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9

슬픔 속에서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분노하며 소리치고 목놓아 울음을 터뜨린다. 왜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세워져 있었을까. 그것만 없었다만.  토요일 광화문에 나가서 행진을 했고 일요일 오전 끔찍한 사고 소식을 보았다. 기운이 없었다. 지쳐 있었다. 힘을 내어야하지만, 내지 못했다. 주일 미사를 빠지고 재활용분리수거를 하였다. 책을 조금 읽었고 커피는 마시다 말았다. 아이는 영어 숙제로 힘들어했지만, 나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화를 냈다.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ADHD 관련 책들을 검색했다.  노력한다는 건 무얼까. 나는 과연 노력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앙심이 깊었던 미켈란젤로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믿는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며 살았다. ..

틴토 뻬스께라 Tinto Pesquera, 2019

틴토 뻬스께라 크리안자, 2019, 스페인 Alejandro Fernandez, Pesquera Crianza  그러고 보니, 와인 라벨 색상이 바뀌었다. 아래처럼 나왔는데, 어느 새 위 사진처럼 바뀌었구나.   거의 이십년 전 남산 인근 카페에서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아무렇게나 살던, 그 때 우연히 한국에 들어왔던, 그 때 처음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봤던 형이 사준 와인이었다. 그 이후 한 두 번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모른다. 이십여년 전 나는 한창 와인을 시작할 무렵이었고, 그 때 마신 몇 병의 와인들 중 하나가 바로 틴토 뻬스께라였다. 그 때만 해도 신대륙 와인이 요즘처럼 유명하지 않았고 다양하게 수입되던 시절도 아니었으니까. 뻬스께라 크리안자는 템플라니요 100%인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 서승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서승완(지음), 애드앤미디어   작년 9월에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굳이 사서 읽을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한 번 읽으면 그만인 책이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너무 빨라서 1년만 지나고 책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다.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결국은 이 책 초반에 언급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본 원칙에 부합해 질문을 얼마나 명확하게 하는냐에 달려 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칙구체적 지시명확한 전달맥락 제공구조 형식화일관성 유지  기존에 기계적인 명령어 대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입력하게 그 문장이 얼마나 정확하고 구조화되어 있느냐다.  책에는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된다. Few Shot 기법, 역할지정기법, 마크다운 활용 기법, 형식지정기본, Q&..

결국 탄핵

선거 때마다 경제가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가 잘 되려면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기능해야 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왜 2번을 찍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비난하면서 정치를 망가뜨리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없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소문들 대부분 거짓말로 들어났지만, 얼마 전 탑승한 택시 기사 아저씨는 그 거짓말을 아직도 믿고 있었다. 나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소문은 그냥 사라진다.  아직도 언론인들은 잘못된 프레임으로 야당 지도자를 교묘하게 편집한다. 계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진 적은 없다. 야당 지도자에겐 날선 질문을 던지면서 탄핵 당한 대통령에겐 질문 다운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야당 대표의 제대로 된 답..

내일은..

헬기 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창을 두드렸다. 살며시 아이의 방문을 열었다. 자주 방문을 잠그는 사춘기 아들이 방문을 잠궜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 위로 헬기 소리가 흘렀다. 계엄 속보를 보며 믿지 못했다. 그리고 계엄을 했다는 걸 사실임을 알았다. 소셜 미디어에는 국회의사당으로 모여 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믿지 못했다. 하지만 헬기 소리가 들렸다. 여의도 근처라 국회의사당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임을 직감했다.  다음 날 아침에 지하철 역마다 장갑차가 있겠구나. 국회의사당에는 시체가 뒹굴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뜬 눈으로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엄해제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이마저도 국무회의를 통해 처리되어야 했다. 새벽에 처리되긴 했지만, ... 제 정신이 아닌..

기록. 2024년 12월 7일

기말고사가 있었다. 매번 등록만하고 수업을 거의 듣지 못하고 어떻게 수업을 들으면 여러 업무 탓에 시험을 치르지 못해 매번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지 못했다. 몇 점 남지도 않았는데.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전형적인 천칭자리다. 우유부단하여 결정이 느리다. 그리스 신화의 '파리스의 심판'에 등장하는 파리스라는 목동도 천칭자리다. 제우스조차 결정내리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별자리가 천칭자리다. 아니면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고 태어나는 바람에 모든 질문들에 대해 너무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하며 실행에 느린 경향을 지닌다고 평가받곤 한다.  이럴 땐 주위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수록 주위의 조언을 잘 듣고 바꾸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자..

계엄과 탄핵

애초에 나는 탄핵에 부정적이었다. 탄핵을 거론하는 이들은 이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할 수 있는,  아무 때나 가능한 어떤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비상 사태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아, 그런데 스스로 탄핵의 길로 들어서다니. 만약 계엄군의 국회 장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계엄해제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 다음날 아침 국회의사당 앞에는 몇몇 주검이 있고 시민들이 다치고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엔 내란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윤석열 정권에 동조할까? 동조하는 군대와 그렇지 않은 지휘관이 있는 군대와 충돌한다면? 그러면 미군의 자동 개입이다. 우습지 않은가?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이런 생각을 하지..

한국어, 한국어 공부 - 로스킹 교수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로스킹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통찰이 놀라웠다.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하였다. 특히 정확한 한국어를 쓰기 위해 한국어 구사를 위한 한자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몇 천년 동안 한자를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중국어를 했던 건 아니다. 로스킹 교수의 의견을 조금 비약하자면, 한국어를 위한 한자가 있고 그 한자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한자 공부를 한다고 해서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는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기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