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9

잠자는 뮤즈, 브랑쿠시Brancusi

출처: http://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88458 잠을 자고 있는 두상이라는 주제에 대해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거의 20년 이상 몰두했다. '잠자는 뮤즈'를 구상하고 작업할 때, 그는 근본적인 형태와 단순화된 세부를 위해 개념들(ideas)을 줄여나갔으며, 이를 위해 극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피했다. 그는 관성으로 인해 무겁게 내려앉은, 그러면서 평화롭게 쉬는, 바닥에 엎드린 머리의 모습으로, 나른함(languor)의 본질을 만들었다.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설명을 번역함. * * 저런 잠이라면, 영원할 것만 같다. 1910년, 브랑쿠시는 왜 저런 잠을 꿈꾸었을까. 잠은 죽음과 맞닿아있고 꿈과 연결된다. 삶은 멈추고 운동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네 태양..

게리 위노그랜드 Garry Winogrand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1928 ~ 1984) 현대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사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적절한 작가가 있다면 바로 게리 위노그랜드가 될 터. 예술에서의 모더니즘Modernism은 도시와 함께 시작한다. 보들레르는 근대 도시 파리를 걸어다니며 모더니티를 이야기하고 익명성에 주목했다. 그 도시의 산책자는 파리를 지나 뉴욕에 와 자리잡는다. 거대 도시에서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 사소한 일상도 드라마가 되고 어떤 사건의 시작이거나 종결, 또는 클라이맥스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지며 의미들 속에서 한 없이 가벼워진다. 거리에 나서면 발가벗겨지는 기분과 함께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희열에 들뜬다. 길을 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메모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5년 8월에 실린 윤희웅의 칼럼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한민국 유권자의 정치지형이 어느 한 쪽에 구조적으로 치우쳐 있음을 얘기할 때 인용되는 표현이다. 높은 쪽은 보수세력이고, 낮은 쪽은 진보세력이다. 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게 되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공을 몰고 가서 골을 넣기는 어렵고, 반대로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의 공격은 수월해서 승부는 경기 전에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 윤희웅, 중에서, Economy Insight, 2015년 8월호 메모해 둔 노트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옮겨놓는데, 일반적으로 최근의 한국 정치에서기울어진 운동장의 원인으로 보통 아래 3가지를 든다. - 지역구..

양혜규 Haegue Yang

양혜규. 2010년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꽤 충격적이었다. 즉물적이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토테미즘적인 분위기는 나에겐 매우 낯선 작품들이었다. 그 세계는 근대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으나 근대적 삶을 도려내고 근대의 맨 얼굴을 드러내며 파괴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복원을 주술적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할까. 이번 전시도 이러한 경향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맡은 프로젝트로 인해 나는 거의 전시를 보지 못했고, 얼마 전 리움에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도 가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고자, 양혜규의 몇몇 문장과 이미지를 저장한다. * * "몇 년 동안 블라인드에 빠져있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조명이 진하게 지나가는 날카로운 선은 성적인 쾌감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멋있게..

선무 - 두 개의 코리아 사이에서 하나로 열리는.

도서관에서 미술잡지를 보다, 오랜만에 선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주말 사무실 출근 전 건성건성 읽곤 집에 와서 그의 전시 기사들을 챙기며 메모해둔다. 의외로 선무에 대한 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더 주목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가지는 드라마틱한 요소, 30년 북에서 살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북하여 한국에서 들어온 사내, 새터민 화가, 홍대 미대 졸업, 그리고 이젠 두 아이의 아빠. 그런 그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 세계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고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선무, 들어라!, 캔버스에 유채, 116×91cm, 2009 특히 그가 배웠던 방식의 작품 스타일(일명 주체미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드러낸다는 점은 보는 이들을 자연..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에를리치Port of Reflections 대척점의 항구2014. 11. 4 - 2015. 9. 1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2014 2012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 이후 다시 만나는 레안드로 에를리치다. 1973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2001년에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이십대 후반에 이미 그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셈이다. 2005년에 다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고, 2000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 2001년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이른 나이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이번 국립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는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공간의 착..

크세나키스Xenakis

하지만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며 인간의 이성적인 냉담함을 약화하는 힘으로 간주되어 왔던) 감상벽이 단숨에 가면을 벗고 증오 속에, 복수 속에, 피를 보는 승리의 환희 속에 항상 존재하는 "광포함의 상부구조"로 등장하는 순간이 (한 인간의 삶에서나 한 문명의 삶에서) 올 수 있다. 내게 음악이 감정의 폭음으로 들린 반면, 크세나키스의 곡에서 소음의 세계가 아름다움이 된 것은 바로 그런 때다. 그것은 감정의 더러움이 씻겨나간 아름다움이며 감상적인 야만이 빠진 아름다움이다. - 밀란 쿤데라, , 123쪽 크세나키스Xenakis의 음악을 매일 같이 듣는 건 아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우연히 듣기 시작해 끝까지 듣는다. 솔직히 쉽지 않다. 밀란 쿤데라의 산문 속에서 크세나키스를 읽었고, 오늘 크세나..

정연두, 영웅, 1998

정연두, '영웅', 1998. 서경식 교수의 를 읽고 있다. 여기에 실린 정연두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무심코 보아온 그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케 했다. 정연두의 스쳐가는 이미지들 사이로, 그의 작가적 개입과 실천을 보지 못한 셈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분당의 풍경이 완전히 변해 있었어요. 같은 규격의 아파트가 장대하게 늘어서서 마치 분당이라는 지명이 사라지고 아파트 동호수만 보이는 느낌이었죠. 어느 날 거기서 교통사고를 목격했어요. 작은 오토바이가 충돌해서 운전하던 아이가 다쳤습니다. 소년은 아픔을 참으며 달려온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어요. 짜장면을 배달하러 가는 참이었나 봐요. 그 후에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고 회복한 다음에 이 작품을 찍었습니다." - 정연두 (..

낙원추방, Rakuen Tsuiho: Expelled from Paradise, 2014

낙원추방 Rakuen Tsuiho: Expelled from Paradise, 2014 감독 : 미즈시마 세이지 Seiji Mizushima 水島精二 애니메이션 보는 중년은 좀 이상한가? 아니면 오타쿠스럽나? ... 실은 매주 빠뜨리지 않고 를 보고 있으니...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무척 탄탄하다. 특히 다양한 서사, 극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수집하면서 서로 뒤섞여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이 그냥 개념적인 차원에서 머물던, 시리즈에서처럼 끝없이 의문에 의문을 물고 나아가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14년 하반기 일본 영화 시장을 평정한 라는 작품도 만화가 그 원작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고 탄탄하다. 최근 본 은 애니메이션 자..

알렉산더 칼더Calder 전, 리움, 2013.7.18 - 10.20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 July 18 - October 20, 2013 리움Leeum, Samsung Museum of Art 전시를 보고 난 다음, 리뷰를 쓰기 위해 몇 편의 논문들과 자료들을 모아두었는데, 역시 직장인이란 늘 시간이 없다보니, 이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냥 메모만 해둔다. 2013년 여름에 있었던 이 전시는 총 118점이 전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알렉산더 칼더 회고전이었다. 칼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무척 뜻깊은 자리였으며, 칼더를 모르는 이들에겐 칼더의 조각 인생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서커스 장면 Circus Scene1929Wire, wood and paint127 x 118.7 x 46 cmCalder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