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지나간 미래와 사로잡힌 영혼

지하련 2002. 11. 3. 21:18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지나간 미래>는 무척 재미있다. '근대의 지나간 미래'에서는 '미래'가 오늘날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사연에 대해서 논하고 있으며 '역사는 삶의 스승'에서는 하나의 토포스가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통해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아직 두 장 밖에 읽지 않았지만, 역사학자로서의 그의 명성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사로잡힌 영혼>은 말 그대로 문학에 대한 생각 밖에 없는 사람의 자서전 비슷한 책이다. 500쪽 되는 책에서 200쪽 정도 읽었는데, 쉽게 읽히는 것이 좋기는 하다만, 이 사람, 너무 편견에 휩싸여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다들 좋다는 이 책이 나에겐 끊임없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그는 문학이 자신을 구원해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지만 난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예 현대적 문학이나 예술은 '구원'이라는 고전적인 믿음의 허상을 폭로하는 것이 임무라는 생각까지 할 경우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