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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 

차문성(지음), 책문(성안당), 2013년 초판/2015년 장정개정판 


좋은 책이다. 비전문가인 저자가 전문가가 되어간 과정이 녹아있다. 성실한 내용과 애정이 담긴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박물관학 석사 과정을 마쳤으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유럽 주요 도시에서 가기 쉬운 미술관/박물관을 선정해 보여주었다는 점도 이 책이 꽤 실용적임을 증명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 흩어진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이 책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술기행이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생페테르부르그 등의 도시에 있는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소개와 그 곳에 대한 간단한 느낌이나 감상, 그리고 소장 전시되고 있는 주요 작품들에 대한 짧은 안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내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매우 부러웠다. 한 달 이상 파리에 체류하면서, 일 드 프랑스와 생-제르맹 거리를 오가며, 갤러리에만 있었던 건 아닌가 후회를 한다. 누구나 다 가는 루브르와 오르세만 간 걸 이제서야 후회하다니. 다시 가게 되면 꽤 오래 머무르며 작품들을 보고 와야 겠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미술 관련 서적에서 본 내용들인 탓에, 빠르게 읽었다. 서양미술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여행객들이 미술관 관람이 목적이 아닌 만큼, 이 책에서 언급된 도시에 가게 될 경우, 이 책은 꽤 유용할 수 있겠다. 



렘브란트, <예루살렘의 멸망을 탄식하는 예레미야>, 1630,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구약의 선지자 예레미야를 그렸다. 렘브란트가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런 깊이를 가진 작품을 그렸다는 건 놀랍기만 하다. 아마 그만큼 신앙심이 깊었을 것이다. 예레미야의, 고통을 지긋이 누르며 곤혹스러워하는 얼굴 옆으로 불타는 예루살렘이 보인다. 바로크 특유의 명암법은 화면 전체를 감싼다. 한 쪽은 밝고 한 쪽은 어둡다. 하지만 밝은 쪽은 슬픔으로 가득하고 어둠 속으로는 절망감이 감돈다. 그리고 팔을 괴고 있는 모습 아래로 성경이 보이고 그 밑으로는 바빌론의 왕 느부갓네살로부터 받은 금은보화로 보이는 것들이 놓여져 있다. 전체적으로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기대고 있는 예레미야의 모습을 통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바로크의 고민이 보인다. 확실하 바로크는 과거를 향하지 않는다. 미래로 열린 양식이다. 한 쪽은 밝고 한 쪽은 어둡다. 그러나 우리 시선은 어두운 쪽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저 반짝이는 금속물질의 물건은 참 흥미롭기만 하다. 


이 책에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을 소개하면서 이 작품을 언급했다. 위 설명은 내가 별도로 작성한 것이라 책 내용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작품이 눈에 들어왔는데, 마네의 베르트 모리조 초상화와 렘브란트의 위 작품이었다. 마네와 베르트 모리조의 관계에 대해선 다음에 한 번 언급하기로 하자. 혹자는 19세기 미술사 가장 아찔한 로맨스라고도 하니 말이다. 대체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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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책을 읽기는 하나, 그건 일 년에 한 권 될까 말까이다. 한때 책을 내기도 했고 강의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십 수년 전 일이고, 마지막 잡지 기고를 한 것도 꽤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우연히 강의 제의가 들어왔다. 요즘 아내의 일로 커뮤니티 자치 활동을 잠시 도와주고 있는데, 그 곳에 계신 분의 제안으로 한 차례 강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래는 간단한 강의 개요다. 막상 적기는 쉽게 적었으나, ... 도판 찾는 게 일일 듯 싶다. 요즘은 워낙 온라인 아카이브가 잘 되어 있어 쉽게 도판을 찾을 수 있으나, 정확하고 적절한 도판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지라, 꽤 시간이 걸릴 듯 싶다. 동네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공개적인 장소, 가령 북까페 같은 곳에서 한 번 더 하면 좋을 것같기도 하다. 이런 강의도 자주 해야 까먹지 않는데, ... 머리가 굳어져서 큰 일이다. 


