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9

탈출 The Escape, 폴 프랭클린

폴 프랭클린이 만든 2017년작 로, 로버트 셰클리가 1958년에 발표한 유명한 단편 과학소설 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단 16분에 불과하지만 아주 공들여 만들어졌고, 널리 알려진 배우들 - 줄리언 샌즈, 올리비아 윌리엄스 - 이 핵심 배역으로 등장한다. - 슬라보예 지젝, , 9쪽 원작 Store of the Worlds https://www.vice.com/en_us/article/a3ydpz/the-store-of-the-worlds (Full Screen으로 해서 보시길. 짧아서 금방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 어쩌면 저런 세계가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

메리 카사트 Mary Cassatt

Mary Cassatt (American, 1844 - 1926). Young Mother Sewing, 1900. Oil on canvas. https://www.metmuseum.org/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날의 바느질. 아이의 표정에서는 날 왜 보느냐는 듯하면서도 맞은 편에 대한 궁금함이 묻어난다. 창 밖은 푸르고 집 안은 고요하다. 엄마와 아이 뒤에 있는 꽃화병은 흥미로운 오브제다. 저 화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해 보인다. 잠시 저 곳에 나도 앉아있었으면! 메리 카사트Mary Cassat.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예술가. 그리고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여성 화가(역사상 거의 최초에 가까운). 평생 독신이었으며 에드가 드가가 죽을 때까지 교류했던 이였다. 작업실도 5분 정도 거리였고 둘..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Martha Craven Nussbaum, 1947 ~ )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 이렇게 많이 번역되었는지 몰랐다. 그만큼 많이 읽힌다는 뜻일텐데, 나는 그동안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를 도서관에서 빌려 조금 읽다가 대출 기간이 다 되어 반납한 것이 전부다. 오늘 서가를 정리하다가 프린트해놓은 논문 하나가 있어 블로그에 정리하여 올린다. 아래 논문을 통해 간단하게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스바움의 책 몇 권을 사서 읽어야겠다.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에 관한 수용적 검토, 윤철홍 교수(숭실대), 제 17권 제 2호, 한국법철학회, 2014년 (PDF 주소: http://kalp.kr/bbs/board.php?bo_table=sub4_2&wr_id=449&page=2) * ..

모던 로즈, 남서울미술관

모던 로즈 2019.10.15 - 2020.03.01. 남서울미술관 참여작가 - 고재욱, 곽이브, 금혜원, 김영글, 김익현, 이종건, 임흥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 갔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가는 일상이 저 멀리 떠나간 지 오래된 터라, 이런 시간마저 귀중하게 여겨진다. 남서울분관이 '구한말 건물'이라는 건 알았지만, 벨기에 영사관이었음을 저 전시를 보고 난 다음에서야 알았다. 전시 설명들 중 일부를 옮긴다. 건물을 다시 읽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전시라, 작품에 집중하기 보다는 건물에 집중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꽤 있었고 전시는 나쁘지 않았다. 일종의 (남서울미술관 건물에 대한) 메타적인 접근이었고 이런 측면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상당히 좋았다. (이 전시를 ..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

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LEEUM, 2016.9.28 - 2017.2.26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미술관 "I like to believe that the core element of my work lies in the experience of it" 올라퍼 엘리아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받은 듯한, 빛을 반사하고 색조로 물결치는 유리, 그리고 인공적인 장치들을 통한 자연 현상들의 재현들로 갤러리, 혹은 미술관 안에서 자연을 느낀다. 2017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그 해 가장 성공적인 전시였으며, 관람객들에게는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계..

한영수 (1933 - 1999)

밀린 신문을 읽다가 '한영수'를 발견한다. 사진가다. 자세히 알진 못하나, 광고 사진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끔 광고 사진가라고 하면, 상업 사진가로 이해한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선을 속이며 자극하며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하지만 한영수 앞에선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 되어 무너진다. 실은 그의 광고 사진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도리어 광고 사진보다는 젊은 시절 그가 찍었던 전후 서울의 모습만 빼곡하게 검색된다. 그래서 한영수는 우리에게 지나간, 경험하지 못한, 아련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때 그 장소를 비밀스럽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흔적도 없었다. 그 땐 배고프고 힘들고 아팠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나, 한영수 사진 속의 서울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때 그랬던 곳이..

마르셀 뒤샹 展,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2018. 12. 22 - 2019. 4. 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르셀 뒤샹만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는 없다(있다고 한다면 세잔 정도). 그는 인상주의 이후 추상을 향해가던 현대미술을 캔버스 바깥을 향한 실험과 개념의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 뒤샹 이후 모든 것은, 그것이 사물이든 개념이든 상관없이 예술이 되었고(될 수 있고), 동시에 예술이 아닌(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도 실은 앤디 워홀이 아닌 뒤샹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노년의 뒤샹은 젊은 엔디 워홀을 무척 좋아했다). 레디메이드란 숨겨진 미적 가치의 재발견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표시하는 일종의 태도다..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Harun Parocki -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6, 7 전시실 및 미디어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 10. 27 - 2019. 4. 7 영화가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건 일부에 해당될 것이다. 왜냐면 대부분의 영화작품들은 현대 예술과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외한) 현대 예술의 주된 특징은 관객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작품 속에서 작품 자체에 대해 묻거나, 관객의 감상이나 태도에 개입하여 스스로 반성하게 하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혹은 소격효과) 도리어 그런 거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의도된 혼란을 만들어 작품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현대 영화들은 관객에게 과도한 몰입을 요구하며 관객을 지..

이상원 미술관 방문기

이상원 미술관 http://www.lswmuseum.com 외진 산골의 미술관이라, 다소 낯설었다. 실은 이상원 미술관라고 듣기는 했으나, 이렇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미술관의 중요한 점들 중 하나가 접근성인데, 이상원 미술관은 이것과는 관련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불편함은 여러모로 장점이다. 공기가 좋았고 조용했으며, 직원들은 친절했고, 건물과 시설은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했다. 여러 잡지들의 기사를 통해, 아는 이의 말을 통해 이상원 미술관을 이미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굳이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상원의 작품이 내가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도 아니고,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지나치게 사실적인 이상원의 스타일은 동시대 미술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