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겨울의 시작

지하련 2006. 12. 11. 11:48
소곤소곤한 12월의 낯선 월요일 오후가 저 멀리 떠있는 한낮 달의 인력에 이끌려 밀려다니는 찬 파도처럼 내 눈 앞을 지나쳐간다. 오후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길한 추억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섯, 여섯, 여섯, 여섯,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중단시킬 수 없는 과거, 또는 미래의 어두움이여. 축 쳐진 어깨 위에 앉은 흰 날개의 소녀는 간밤의 악몽 속에서 머문 채 눈물을 흘리고 오래된 커피 믹스로 탄 머그잔의 커피는 낡은 먼지 향을 풍기며 온기를 잃어간다. 이번 겨울,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찬 별빛들이 우수수 떨어진 자리에 피어나는 우울한 영혼들의 슬픈 축제들로 만들어질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