*** 

 

미술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현대미술감상법 


우리의 마음과 예술의 경향 

‘예술은 없고 예술가만 있을 뿐이다’라고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의 첫 문장으로 적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 뒤에 놓여진 예술가의 삶과 그 시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그 때의 예술작품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중세 말의 고딕 성당을 알기 위해선 그 당시 사람들의 신앙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13세기의 유럽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예술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가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신앙의 문제에 있어서 현대의 어떤 사람은 조용히 교회당에 가서 기도를 올리고 아침저녁으로 묵상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교회당 대신 거리로 나가 자신의 신앙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의 차이는 이와 비슷합니다. 신의 존재와 신앙의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각기 다른 마음과 태도도 그 시대의, 그 나라의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생-드니 성당. (1135 - 1144)



매너리즘과 현대 

예술사에서 매너리즘(마니에리즘)은 16세기 중후반의 지배적인 양식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퇴보로 이해되었던 탓에, 이 양식의 명칭은 경멸적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시대의 예술은 가장 현대적인 예술로 인정받기에 이릅니다. 우리는 예술 양식이 어떻게 경멸당하고 다시 받아들여지게 되는가 흥미로운 역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그 당시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게 됩니다. 


틴토레토, <최후의 만찬>, 1592-94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예술은 크게 고전주의(고전적 예술)과 낭만주의(낭만적 예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식에서의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시대와 예술가들,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해하며 현대 미술에 있어서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도 함께 탐구합니다.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1505 



자연주의와 기하학주의 

서로 대립되는 양식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대립되는 양식이 아니라 우리가 외부 세계와 마주할 때 취하게 되는 양식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자연주의와 기하학주의가 함께 드러낼 때도 있습니다. 자연주의 작품과 기하학주의 작품을 함께 비교해가며 예술가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이해하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해봅니다. 


이집트, <사자의 서> 일부, BC.1275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소장품기획전>으로 보는 현대미술과 우리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소장품기획전>은 현대 미술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 작품 안에 그러한 것들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살피고, 현대 미술 작품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니다. 


론 뮤익, <침대에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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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의 정치학

조기숙(지음), 위즈덤하우스, 2017 



정치학이라는 단어가 있어 정치학 이론서라고 오해하기 쉽다. 더구나 아래 동영상을 보면 꽤 전문적인 정치 이론서라는 면모까지 풍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이 책은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기초로, 조기숙 교수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의견(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한 왕따 현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언론사들의 사례들,이해를 돕기 위한 서구 정치사의 변화와 관련된 이론들이 다소 어수선하게 전개되는 대중 정치 서적에 가깝다.  




지식인 중에 이명박과 노무현이 다르지 않다며 '노명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에는 친박과 친문이 패권주의적이라는 점에서 같다며 반문연대를 지지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흑백을 구분하지 못하는 반지성적 태도다.

나는 조동문과 한경오가 같다는 말을 절대로 할 생각이 없다. 분명히  이들 언론은 다르다. 하지만 진보언론이 노무현과 문재에게만큼은 가혹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 325쪽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는 위 인용문과 같다. 그래서 책 내용 대부분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할애되어 있으며, 상당히 설득력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이후의 여러 진보 언론의 다시 행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처음부터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내가 기고하던 고정 칼럼이 노무현에게 유리하면 수정되거나 삭제되거나 이상한 제목이 붙는 일을 겪으면서 언론의 부당함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 12쪽 


책의 서두에서 노무현 정부와 거리를 두었던 조기숙 교수는 자신이 어떻게 친노가 되어갔는지 묵묵히 서술하며, 중후반에는 정동영 의원과의 관계를 이이야기하며 자신이 정치권에 몸 담게 되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노무현 -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야당 정치 지형의 변화를 통해 친노, 친문 프레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이 책의 대부분은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가 어떻게 친노프레임, 친문프레임을 어떻게 확대 재생산하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에게 부정적인 어조로 기사를 내보내는가에 맞춰져 있다. 실제 기사를 사례로 하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수록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좌우언론은 역대 가장 민주적이었던 노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해 비판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90쪽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가 이념의 차이에게 기인한다고 보는 저자는 서구의 구좌파, 신좌파라는 구도를 가지고 와서 설명하는데,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될 것이다. 가볍지만 심각한 왕따 이야기들 속에 갑자기 서구 정치사에 대한 학술적 서술이 다소 뜬금없이 진행된다. 


