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근황

지하련 2006. 12. 6. 11:46
근황이랄 것도 없다. 너무 바쁘다. 올 초 플러스 인생으로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과는 반대로 다시 마이너스 인생을 향해 가고 있는 연말이다. 연애에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연애란 의지와는 무관하고, 싫다는 여자는 끈질지게 쫓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마음으로는 관심 있음에도 불구하고, 툭 싫다고 말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하긴 그런 여자도 없었군). 이해를 해야만 된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싫다고 말하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연애 코칭을 자처하고 나서는 이들 모두 나의 이 태도가 (매우)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역시나 난 내키지 않는다. 결국 내가 듣는 소리란, '결혼하셨어요?', '애는 있으세요?', '아니 어쩌다가 아직 솔로세요?'라는 끔찍한 말들 뿐이다.

10월부터 주말에 마음 놓고 쉰 적이 별로 없는 것같다. 즐거운 주말을 보낼 때에도 업무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가을의 감상에 젖어들지 못한 최초의 가을이었다. 어젠 새벽 2시까지 일했고 오늘은 밤을 새워야 할 듯하다.

영어와 불어를 마스터해야 다음 단계로의 인생 업그레이드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띄엄띄엄 집중하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요즘 즐거움은 '원피스'와 '블리치'로 다 쏠려버렸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 일 년이 되었다. IT를 벗어나 오프라인 굴뚝 기업이나 무역회사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력서 내고 면접 보고 하는 통상적 절차가 싫었고 대출 이자를 내라는 은행의 독촉으로 인해 아는 분 소개로 들어와, 해보지 않던 잡지(사보) 편집 팀장 일을, 일 년 동안 하고 있다. 가끔 옮기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이번에 옮기면 내가 원하는 분야(문화/예술 쪽 경영 마케팅)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제안은 없으니 그냥 묵묵히 있을 뿐이다.

이제 나이를 너무 먹어, 영혼의 자유보다는 일상의 구속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터라, 항상 미래는 어둡고 그늘져 있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술 마시는 횟수가 많이 줄였고 가끔 운동을 한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머리가 녹슬어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온라인 MBA 과정이라도 신청할 생각이다. 이것도 몇 백만원 들어간던데. 2007년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할 모양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주말에 맛있는 Wine이라도 마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