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So What?

지하련 2003. 4. 3. 16:48
   학동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오면 택시들이 일렬로 서있다. 개인택시들은 없고 다들 영업용들이다. 한결같이 아침 일찍 나와 천천히 지쳐갈 무렵의 사내들이 몰고 있다. 몇 명은 뒷좌석에 세 명을 태우기 위해 안가힘을 쓴다. 몇 명의 손님은 이 황당한 풍경 속에서 어쩌지 못한다. 이 풍경은 학동역에서만 두드러지는데, 다른 역에는 감시카메라가 달려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뿐이다.

   나도 처음 마주하였을 때, 참 황당하였는데, ... ...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 늘 늦게 일어나고 늘 피곤하다. 사무실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늘. 언제나.

   금방 전화가 왔고 글쓰기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So What? 컨설팅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에 하나다. "그래서 뭘?" 참 무참한 말이다. Logic한 추론 과정 속에서야 무참하지 않지만, 인생에 이 말을 적용해버리면 끔찍해지기까지 한다.

   뭐, 끔찍한 게 인생이니. 별 수 없다. 그냥 이라크로 날아가서 반전 운동을 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한 가족의 아버지인 미국이나 영국의 군인과 총을 마주대고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다, 운 좋게 살아남으면, 이라크의 아이를 입양해서 한국으로 돌아올까. 후. 말이나 생각은 쉽다. 아마 이라크로 날아가면 그 곳에 적응하기 조차 힘들어할테고. 말도 되지 않는 전쟁을 목격하면서 내 생의 비극적 세계는 더욱 심화될테니...

   이번 주 토요일이 휴일이라는 사실을 그저께 알았다.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갈까.

   안드로메다 성운와 같은 우주 저편이나 4000미터 바다 속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