이들 세대의 핵심 가치관을 '탈물질주의 post-materialism'라고 하는데 물질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문화를 연구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 교수는 유럽의 변화를 일컫어 '조용한 혁명 silent revolution'이라고 했다. 

- 171쪽 



잉글하트 교수의 책은 1977년도에 나왔으며 압축적 정치 성장을 겪고 있는 한국 정치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선 논의의 여지가 있다. 또한 '조용한 혁명'의 결과가 에마뉘엘 마크롱이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진 않지만, 현대 정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의 현실 정치를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재미있기는 하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으며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무현에게 조금이라도 호의적인 사람은 말할 권리를 잃어버리는 게 한국 사회라는 걸 그 때 분명히 깨달았다. 사실 지금도 내가 팟캐스트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다른 영향력 있는 지면이나 방송에서 발언할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 209쪽 


이 책은 정치학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한국 현실 정치의 이론화가 아니라, 왜 노무현과 문재인은 좌우언론 따지지 않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가이며,  이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공감과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읽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다음 사라진 단어들을 보라. 친문이나 친노, 그리고 여타 많은 인물들. 이러한 언론들의 변신이 나는 놀랍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위기는 늘 지성 리더십이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도 유림이 패거리 싸움을 할 때 서민들이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했다. 

- 327쪽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린 도표 하나 올린다. 그리고 이번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우리모두 기원해보자. 




왕따의 정치학 - 8점
조기숙 지음/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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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입문 Theory of Beauty :  An Introduction to Aesthetics 

H. 오스본(Harold Osborne) 지음, 김광영 옮김, 박우사, 1994



한창 공부할 때 사둔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 지금은 구할 수도 없고 구해 읽을 필요도 없는 책이다. 1952년 영국에서 출판된 책이며 해롤드 오스본의 주저도 아니다. 번역이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미학에 대한 충실한 이론서도 아니다. 저자는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아름다움(Beauty)를 가진 예술 작품에 대한 이론적, 미학적 논의를 이 책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름들은 한글로만 표기되어 정확히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일부는 잘못 표기된 경우도 있어, 제대로 된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많은 인용문들은 어느 책에서 발췌한 것인지 알기 어려우며 그 번역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최근의 이론들이나 관점에 기반하지 않아 미학의 기본적인 생각을 다듬을 수 있으며, 특히 예술작품론이나 감상론 부분은 잘 다루어지지 않는 영역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오스본은 책의 서두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는 당초 파산적(破産的)인 것'(10쪽)이라고 적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오스본은 자신만의 과감한 주장을 전개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양한 관점에서 예술작품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기술한다.  

 

예술작품이란 이 사람이나 저 사람 또는 여러 사람들에게 때때로 현실화되어 보이는 영원한 가능성인 것이다. 

- 128쪽 


미학 전공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픈 생각은 없다.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새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냥 습관처럼 읽은 책에 대한 메모를 남기기 위해 이 리뷰를 적는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 영국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이제서야 인문학 책들이 읽히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없다. 허망하다. 



https://www.amazon.co.uk/dp/B0000CIBJR/ref=cm_sw_r_cp_dp_T2_3GOrzbM9WCK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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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선대인(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대중 경제학 책이라 여겼으나, 실제로는 주식 투자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요점은 세계 경제 흐름의 큰 그림(빅픽처)를 보면서 투자해야 된다는 것. 일종의 가이드북이며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다. 나로선 약간 실망했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엔 꼼꼼하게 정독하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대강 읽게 되었다.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 않으나,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터라 몇 가지의 지침이 될 만한 언급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

 - 30쪽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절대 원칙 

첫째,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택해야 한다.

둘째, 투자를 하면서 과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셋째,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 271쪽 


바이오 헬스케어(B), 금리(I), 색산업(G), 석유(P), 인도(I), 중국(C), 기술기업(T), 미국(U), 리스크(R), 환율(E)를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키워드로 주목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2015년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2년이 지난 셈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 중 일부는 바로 앞으로 닥쳐온 것도 있다. 가령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정책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실은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가이드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책 말미에는 여러 추천 도서와 관련 웹사이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 주식 투자에 대한 방향을 잡고 싶은 이들에겐 괜찮은 책이 될 수 있다. 


