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

지하련 2003. 2. 12. 16:34
왜 모든 것은 아래도 떨어지는 것일까?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 다리 난간을 부수고 떨어지는 스쿠프, 아니면 기력이 다한 봄 나무의 꽃잎. 과연 그것은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밀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혹시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은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발없는 새의 이야기. 그 새는 평생동안 땅에 닿지 못한다. 발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나 하늘에서 자고 하늘에서 먹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그러던 발없는 새도 생에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죽음.

발없는 새와 반대로 우리는 발없는 새가 땅에 닿는 순간처럼 우리도 그 순간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환생이 없다면 더 이상 아래로 떨어지는 일따윈 겪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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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11일 적은 글이다. 오늘 오래된 노트를 꺼내 읽다 발견했다. 지금보다 그 때 글을 더 예리하게 적었던 것같다. 우습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