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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칼의 노래 -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김훈(지음), , 생각의 나무 내 몸 속에, 내 가슴 속에 죽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소설의 짧고 단단한 문장들 틈 속에서 소리죽여 울어야만했다. 하지만 죽여야할 것들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내 몸 속, 내 가슴 속에서 날 공격했고, 소설 속 화자인 이순신이 죽여간 왜며, 부하며, 조선포로며, 전과를 말해주기 위해 짤려져, 소금에 절여진 머리통 위로 내 얼굴이 떠올랐다. 말은 비에 젖고 청춘은 피로 젖는구나 젊은 왜가 칼에 새겨놓은 저 글귀는 이내 내 영혼을 파고들고, 나를 버려도 내 육체를 버리지못함이 한없이 슬프고 내 몸짓들의 까닭없는 부정들이 날 공포 속으로 밀어붙인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신현암/강원/김은환

, 신현암. 강원. 김은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은 이러한 공감과는 다른, 한 기업의 생존이 걸려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유지해나간다는 것은 뛰어난 전략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일들 중의 하나다. 그러나 최근까지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브랜드에 대해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대기업이나 일반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국내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삼스럽게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간략하지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있는 책이다. 많은 브랜드들에게 어떤 위기가 닥쳤는가, 그리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부터 브랜..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사이언 그리피스

, 사이언 그리피스 엮음/이종인 옮김, 가야넷, 2000년 예전에 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 책도 그와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라는 책은 한 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오고 간의 대화들의 깊이가 그들의 가지고 있는 명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눈에 띈다. (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지만)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매우 잘 구성된 책이다. 이 책은 런던타임즈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30명의 학자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 프렌치 앤더슨, 칼 제라시, 갤브레이스, 아마티아 센, 노엄 촘스키, 스티븐 핑커, 케빈 워웍, 셰리 터클, 프랜시스 후쿠야마, 슬라보예 지젝, 일레인 쇼월터, 아서 C. 클라크, 대니얼 골먼, 안드레아 드워킨, 리처드 도..

가을 오후 햇살들의 침입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그대의 그림자는 나는 보았다. 하지만 그대 쓰러지는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나는 8차선 중앙선 위로 달려드는 나비떼에 쌓여, 끝내 질식사한다. 가을 오후 햇살들이 몰려다니며 서울 여기저기를 황폐하게 만들고 쓸쓸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고 끝없는 젊음의 터널 가장자리로 우리들 인생을 몰아내고 나, 끝내 질식사 한다.

바빌로니아사람들의 "사랑의 병"

환자가 가벼운 기침을 계속하고 말문을 닫을 때가 많으며, 혼자 말을 자주 하고 이유도 없이 웃는다. ... 보통 때에도 풀이 죽고 목이 조이는 듯이 느끼며, 먹고 마시는 것에 아무런 즐거움도 발견하지 못하고 커다란 한숨을 쉬면서 줄곧 '아아, 불쌍한 내 마음이여!"만 읊조리는 경우, 이 환자는 사랑의 병을 얻은 것이다. - 기원전 3천년경, 메소포타미아 어느 석편에 정의된 사랑의 병. **** 몇 천년 전 고대인들이 정의한 사랑병 환자. 그 매력적인 풍경 속으로.

동사서독

그냥... 2001년 10월 가을비 내리는 한 밤 중, 동사서독의 한 모퉁이를 떠올리며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죠. 난 그 단어를 듣고 싶었는데, 그는 끝내 그 말을 하지 않았어요. 너무 자신만만했던 거죠. 그와 결혼하리라 믿었는데, ... 난 그의 형과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던 날 나에게 같이 가자는 걸 거절했어요. 예전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중요하게 여겨 소리내어 말해야만 영원하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든 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었더군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내가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1 '다치바나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 뒷면에는 '지의 거인'이라는 단어가 다치바나라는 이름 앞에 붙어 있다. 이런 식의 거창한 단어들이 쓰인 책일수록, 대체로 무책임하면서 저급한 경우가 많다. 이 책? '무책임'이나 '저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별 내용 없는 책이라는 점에서 여러 다른 책들과 엇비슷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데에는 많은 목적이 있다. 다치바나처럼 지적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학문적 목적 때문일 수도 있으며 궁지에 몰린 인생에 해답을 찾기 위한 절대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만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왜냐면 ..

보보스, 데이비드 브룩스

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저, 동방미디어 아마 이 책은 내가 eBusiness에 대해서 몰랐다면 매우 단호하게 혹평을 했을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여러 평자들을 통해 알려진 그러한 찬사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코믹 사회학'(약간은 경멸적인 어투의)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보보스BoBos란 Bourgeois와 Bohemians를 합친 단어이다. 그리고 책의 목차는 교육받은 계층의 부상,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 영적인 사람, 정치와 그 너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에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헤미안은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며 자본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부르조아는 그..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한길사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고 느낄 때, 진정으로 그러하다고 느낄 때, 그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란 몇 가지 밖에 없다. 그 첫 번째가 죽음이며, 그 두 번째는 죽음이 무서워 벌벌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정도. 그 외에도 있겠으나 내가 아는 바는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러니 그-루소-가 정말 '고독'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루소의 두 가지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하나는 그 나쁜 놈들, 자신을 미워하고 모함했던 자들에 대한 증오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증오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산책'이란 삶의 거친 풍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행위들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