선대인 소장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관계로,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선대인의 빅픽처 - 8점
선대인 지음/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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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uta Fanti Santantimo Rosso Sassomagno 2013

Fanti (Sant'Antimo) 

와인너리 홈페이지:  http://www.tenutafanti.it/en/home 



와인은 언제, 어떤 상태(마실 때의 온도라든가 보관상태),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마시는가가 중요하다. 60%의 산지오베제와 함께 멜롯(25%), 시라(10%), 카베르네 쇼비뇽(5%)로 블랜딩된 이 와인은 부드러운 단단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이 가격대에서의 놀라운 수준이라는 것이지,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성공적으로 브랜딩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샵 가격은 2만원 대로 예상된다. 망원동 쪽 까페에서 5만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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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 di Campiano Primitivo Di Manduira 2015 

와인너리 홈페이지 : http://www.contedicampiano.it/en/ 



100% 프리미티보(primitivo) 와인이다(미국의 진판델과 동일한 품종이다). 가벼우면서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 와인이다. 바디감에 있어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풍미를 준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국순당에서 수입하고 있는 와인이며, 롯데백화점 와인샵에 가서 구할 수 있다. 


소매 가격이 1-2만원대로 예상된다. 와인바에서 4만원대로 마실 수 있었으니. (저 정도의 소매가격이라면 추천한다!) 


Manduria는 이탈리아 남동부 지역의 작은 도시다. 아래 지도에서 표시된 지역, 타란토Taranto 지방에 위치해 있는 해변도시다.  



아래는 Manduria 지역 사진이다. 가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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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concertgebouw.be/en/event/detail/1442/Federico_Garcia_Lorca 




강의 백일몽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지음), 정현종(옮김), 민음사 




이 번역 시집은 시인 정현종이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 하지만 어떤 시들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지고, 옮겨진 그 언어에서 다시 또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사이에도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시집의 경우에 해댱된다. 채 마흔이 되기 전에 총살당한 이 스페인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자면,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첫 사랑을 만난 듯 가슴 떨리고 흥분된다. 


서정적인 강렬함이 지배하는 로르카의 시 세계는 후회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 청춘의 아름다운 무모함과 인생의 낭떠러지 앞에서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 사랑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스페인의 자연은 그 무모함과 위험한 사랑을 지지하며 같이 노래 부른다. 


시들은 적절한 은유와 상징, 알레고리 또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는 스페인 그나라다의, 저 거대한 대지를 감싸고 도는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랑스럽기만 한 바람의 그늘 속에서 앉아 있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 시를 위한 마드리갈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내 달콤한 사랑

공중의 흰 동백

햇빛은 희미하게 비친다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어두운 밤에

잠든 은빛 풀잎들이

텅 빈 달을 덮는다


거리의 비를 보렴

돌과 수정의 비탄을

사라지는 바람 속에서 본다

네 바다의 재와 그림자를 


네 바다의 재와 그림자

산티아고, 태양에서 먼

옛 아침의 물이

내 가슴에서 떤










강의 백일몽 - 10점
페데리코 가르시아로르카 지음, 정현종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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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of Young Bara, Joseph Bara or The Death of Bara is an incomplete 1794 painting by the French artist Jacques-Louis David, now in the musee Calvet.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Death_of_Young_Bara




1793년 12월 7일 대서양 연안의 Vendee에서 왕당파 당원들에 의해 살해당한 13살의 소년 'Bara'. 


고전주의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서정적이며 슬프고 애처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어쩌면 자끄 루이 다비드만이 그릴 수 있는 작품일 지도. 신고전주의는 의도된 고전주의다. 자끄 루이 다비드는 '혁명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작품을 그렸으며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혁명의 적들인 '왕당파'들에 대한 반감과 증오심을 가지게 만들게 한다. 정치적 예술의 대가로서의 다비드는 이러한 심리적인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이러한 작품을 그린 것이다. 


