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파드릭 모디아노의 <<잃어버린 거리>>(김화영 역, 책세상)라는 소설을 읽다보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한 부류는 책을 쓰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감으로 해서,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자네는 어디에 속할 것같나?" 라는 문장을 만난다. 한때 이 둘을 혼동했었다.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야만 책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단지 책과 같은 인생일 뿐, 책은 아니다.

나도 김영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매력적인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 <도드리>를 읽고 '제법이다'라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으로 <<나는 나를 --->>(문학동네)을 읽고 망가졌다. 송경아도 이 부류이다. 조경란은 그녀의 등단작 <불란서 안경원>을 텍스트로 문장연습을 한 경험이 있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녀의 단편은 살아남지 못했다. 온통 빨간펜이었으니. 아직 백민석은 읽지 못했다.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들도 바흐를 들었고, 모짜르트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모던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문학사를 보면 1950년대는 '암흑기'다. 뛰어난 작가들은 다 월북한 상태였고, 아직 김수영과 김승옥은 나타나지 않았으니.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민음사)을 읽으면서, 고진은 20세기초반 일본문학에 대해 이토록 명징한 글을 쓰고 있는데, 왜 한국은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근대문학시기에 한국은 무엇을 했는가? 식민지 상태였지만, 그로 인해 많은 명석한 지식인들이 '생존' 그 자체에 대한 절망을 몸에 새긴 채로 일본 유학을 했었다. 가끔은 유럽에 유학을 갔던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칸트와 헤겔, 마르크스, 엥겔스를 가지고 들어왔으며, 세잔느를 알았고, 바흐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 9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매우 낯선 이야기다.

                 *            *

프랑스로 그림 공부를 떠났다가 아예 붓을 버리고 이가 몇 된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떨린 가슴을 안고 렘브란트나 세잔느의 작품을 보러 루브르로 달려가고, 그들은 그 곳에서 '과연 내가 꿈꾸는 그림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처절한 물음에 봉착하게 되고, 끝내 붓을 버린다고 한다. 뒤샹도 그림을 버렸다. 아직 뒤샹의 모든 고민을 알지는 못한다. 그의 <<샘>>이라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萬感이 교차한다. 근대 소설이 시작됨과 동시에 근대소설을 벗어나는 스턴의 <<트리스트람 샌디>>(*번역 되지 않았음. 번역이 되어도 재미없을 것같음)가 만들어졌고, 세잔느 이후로 현대미술이 시작되었다라고 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뒤샹 은 아예 미술 그 자체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곤 붓을 버렸다. 뒤샹 이후의 작가들은 뒤샹이 그어놓은 미술의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할 뿐이다.

               *                *

역시 플라톤은 대단한 놈이다. 그가 그어놓은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 '인간은 존재(being)의 세계에서 생성(becoming)의 세계로 추방되었다'는 말은 그가 죽고 난 몇 천년동안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헤겔도, 하이데거도, 아니 모든 철학자와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플라톤주의자일 지도 모른다. 그건 자신의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한, 고대 이후의 인간 사투를 가르쳐주는 한 단어일 것이다. 뒤샹이 그림을 버린이유는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한 작품의 불꽃이 하늘의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같아질 수 없다는 절망에 대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Comment +0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맥그레이스

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

반듯이 누워

반듯이 누워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얇게 흔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건조함에 묻혀 아주 짧게 내 삶을 되새기며 슬퍼한다. 이름 모를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내 몸 위에 살짝 앉았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장영준(옮김), 그린비 노엄 촘스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에게 .....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지음), 권진아(옮김), 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너무 유명했던 탓에, 내가 그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이 세계문학전집의 폐해다. 헤밍웨이의 소설들.....

파리 Paris, 명동 Myeong-dong
바니타스 Vanitas
Chateau Meyney Prieur de Meyney, Saint-Estephe
Chateau Meyney Prieur de Meyney, Saint-Estephe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김석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