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 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 얼마 전 나는 무척 흥미로운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지난 6월 21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예술(혹은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열정,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많은 활동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참석하게 된 계기는 그저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한다는 이유뿐이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에서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내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순수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거기에 불순한 의도가..

오치균 - 빛, 노화랑

오치균 - 빛 2014. 06.11 - 06.25 노화랑 Gallery Rho, 서울 Seoul Armani lamp on the Santa Fe bench | acrylic on canvas | 116x78cm | 2013 출처: http://www.rhogallery.com/ 연필로 글씨를 쓰는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화폭에 남긴 흔적들에 각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중략)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재료를 장악하고 그 재료를 육체화해서 재료를 마소처럼 부릴 수 있는 자만이 예술가인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고 또 개념인 것이어서, 나는 오치균이 색을 부리듯이 말을 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르네 강둑에서의 일요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르네 강둑에서', 1938 "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 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 앙리..

기업과 문화예술 - 현대모터스튜디오 방문기 그 첫 번째.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과연 그럴까? 1년에 한 번 정도 문화예술 관람을 하는 사람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영화'를 빼고 통계를 낸다면? 여기에다 뮤지컬을 뺀다면? 나는 솔직하게 사람들은 문화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다 문화예술과 친해지길 원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예술적인 것은 어디에나 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아래의 건물같은. 현대모터스튜디오(보도자료 인용) 현대자동차가 문화예술에 보여주는 최근 행보는 무척 흥미롭기만 하다. 현대차는 이미 국립현대미술관에 10년간 120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금액이나 기간 면에서 국내 최대, 최고 규모다. 그들은 국내 다른 기업들이 산하 문화관련 비영리 법인을 통해 지..

행복한 연인, 쿠르베

The Happy Lovers Gustave Courbet, oil on canvas, 77*60cm1844 외근 후 바로 퇴근하는 길, 서점에 들려, 참 오랜만에 미술 잡지 한 권을 샀다. 그리고 내 눈을 사로잡은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하나. 행복한 연인. ... 뭔가 작위적인 느낌을 풍긴다는 점에서, 이들은 사랑하고 있다, 혹은 있을 것이다. 적당히 흥분해 있으며 이미 마주 잡은 두 손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음악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내 사랑의 단어가 그녀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음을 기뻐하고 여자는 이 남자를 가졌구나 하며 안도의 미소를 띈다. 그들 뒤 배경은 먼 듯 가까운 듯 흐릿하고 군데군데 보이는 붉은 빛은 화창하던 오후가 끝나는 어느 무렵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와 그녀는 포도주..

유행하는 인문학 담론, 그리고 일상에서의 실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다행스러워 할 줄 그 땐 몰랐다. 막상 직장 생활을 해보니, 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정말 공포스러운 괴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능동태를 이야기한다거나 미켈란젤로의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낯설고 이상한지, 심지어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보고 옆에 서 있는 작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저 세상 일임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혹은 우리가 바라는 바 변화란 '이론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나랏일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심지어 농부는 곡식이라도 생산해 보탬이 되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학자들은 말만 앞 ..

고려시대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시대 향로국립중앙박물관, 2013. 12. 17. - 2014.02.16 방 안에 향을 피워둔 적이 있었다. 좋은 향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어떤 이는 방 안에 향을 피워두었더니, 절간같다고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간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는 향에 대해서 생각하고 향로가 가지는 문화적 위치를 알게 하였다.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향에 관련된 문화적 이해도 도울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향로는 향을 피우는 데 사용하는 용기이다. 향로에는 3개의 다리가 달린 것, 둥근 받침이 달린 것, 긴 손잡이가 달린 것 등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며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향로도 달라진다. (...)고려시대는 향로의 형태와 재질면에서 가장 다양했던 시기로 통일신라시대 향로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바티칸 박물관 전, 한가람 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전 Musei Vaticani - 르네상스의 천재화가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 12. 08 - 2013. 03. 31 대체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는 실망스럽다.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중적인 소재- 인상주의나 바로크, 르네상스 등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 로 진행되는 기획 전시의 대부분은 복제화임을 밝히지 않는 작품들과 해외 미술관에서 대여하기 쉬운 유명 작가의 평범한 작품들로만 구성되고, 떠들썩한 매스미디어 홍보와 강남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린다. 그러나 이는 미술 전문가의 입장일 뿐, 일반 대중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본 것이 아니기에 전시를 보러가지 말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좀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Samsonite - Art Collaboration

기업은 예술, 혹은 예술가를 원하고 예술은 기업을 찾는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의외로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연례 행사처럼 'Art Calendar'를 만들기도 하지만, 직접 제작 경험을 가진 나로선, 그것이 얼마나 요식 행위인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식의 일회성 진행보다 체계화된 '아트 콜라보레이션 Art Collaboration' 프로젝트는 여러 모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쌤소나이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2011년부터 진행하여 이번이 네 번째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2011년 배병우, 2012년 이용백, 2013년 황주리.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의 예술 협업, 즉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고 2014년은 네 번째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쌤소나이트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