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엥시당, 혹은 Incidents

지하련 2003. 4. 15. 16: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베리아 항공사 여직원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에 진하면서도 무미건조한 화장을 하고 있었으며, 핏빛같이 붉게 칠한 아주 긴 손톱을 갖고 있었다 - 오랜 습관이 되어 버린 강압적인 제스처로 길다란 항공권들을 만지고, 접는 그녀의 손톱들 ... ....

  - 롤랑 바르트, 오래전 모로코에서.

  점심시간, 나가지 않고 남아 모짜르트를 듣고 있다. 어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오늘까지 피로가 풀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삶이 힘에 부치는 오후가 시작되고 있다.

   길을 걷거나 차장을 쳐다보거나 어두운 지하 속에 통과할 때나, 롤랑 바르트의 새로 나온 책을 읽는다. 이 사람도 여러 사람들처럼 차에 치여죽었다. 차에 치여죽음. 참 극적이면서도 너무 흔해 빠진 일이라 선뜻 권하고 싶은 죽음의 방식은 아니다.

    이런 봄날, 우리는 늘 죽음의, 어떤 방식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롤랑 바르트의 이 책, <작은 사건들>, 그냥 쉽게, 별 생각없이 읽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