어린 소년 바라는, 죽은 후 영웅이 되었으며, 프랑스 혁명의 순교자로 여겨졌다.  작품 속 Bara는 모래 해변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다.  Vendee이라는 곳이 해변 지방으로, 해변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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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책

한유주(지음), 문학과지성사 




문장은 대체로 짧다. 그렇다고 긴 문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문장들의 호흡은 한결같이 짧고 반복적이며, 작가 한효주의 숨소리가 문장들에 어김없이 들어가거나 들어갈 것으로 계획되었던 '있다'와 '없다' 사이 어디쯤 자리잡고 앉아있었. 그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다. 그리고 읽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지나, 작년을 지나 올해 봄까지. 


그 사이 아이는 자라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자기 주장을 펼쳤고,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이 들고 늙어가는 우리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아이가 상처 입으며 우리 속으로 들어오는 동안, 나는, 늙어가는 우리들은 우리 밖으로 나가 혼자 웅크리고 말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아름답게 수다스럽던 청춘이 사라지고, 그 청춘 옆에서 조용히 젊은 영혼을 어루만지던 책도, 언어도 얼어 간다. 그가 내 곁을 떠나고 그녀 주변을 맴돌던 그 화사한 미소도 사라진다. 


변화란, 어쩌면 과거의 상실이고 다시 오지 않을 사랑의 증거다. 아마 작가 한효주는 얼어버린 마음을, 잃어버린 단어, 혹은 어떤 대명사를, 따스함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스스로 움츠리고 가라앉고 조용해지며 팔을 내리고 손을 굳게 쥐고 입을 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침묵을 견딜 수 없어질 때쯤 해가 완전히 졌다. 실내등이 켜져 있었지만, 매우 어두웠다. - 206쪽  


결국 침묵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다. 변화 앞에서 침묵은 그녀의, 나의 유일한 무기였고 그 무기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건, 언제나 황혼 녘이다. 작가의 숨소리에서 주저하며 강요된 억제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때론 글쓰기보단 우는 것이, 잔뜻 술에 취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나이 들고 보니, 글쓰기가 내 일상에서 저 멀리 달아나, 도망가, 내 곁으로 오지 않을 거리로 밀려나있긴 했지만. 


문장이 딱딱해지고 건조해지고 반복되며 있음과 없음에 매달리게 된다. 실험적 글쓰기가 아니라, 침묵 밖으로 나가기 위한 싸움이고 이미 일어난 변화에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얼지 않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다. 그렇게 작가는 나이가 들고, 변하고, 나도 이미 죽은 날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변화, 참 싫다. 그렇게 얼어가는 건 더 싫다. 



얼음의 책 - 8점
한유주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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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지음), 김욱(옮김), 책읽는고양이(도서출판 리수)




우연히 알게 된 이 책,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매우 산뜻한 울림을 가졌다. 어느 면에선 냉소적이며, 어느 순간엔 포기하는 듯 보이고, 때론 그냥 되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일상을 사는 듯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낙관적이며 희망을 잃지 않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면까지 보인다. 이런 점에서 그녀의 종교-카톨릭-가 큰 힘이 되는 듯 싶다. 그래서인지 자주 '운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운명론적이지 않다. 도리어 실용적인 처세술에 대한 격언들, 저자 자신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짧은 에세이들을 통해 그녀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하며, 지지치 않기를 강력하게 말한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인내와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최선을 다해 기다리고 노력하면 언젠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은 탓이다. 


인간에겐 운명이 강제로 부과된다. 우리가 바꿀 수 없으므로 운명이다. 또 억지로 바꿔본들 부자연스럽고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감수하고 그 운명을 토양삼아 인생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운명을 초월하는 인간의 위대함이다. - 45쪽 


또한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묵묵히 견뎌내길 기원한다. '불행한 사람만이 희망을 소유한다'(62쪽)든가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107쪽)고 말하며 원래 살아간다는 게 그런 것일 뿐이니, 희망을 버리지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장점을 깨닫는 것이 재능이라면 타인의 좋지 않은 점을 깨닫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본능이다. - 131쪽 


