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의 조건 -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청림출판 |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으려다 그만둔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성실한 인문학 전공자라면, 이 책은 읽는 건 꽤 고역일 듯 싶다. 가령 이런 문장들.
마르크스는 종종 다윈, 프로이트와 함께 현대 세계를 창조한 삼위일체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 정의한 것이 있다면 마르크스 대신 테일러를 그 자리에 앉혀야만 한다. 테일러가 그에 걸맞은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단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 간의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선진 경제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지식을 작업에 적용한 테일러의 연구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53쪽)
노동 현장에선 악명 높기로 유명한 테일러주의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사랑은 한편으로 이해되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기도 하다. 그에게 느긋한 오후의 한가로운 독서나 한 잔의 차가 사치나 허영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피터 드러커의 막스 베버에 대한 평가는 한참이나 잘못 되어 있다. 마르크스에 대한 전 세계적 반항심이 고조에 달했던 시기를 거친 점을 고려한다면, 마르크스에 대한 평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역자는 피터 드러커를 '20세기 최후의 지식 르네상스인'이라고 추켜 세우지만, 나는 피터 드러커가 철학이나 사상, 혹은 지성사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편이 더 나았을 듯 싶다. 아니면 제대로 된 논증이나 근거를 뒷받침해서 쓰든가. 기업 경영에 있어서 그의 공헌은 인정하고, 그의 저서들이 가진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는 경영학이라는 분야에 국한될 뿐이다. 도리어 그의 잘못된 견해를 읽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다행히 미술이나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보기엔 피터 드러커를 '지식 르네상스인'으로 추켜 세운 건 좀 낯간지런 표현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적으로 실용적인 목적에서이며,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이다.
간단히 말해, 조직은 끊임없는 변화를 전제로 조직되지 않으면 안된다. 조직의 기능은 지식을 작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작업 도구에, 제품에, 제조 공정에, 작업 디자인에 그리고 지식 그 자체에 지식을 응용하는 것이다. 지식은 빨리 변한다. 오늘은 확실했던 것이 내일에 가서는 언제나 어리석은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지식의 본질이다. (67쪽)
이 책에서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조직, 리더쉽, 지식 노동자로서의 개인의 자기 관리이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은 공헌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을 지향하고, 또한 목표를 향해 외부 세계로 눈을 돌린다. (135쪽)
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의 내용, 수준, 기준, 영향력의 측면에서 그리고 상사, 동료, 부하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목표 달성의 관건이다. 또한 회의나 보고와 같은 일상의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136쪽)
시간관리에 대해서도 피터 드러커는 조언한다.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 그는 먼저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시간을 통합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집중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조직의 구성에 대해서는 강점을 바탕으로 구성하고(이는 개인의 역량 구축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은 행동을 하기 위함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권하는 이유는 조직과 개인의 자기 경영에 대해 똑똑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쓸데없는(관점에 따라선 한참 잘못된) 정보도 있음을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