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회사 워크샵을 강화군 석모도로 다녀왔다. 이 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2년이 꽉 채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도전과 실패, 혹은 작고 어정쩡한 성공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이 작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니기 시작한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답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일까.
늦가을 햇살이 갯벌을 숨긴 바다 물결 위로 부서졌다. 사소하게 눈이 부셨다.
차를 싣고 짧은 거리의 바다를 건너는 배 뒤로 갈매기들이 쫓았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입맛이 길들여진 갈매기는 이미 야생의 생명이 아니었다.
석모도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황혼이 찾아들었다. 근처 해수욕장으로 가, 갯벌을 지나 바다를 너머 지는 태양을 보라보았다. 그런데 나는 황혼녁만 되면, 고등학교 시절 혼자 경남 도립 도서관의 작은 열람실에 앉아 소설을 읽던 기억이 겹치곤 한다. 그 때 나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유희'를 읽었다.
오랜만에 에릭 사티를 듣는다. 지금 나는 점심 시간 텅빈 사무실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