일본에선 매우 저명한 작가인 소노 아야코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내 독서가 다소 편파적이었음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매우 작고 얇고 짧다. 카페에 앉아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꽤 길다. 또한 유쾌하고 긍정적이다.(또는 내가 소노 아야코를 읽을 수 있음을 그만큼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1931년생인 소노 아야코의 2015년 신간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동안 소노 아야코의 여러 수필집에서 발췌한, 일종의 편집본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그녀가 이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는데, 예전 글들을 모은 책이였던 셈이다. 그래서 일본 아마존의 평점은 상당히 낮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소노 아야코의 신간으로 알고 구입한 독자들이 실망하며 낮은 평점을 준 것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 8점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책읽는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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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김경원(옮김), 이마, 2016 



현대적인 삶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각나고 파편화되어, 이해불가능하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는 지도. 그래서 그 조각이나 파편들을 이어붙여 우리가 이해가능하거나 수용가능한 형태로 만들고자 하는 학문적/이론적 시도는 애체로 불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삶이나 그 삶 속의 사람들, 사건들, 이야기들을 분석하고 체계화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그 조작과 파편들의 일부이거나, 그 일부를 묘사한 글이나 풍경이 전부이지 않을까. 그리고 기시 마사히코의 이 책,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그렇게 시작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주욱 늘어놓고, 그것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관한 생각'(7쪽)으로 시작되지만, 그 생각은 정리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고 '원래 이렇지, 뭐' 식의 자조로 끝난다고 할까. 그런데 이 자조 앞에서 우리들은, 독자들은 이론적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무너진다. 기시 마사히코가 펼쳐놓는 사람들 앞에서, 사건들 앞에서, 이야기들 속에서 결국 마주하는 건 쓸쓸한 우리들이거나 어디로도 갈 곳 없고 공감받지 못하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기시 마사히코는 구술 조사를 주로 하는 사회학자다. 


사회학을 연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경우에는 한 사람씩 찾아가 어떤 역사적 사건을 체험한 당사자 개인의 생활사를 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왔다. - 9쪽 



여기에는 다 쓸 수 없지만 구술 조사의 현장에서는 이렇듯, 갑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은 구술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널려 있다. 사회학자로서는 실격인지 모르지만, 언젠간 '분석할 수 없는 것'만 모아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 13쪽 


이 책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대체로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호소력이 있으며 애잔하다. 


아버지는 수감되고 어머니는 증발되고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맡겨졌으니 아무도 없는 방이 되었는데도, 악취와 해충에 대한 민원이 몇 번이나 되풀이해 들어왔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 회사의 입회 아래, 그 분이 여벌 열쇠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가구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 텅 빈 깨끗한 방이었다고 했다. - 62쪽 


학문의 테두리 안으로 모이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우리 삶이며 일상이고, 우리가 길을 가며 마주치게 되는 이 도시의, 이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딱히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이 수행해왔던 사회학적 연구 속에서, 그 연구에 들어오진 못했지만, 저마다의 사연으로 누군가에게 알려지길, 읽히길, 그리고 읽혀졌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으로 이렇게 책으로 엮여져 나온 것일지도.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 가든 있을 곳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 어디론가 가고 싶다. - 80쪽 


우리들은 '책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어떤 참여를 하게 된다. 소극적 형태의, 작은 공유이거나 공감이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다.  


네모진 종이책은 그대로 온전히 바깥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네모난 창이다. 따라서 우리는 책을 읽으면 실제로는 자기 집이나 거리 밖에 알지 못하면서도 여기에 없는 어딘가 '바깥'이 있고, 자유롭게 문을 열고 어디에라도 갈 수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때가 오면 진정 창과 문을 열어젖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으로 풀쩍 뛰어나가는 것이다. - 82쪽 


이웃에게 무관심하고 타인에게 무신경한 현대의 우리들. 그렇다고 해서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타인에게 신경 써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이 좁은 지구에, 다 같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아도,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저마다의 쓸쓸한 사연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아주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것이 고통 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름 아닌 바로 나에게만 시간이 흐르는 것'이라는 '구조'를, 우리는 일체의 감동이나 감정을 빼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안에서 각자가 고독하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각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라는 것을 조용하게 나눌 수 있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도 있다는 단적인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 그것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 141쪽 


기시 마사히코(岸政彦)

사진 출처: http://www.hankookilbo.com/m/v/9716234b333841bb96d0651e0d0ad18a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 10점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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