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4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

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LEEUM, 2016.9.28 - 2017.2.26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미술관 "I like to believe that the core element of my work lies in the experience of it" 올라퍼 엘리아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받은 듯한, 빛을 반사하고 색조로 물결치는 유리, 그리고 인공적인 장치들을 통한 자연 현상들의 재현들로 갤러리, 혹은 미술관 안에서 자연을 느낀다. 2017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그 해 가장 성공적인 전시였으며, 관람객들에게는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계..

한영수 (1933 - 1999)

밀린 신문을 읽다가 '한영수'를 발견한다. 사진가다. 자세히 알진 못하나, 광고 사진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끔 광고 사진가라고 하면, 상업 사진가로 이해한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선을 속이며 자극하며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하지만 한영수 앞에선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 되어 무너진다. 실은 그의 광고 사진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도리어 광고 사진보다는 젊은 시절 그가 찍었던 전후 서울의 모습만 빼곡하게 검색된다. 그래서 한영수는 우리에게 지나간, 경험하지 못한, 아련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때 그 장소를 비밀스럽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흔적도 없었다. 그 땐 배고프고 힘들고 아팠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나, 한영수 사진 속의 서울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때 그랬던 곳이..

마르셀 뒤샹 展,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2018. 12. 22 - 2019. 4. 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르셀 뒤샹만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는 없다(있다고 한다면 세잔 정도). 그는 인상주의 이후 추상을 향해가던 현대미술을 캔버스 바깥을 향한 실험과 개념의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 뒤샹 이후 모든 것은, 그것이 사물이든 개념이든 상관없이 예술이 되었고(될 수 있고), 동시에 예술이 아닌(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도 실은 앤디 워홀이 아닌 뒤샹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노년의 뒤샹은 젊은 엔디 워홀을 무척 좋아했다). 레디메이드란 숨겨진 미적 가치의 재발견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표시하는 일종의 태도다..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Harun Parocki -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6, 7 전시실 및 미디어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 10. 27 - 2019. 4. 7 영화가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건 일부에 해당될 것이다. 왜냐면 대부분의 영화작품들은 현대 예술과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외한) 현대 예술의 주된 특징은 관객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작품 속에서 작품 자체에 대해 묻거나, 관객의 감상이나 태도에 개입하여 스스로 반성하게 하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혹은 소격효과) 도리어 그런 거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의도된 혼란을 만들어 작품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현대 영화들은 관객에게 과도한 몰입을 요구하며 관객을 지..

이상원 미술관 방문기

이상원 미술관 http://www.lswmuseum.com 외진 산골의 미술관이라, 다소 낯설었다. 실은 이상원 미술관라고 듣기는 했으나, 이렇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미술관의 중요한 점들 중 하나가 접근성인데, 이상원 미술관은 이것과는 관련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불편함은 여러모로 장점이다. 공기가 좋았고 조용했으며, 직원들은 친절했고, 건물과 시설은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했다. 여러 잡지들의 기사를 통해, 아는 이의 말을 통해 이상원 미술관을 이미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굳이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상원의 작품이 내가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도 아니고,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지나치게 사실적인 이상원의 스타일은 동시대 미술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은빛 숲 Silver Forest, 짐 모리슨 Jim Morrison

어지러진 자취방 구석에 놓인 낡은 턴테이블 위로 레코드판을 올릴 때,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뱉었다. 맥주를 한 잔 마셨고 짐 모리슨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 대신 문학을 했지만, 문학 대신 음악을 이야기했다. 다 지나간 일이다. 누군가는 왜 자신이 사랑하던 이들은 다 죽은 이들인가 반문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었지만, 다 쓸쓸하고 외로웠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초부터 우리는 쓸쓸하거나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기엔 너무 젊었다. 청춘의 저주였던 셈이다. 점심 시간, 사무실에 혼자 앉아 짐 모리슨을 듣는다. 정규 앨범에 수록된 음악이 아니다. 짐 모리슨은 자주 시를 읽었다. 그리고 테잎에 녹음을 했다. 유튜브에 짐 모리슨이 읖조린 음..

현대 사진과 레디메이드

(김승곤 외 지음, 홍디자인출판부, 2000)에 실린 이경률의 의 일부를 정리하면서 덧붙인 글이다. 나는 예전에 라는 짧은 포스팅을 통해 레디메이드와 오해하기 쉬운, 혹은 그와 동일한 양식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뒤샹은 초현실주의자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전혀 다르고 말한다. 그러나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발견된 오브제’와는 다르다. 이 차이를 뒤샹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레디메이드는 개인 취미의 문제이다. 발견된 오브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른바 발견된 오브제가 아름다운 것인가 특이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인 것이다. 기성품의 선택은 미적인 즐거움에 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선택은 시각적인 무관심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뒤샹의 레..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La Collection De La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2017. 5. 30 - 8. 15, 서울시립미술관 현대미술의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준 전시였다. 특히 차이 구어치앙(Cai Guo-Qiang)의 거대한 작품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화약을 이용하여 제작된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가들이 어느 정도까지 매체와 표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가를 정직하게 보여 주었으며, 그러한 고민이 현대미술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음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차이 구어치앙의 작업 방식에 대한 영상물이다) 이불의 작품 는 구시대의 흔적을 드러내면서 그 당시의 고문, 억압, 자유의 박탈 같은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점에서 상..

어빙 펜Irving Penn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어빙 펜(Irving Penn)의 사진을 자주 보았지만(그만큼 유명한 탓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형적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어빙 펜 이후의 많은 패션 사진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어빙 펜의의 사진을 따라하였기 때문임을. 최봉림의 글을 읽으면서 어빙 펜과 함께, 어빙 펜이 찍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아마 관심에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미스에 대해서. 회화에 잭슨 폴록이 있다면 조각에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 Portrait of Smith by an unknown photographer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피카소, 홀리오 곤잘레스(Julio Gonzale..

유현경, <은주>

은주유현경, oil on canvas180*140cm, 2017 출처: http://www.mu-um.com/?mid=02&act=dtl&idx=23703 화가와 모델은 마주 보는 거울처럼 각자 서로의 모습을 비추거나 튕겨내면서 시시각각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장면들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두 시선이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힘이 균형점에 도달할 무렵, 작품의 의미가 완성된다.'은주'라는 작품도 그런 과정을 통해 구성해낸 결과물이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델은 아무 것도 후련하게 내보이지 않았고, 화가는 뭘 포착해야 할 지 몰라 미로 속을 헤맸다. - 이주은, , 중앙일보 2018년 3월 3일 이주은의 글을 보고 작품이 무척 궁금했다. 일요일 오전 메모해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