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하련 2001. 3. 21. 22:11


향수 (양장) - 10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읽기엔 너무 끔찍스러운 이 소설은 영웅주의와 유미주의가 뒤섞인 채, 인간에 대한 혐오와 자기 파괴로 일관되어 있다. 그르누이는 이 소설이 시작할 때부터 인간이 아니었다. 그르누이적 세계-냄새로만 자기 정체성이 구성되는 세계 속에서 그르누이는 인간의 냄새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자라는 정체성은 그가 바로 신적인 지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은 소설의 시작부터 은근히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르누이는 향수 제조인으로서의, 비평적 용어로 말하자면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에 속한다. 자신을 매혹시키는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그가 하는 행동은 극단적 유미주의로서 '아름다움' 이 외에 이 세상의 절대적 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당신들도 그르누이가 혐오하는 인간들 중의 한 명이며 그래서 그르누이가 당신의 옆으로 지나갈 때, 그르누이가 쳐놓은 향기의 저주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며 그르누이의 영혼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끝없는 조롱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것은 쥐스킨트가 바로 독자에게 퍼붓는 독설인 셈이다.

너무 우습지 않은가. 이 소설을 읽고 열광하는 독자들의 어리석음이란. 난 이 소설이 끔찍하기 그지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