포트를 하나를 장만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사무실 책상은 언제나 깔끔하게 사용하려고 한다. 결국 내 생의 긴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웃기 위해 노력한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믿었는데, 낙천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성격이 더 정확할 듯 싶다.

사무실에 오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잠시 사치스러운 휴식을 취해본다. 일이 밀리고 음악이 밀리고 책이 밀리는 건 나이가 들어도,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라니. 이 번잡스러운 일상이 언제쯤 정리가 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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