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미술의 빅뱅, 이진숙

지하련 2011. 1. 8. 15:05

미술의 빅뱅 - 10점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작가의 마음과 작품가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것이 내가 이 책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저자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작품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책에 소개한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였으며 자료를 모았고 작품들을 보고 읽었다.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예술이란 사회의 가장 예민한 감각 기관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묘한 변화를 예술가들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재빨리 알아차려서 발설한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들을 ‘세상의 비밀과 통음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예술가들은 확실히 새로운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긍정한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작가는 아래와 같으며, 그 작가들의 작품들이 원색 도판으로 실렸다.

1. 이승애, 슬픔 항전기
2. 김아타, 인달라 속으로 사라진 세상
3. 김혜련, 정물에서 풍경으로
4. 이동기, 팝아트에 대한 팝아트
5. 서도호, 카르마 저글러의 옮겨 다니는 집
6. 김정욱, 상처의 역사
7. 정연두, 핸드메이드 라이프
8. 홍경택, 연옥에 울려 퍼지는 훵케스트라
9. 권오상, 조각에 대한 365장의 진술서
10. 김남표, 촉감으로 그리는 세상
11. 남경민, 그림의, 그림에 의한, 그림을 위한 그림
12. 오형근, 미디어 덮어쓰기와 뻥사진의 진실
13. 최우람, 일렉트릭 애니미즘
14. 정수진, 추상화되기 퍼포먼스
15. 박민준, 세상의 비밀을 보는 예술가
16. 천성명, 줄무늬 씨의 끝나지 않는 연극



이 책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고민을, 어떤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일독을 권한다.



tip. 책읽기 가이드

미술 초심자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게 서술된 책이라고 여기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과 미술에 대한 독서는 별개다. 읽고 어렵다고 여겨진다면, 먼저 도판부터 감상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소개된 작가들의 이름을 기억해두자. 이 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 이 책이 새롭게 읽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