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9

서양 미술사: 근대 미술 강의 노트 1

오래 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강의였고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었던 관계로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만, 그 때 정리해놓은 강의 노트가 있습니다. 여러 참고 문헌, 그리고 제가 배웠던 서양미술사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제 이력이 유별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양미술사는 인문학의 꽃입니다. 철학사(혹은 지성사)와 비슷하게 움직이며,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적 세계를 보여주며, 그 시대의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동시의 철학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Sunset on your breath - Bianca Regl, UNC Gallery

Sunset on your breath Bianca Regl 01.21. Thu – 02.11.Thu. 2010 UNC Gallery 잡지에서 스쳐 지나듯 비앙카 리글의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사간동 UNC갤러리를 갔다. 오랜 만의 외출이었다.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겨울은 그래도 겨울이었다. UNC갤러리는 매우 흥미로운 갤러리다. 작지만, 뚜렷한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로 종종 놀라운 전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앙카 리글(Bianca Regl).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각 나라마다 활동하고 있는가. 잡지에서 스쳐 지나듯 본 느낌 그대로, 지극히 유럽적인 작품이었다. 이제 한국의 작가들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더 여백을 잘 활용하는 듯 보였다. 우리에겐 너..

Martin Creed 마틴 크리드 전, 아트선재센터

Martin Creed 2009.11.07 – 2010.02.12 Artsonje Center, Seoul, ROK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오래 전에 포스팅한 글이다.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린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미학이나 미술사를 공부하게 되면, 거의 매시간 듣게 되는 단어이지만, 그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극명한 지적 차이를 드러내게 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고전주의에 대해서 젊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첫 머리를 떠올리면 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무한히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데, 왜냐하면 영혼..

KASF2010 - 청소년아트페스티벌 What is your name?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새해 연휴 땐 지나간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해를 설계하려고 했으나, 결국 새해 설계, 혹은 각오를 채 세우지 못한 채 쫓기듯 2010년의 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쉐아르님의 글에 화답하지도 못한 채 벌써 2주가 흐르고 있습니다. 2010년의 방향은 대강 잡았으나, 실패의 경험이 많아질 수록 계획이란 실행 가능성,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세워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 세우기가 참 어려워졌다고나 할까요. 그건 그렇고 또 작은 예술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틈틈이 관여하여 준비한 것입니다. 오늘 오프닝인지라, 회사에는 휴가를 내고 행사 진행을 하였습니다. 역시 예술 전시의 보람은 작품의 수준이나 재미가 우선시된다는 사실을 또 느꼈습니다. 중학생, ..

On The Earth - 임영선, 아라리오 갤러리

On The Earth - 임영선 2. 3 - 2. 22. 2009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갤러리를 들어가면 어떻게 그렸을까 하는 의문을 들 정도로 대형 캔버스 가득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아이들 모습을 그려져 있다. 임영선은 약 3년 간 티벳, 몽고, 캄보디아 등지의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작품들을 작업해 왔다. 임영선의 작업들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코 따뜻한 시선 탓이다. 그 시선은 친구로서의 시선이다. 그래서 작품은 편안한 꿈결같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색채는 부드럽고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짧은 즐거움과 긴 사색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전시 제목처럼, 우리 모두 같은 지구 위에 있는 친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tip. ..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Is the sky part of a landscape PKM트리니티갤러리, 서울 2009. 10. 9 - 11. 30 http://www.olafureliasson.net http://www.pkmgallery.com/exhibitions/2009-10-09_olafur-eliasson/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Trinity 빌딩의 지하 2층과 3층을 차지하고 있는 PKM Trinity Gallery. 갤러리 공간의 지리적 위치가 풍기는 묘한 정치성이 흥미로웠다. 어쩔 수 없는 고백이지만, 순수 미술이 가지는 어떤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아마 그것은 21세기 최절정의 고급 문화가 아닐까.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정치성을 공격하지만, ..

빠른 독서(讀書)와 느린 독서

빠른 독서(讀書)와 느린 독서 반복과 속도 혹시 ‘포드주의(Fordism)’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자신의 자동차 공장에 적용한 노동 체계를 뜻하는 단어로, 컨베이어벨트 양 옆으로 노동자를 배치하고 생산 과정을 분업화시켜, 각 노동자가 동일한 업무만을 반복하여 해당 업무 처리 속도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그 당시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헨리 포드가 이를 혁신한 것이다. 경영의 관점에서는 ‘혁신’(innovation)이지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노동자의 비인격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는 이와 관련된 영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자동차 공장..

공동체 라디오 Community Radio, 공동체 예술 Community Arts

지역적 한계가 없는 인터넷과 달리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적 한계 내에서 소통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매체에요.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는 일반라디오와 다릅니다. 일반라디오는 방송을 하고 나면 모든 관계가 단절되어 버리는데 반해 공동체라디오는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지역의 문제를 방송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지역과 순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바로 공동체라디오입니다. - 송덕호(마포FM 이사), (볼 6호, 166쪽, 2007년 가을) 볼 BOL 006 2007.가을 - 볼 편집부 엮음/한국문화예술위원회 1. 오래된 잡지를 읽다가, 공동체 라디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NPR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내 관심사인 공동체 예술(Community Art)로 옮겨갔다. 2. Community Art는 공공..

마네, 우키요에, 자포니즘

* 몇 년 전에 적었던 글을 업데이트해봅니다. Le fifre (The Fifer) 1866; Oil on canvas, 160 x 98 cm (63 x 38 5/8 in); Musee d'Orsay, Paris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가지는 미술사적 의의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것은 회화 공간의 평면화이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될 평면화가 마네에게 있어서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는 것이다. 즉 환영주의나 눈속임(Trompe l'oeil)로 이름붙여진 어떤 전통이 후퇴하고 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평면적인 양식이 두드러지는 최초의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평면적 구성이 서양의 사상사나 예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지만, 매우 흥미롭게도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