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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

새벽 4시가 넘어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9시 경에 눈을 떴으나, 이후 잠을 계속 잘 수 밖에 없었다. 11시가 다 되어 눈을 떴지만, 아직 몽롱하다. 독한 커피를 마실 것을 후회하면서 밋밋한 모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잠이 부족하면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오래된 메모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한 부류는 책을 쓰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감으로 해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자네는 어디에 속할 것 같나?" 파드릭 모디아노의 에 나오는 문장이다.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옮겨적기를 잘못한 것인지, 책을 쓰는 사람과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구분하다니, 뭔가 어색하다. 차라리 책을 읽..

젊음이라는 이름의 병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인생은 나를 구름 속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대좌(臺座) 위에서 내 눈에 비치고 있었다. 대지에 닿고 싶다고 강력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젊었다 - 는 것은 결국 내가 자신의 착오를 사랑했으며, 그 주제에 남으로부터 그것을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피했었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그것을 바란다는 그 청춘기의 병(病), 그 병이 솔직히 말해서 나의 내부에서는 거의 미친 듯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피로하게 하고, 벌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리고 달아나고 있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일찌기 없었던 나..

술. 일. 인생

1. 술 술 마시고 난 다음 전화질 하는 게 버릇이 된 것같다. 매번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데. 어제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렸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야지. 2. 일 제안서 하나를 써야한다. 대강 써서 내일 오전 완성해야한다. 그리고 내일 비즈니스 수다를 떨어야한다. 3. 인생 인생이 뭔지 나도 모른다. 너도 모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일까? 생명이란 가치있다고 믿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혹시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경도, 데이바 소벨/윌리엄 앤드루스

경도The Illustrated Longitude - 데이바 소벨, 윌리엄 앤드루스 지음, 1995.(김진준 옮김, 생각의나무, 2001) 위도와 달리, 경도는 지구 위에 그어지는 선이지만, 그 선을 알아내기 위해선 우주와 지구를 둘러싼 운동들을 알아야만 했다. 항구를 떠난 배가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서 경도를 알아내는 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18세기가 되기 전까지 그것은 불가능했다. 경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하지만 경도에 대한 책이 아니라 어느 시계에 대한 책이다. 지구와 달, 그것들을 둘러싼 천체들의 움직임 속에 있지만, 바람과 거친 파도 속에서도 일정하게 움직인 견고한 어느 시계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하나의 시계가 우주의 움직임, 지구의 자전 공전, 하늘에..

불면증, 혹은 리듬의 파괴

아침 7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12시가 막 지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마디로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활 이면에 드리워진 경제적 공포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역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새벽에 서준식 선생의 편지들을 읽었다. 감동적이었다.

1월 3일 스터디

간단하게 공부한 바를 정리하였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정신현상학 부분은 설명할 자신이 없어 헤겔과 장 이뽈리트를 인용하였습니다.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Vorlesungen uber die Philosophie der Geschichte, Suhrkamp 35쪽 강독 부분 한글로 옮김 : 우리는 저 결과를 웅변조의 과장 없이 민족 형태와 국가 형태 및 개인적 덕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것이 감당했던 불행의 적절한 총합을 가장 끔찍하고 가장 무서운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고 그 그림으로 인해 그 어떤 위로의 결과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는 가장 심각하고 억누를 길 없는 극한 비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에야 비로..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문학과 지성사 나는, 내가 읽으면서 몽상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려고 한다. 나는 몽테뉴, 루소, 바타유가 시도했던 것에 완전히 감탄했다. 그들은 사유, 삶, 허구, 지식을, 마치 그것들이 하나의 몸인 듯 뒤섞었다. 한 손의 다섯 손가락들이 무엇인가를 붙잡고 있다. - 제 32장, 292쪽. 소설 1 : 이제 소설은 몽상과 개인의 독백만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소설에 있어 Reality란 실제의 세계(real world)를 반영할 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있어 진실한 것, 하나의 고백(confession)일 경우에 Reality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인과란 무시해야하는 것이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들의 영혼을 위해 달콤하고 지적인 사랑의 단어들은 전통적인 소..

1월 1일

며칠 동안 술에 쩔어있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나에게 새해 축하 메세지를 보내온 이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못했다. 새해라. 시간의 구분이 뭔지 모르겠지만, 다들 새해라서 계획도 세우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또다른 꿀꿀한 해라는 실체(본질)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계획이나 마음 가짐도 다 부질없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ByTheWay, 오늘부터 신년연락이나 해볼까나.

우연, 르 클레지오

르 클레지오, 우연, 앙골라 말라, 문학동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르 클레지오는 그러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신비, 어떤 매혹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신비와 매혹이 현대 문명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까지도 시적인 풍경으로 묘사한다. 무척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르 클레지오의 화법이나 문장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꽤나 지루해할 만한 소설이다. 지극히 현대적인 소설이긴 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고 프랑스에서도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일 것이다. 다음 기회에 르 클레지오의 문학 세계를 다룬 글을 올릴까 한다. 따지고 보면 르 클레지오의 문학 세계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김효정 옮김/문학과지성사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 1926.(김효정 옮김, 문학과 지성사, 1999) 살아가는 게 버겁다. 소박하고 순수하던 고대의 풍습은 시간의 바람 속에서 먼지가 되고 훗날 그 먼지들을 모아 새로운 성(城)을 쌓지만 그 성은 우리가 지어, 들어가지 못한 채 버림당하는 곳으로 남겨진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선량한 우리, 아벨에게서 왔지만 그가 가졌던 양들은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지 않고 그 몇 천년 동안 푸른 언덕이며 깊은 호수며 그 곳을 가득 메우고 있던 새와 물고기들은 몇 미터의 높이로 쌓인 먼지들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아,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모스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