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도망치듯 겨울 저녁

지하련 2006. 12. 12. 11:49
낮은 눈길, 스러져가는 빛깔, 지친 붉은 입술, 거리의 은행나무들의 푸른 잎사귀들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바쁘게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 풍경, 어느 새 2007년의 12월이 와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내 나이도 서른 다섯이 된다. 이 지리한 싱글 생활도 그만 둘 때가 된 셈이다. 이 지리한 한국에서의 생활도 그만 둘 때가 된 셈이다. 이 우울한 지구에서의 생활도 그만 둘 때가 된 셈이다. 이 처참한 은하계에서의 생활도 그만 둘 때가 된 셈이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들은 너무 희귀하니, 과연 그만 둘 수 있을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낡은 일본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110볼트. 구입가격 100,000원.
오디오테크니카 바늘와 소형 트랜스 30,000원.
현재 판매가격 80,000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A&B커뮤니케이션 빌딩 꼭대기층을 장식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어느 조명디자이너의 작품. 무려 2,000만 원 이상 하는 조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플한 진공관 파워앰프, 프리 앰프, 아캄 시디 플레이어, 그리고 스피커.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였지만,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듣는 순간 소름끼치는 해상력을 보여주었다.
아, 집에 있는 JBL 스피커가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불가리아산 와인 2병, 칠레산 와인(1895) 2병을 마시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도망치듯 빨려들어간 어느 12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