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글, 키취, 부시

지하련 2003. 2. 16. 16:34
1. 글쓰기

레지스 드브레의 말처럼 '테니스선수가 테니스를 연습하듯이 글도 그렇게 매일 꾸준히 쓰야' 하는데, 돈벌이는 종종 이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의욕 넘치는 상사와 동료를 가지고 있을 경우 이는 더욱 힘들다(* 이 경우는 의욕이 없고 불성실한 상사와 동료를 가진 것보다는 훨씬 낫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 요즘 한 달간 계약직으로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 중이다. ㅡㅡ)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키취(Kitsch)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 단어에 대해 글을 쓴다고 했으니, 게으른 자에게 이런 약속보다 무서운 것도 없다. 더구나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단어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했으니.

학생으로서 글을 쓸 땐 요약 정리만 잘 하면 된다. 요약정리한 걸 보면서 나중에 되새겨도 늦지 않다. 하지만 문학공부를 먼저 하였던 이들은 요약정리에는 약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하려는 헛된 욕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직 그런 버릇이 남아있나 보다.

  2. 키취

  오늘 '키취'라는 주제로 씌여질 글에 대해 대강의 스케치를 해보았다. 그런데 먼저 떠오른 단어는 '현대의 비극'이었다. 이는 장 보드리야르가 지목하였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인정하였던 그 비극이다. 키취는 현대 미술에 있어서 핵심적인 테마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이는 현대인들이 가지는 심리적 태도의 반영이면서 현대인들 스스로 파는 무덤이기도 하다. 앤디 워홀과 폴 오스터가 동시에 공유하는 태도이기도 하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일식>에서 볼 수 있는 '자기반영성'의 타락한 형제이기도 하다.  ... 이런 식으로 적다보니, 글은 이내 방대해지고 말았다.

  '키취'에 대한 글도 책도 많다. 이것이 문제다. 요약정리에만 의미를 두지 못할 때, 글쓰기는 힘들어진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같다.

  3. 부시

  아무래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같다. 그에게 어울리는 시대는 중세나 유럽의 열강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던 시대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부시들이다. 부시들은 오래 전에 모만화에 나왔던 사오정이 저팔계와 손오공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고 삼장법사는 너무 허약하다고 생각할 때, 사오정이 택하게 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인식능력과 파워의 부족으로 인해 '먼저 큰 소리부터 하기'를 가장 큰 무기로 활용한다. 사오정에게 있어 뒷수습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인식 능력과 파워의 부족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은 대단한 것이다. 한 9.11 사태로 열받은, 다수의 미국인들-스스로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하는-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슬픈 일이다.

  오늘 반전 데모에 가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