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바람의 노래

지하련 2002. 9. 6. 23:20
갑자기 뜨거운 바람의 그 열기를 잃어버렸다. 꼭 사랑에 빠져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을 지나가던 한 소녀가 몇 개의 계절을 보내고 난 다음 화사함은 다 사라지고 투명한 어두움, 생의 어떤 깊이를 가진 미소를 지어보일 때, 문득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듯이, 새벽 택시에서 내려 열기를 잃어버린 바람의 노래를 보면서, 잠시 쓸쓸함을 느꼈다.

찬 바람이 분다. 이 지구 위에 살아가는 젊음들이 어디에 가서 부딪히고 어디에 가서 우는가와는 아무런 관계 없는 바람이. 그저 한 쪽 방향에서 한 쪽 방향으로. 때로 빙빙 돌면서 불기도 한다.

도시의 빌딩들이 지하보다는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올라가듯이, 내 눈물은 하늘을 향하기 보다는 땅바닥을 향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도시의 빌딩이 위로 향하는 것과 내 눈물이 아래를 향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후... ... 전자는 인간의 의지이지만, 후자는 인간의 의지로 되지 않는 것.

또 하나의 계절이 떠나고 있다. 무심한 자연과 그 자연을 무시하는 인간들이 이 땅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찬 바람들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소곤거리기 시작한다.

"은하계가 사흘 있다 무너질꺼래. 어떡해. 어떡하긴, ...  우주에도 바람이 불겠지. 그럼 우주로 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우주에 바람이 불지 않으면 어떡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