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5

신선놀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http://www.mmca.go.kr/) 문지방(프로젝트팀 이름으로, 세 명의 건축가, 권경민, 박천강, 최장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놀음, 201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제 네 살이 된 아들과 단 둘이 미술관 투어를 계획하고 실행했지만, 실패였다. 외부에 보이는 모든 것들 위로 물음표로 떠오르는 그 시절, 작품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만지고 흔들어보고 던져보는 대상이다. 결국 나는 갤러리에 들어갔다고 소리만 지르다 나와, 사간동을 배회하기만 했다. 공간 건물에 새로 들어온 아라리오 뮤지엄은 입구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만난 신선놀음. '무화과같다'는 네 살배기 아들의 말. 연신 뛰어다니는 아들 뒤를 따라다니느라, 나는 금세 지..

다이버전트 Divergent

다이버전트 Divergent 닐 버거 Neil Burger 감독 쉐일린 우들리 Shailene Woodly, 테오 제임스 Theo James 주연 1년에 영화 1편도 보지 않았던 듯 싶다. 그것도 10년 넘게. 20대 초반 월간 키노의 모니터 기자를 했고, 비디오 테잎을 수집했으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리뷰를 광적으로 올리며,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비디오 가게 점원 생활을 하던 내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가? 그 사이는 영화는 더욱 산업화되었고 헐리우드 영화 직배 반대를 외치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영화계도 대기업 자본들이 들어와 산업화,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영화가 예술이라고? 내가 영화를 멀리 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를 한 두 편 극장이..

오르세 미술관 전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국립중앙박물관, 2014.5.3 - 8.31

오르세 미술관 전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국립중앙박물관, 2014.5.3 - 8. 31 몇 해 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놀라웠던 건, 1층에 놓인 거대한 작품들 - 제롬이나 부게로 같은 화가들이 그린 - 을 보면서 참 식상하다는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4층(?)의 낮은 천장 아래 놓인 작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앞에서 전율같은 감동을 느껴졌을 때였다. 어쩌면 예상되었을 법한 일일 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예상했던 범위 이상이었고 그 놀라움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르세미술관에서의 그 경험에 비한다면,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다소 어수선하고 산만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 집중하긴 어려웠다. 그리고 오늘 도록을 꼼꼼히 읽으면서..

빌 비올라 Bill Viola, 그리고 예술로서의 영화, 혹은 비디오 아트

"잠과 깨어남 사이의 장소, 의식과 무의식의 접경 지대, 정상적인 구별과 확실한 경계가 와해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과 대상과 연상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곳" - 빌 비올라, 1994년 백남준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인 빌 비올라Bill Viola. 그의 작품은 의외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실은 체력까지도 요하는지도... 갤러리에서 전시된 그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 서 있어야 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비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물질성에 주목한다면(동양적 시선에서 서구적 확대로 나아갔다면), 빌 비올라는 비디오라는 영상이 가지는 추상성에 주목한다(서구적 시선에서 동양적 탐구로 나아간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묻고 시간과 사건(혹은 찰라/순간)의 지속..

발튀스 Balthus

발튀스Balthus의 작품을 본다. 어떤 긴장이 느껴지지만, 내가 선호하는 긴장은 아니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나는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성적인 압박으로 인한 기괴함이 화폭에 가득 묻어나고 분석가들에게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겠지만, 딱 거기까지인 듯 싶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발튀스에 열광한다. 내가 모르는(알 턱도 없는) 작가인 탓에 블로그에 몇 편의 작품을 올리고 기억해둔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적을 수 있겠지. The Golden YearsBalthus,1945199 x 148 cm, oil on canvas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USA The Fear of Ghosts Balthu..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와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카메라 루시다는 하나의 광학 장치이며, 카메라 옵스큐라는 일종의 광학 현상을 이야기한다. 원래 이 글은 좀 길고 자세하게 적을 생각이었으나, 그럴 시간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터라, 대강 정리해보기로 한다. 카메라 루시다는 광학자이면서 물리학자, 화학자 였던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이 발명한 광학 장치이다. 일종의 드로잉 보조 도구로,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무척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장치다. 프리즘에 135도 각도의 반사면 두 개를 설치하여 비치는 이미지를 관찰자의 눈에 전달하는 장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그림의 초안을 잡거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다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도구인지라, 어느 정도의 연습과 숙련이 필요했..

이우환, 그의 베르사이유

Lee Ufan Versilles 2014. 6. 17 - 11. 20 이우환, 베르사이유 전 "작가에게 만족이란 게 있겠는가만, 이번에 나는 베르사이유에서 하고 싶은 작품을 70%는 한 것 같다. 전시 이후에 작품은 어떻게 되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작품이란 결국은 잠깐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진다. 하이데거는 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대지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연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그런데 예술가란 세우고 사그라지는 그 양쪽 모두를 보는 사람이다. 그 양쪽으로 열려 있음은 무한의 세계다." - 이우환(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에서 재인용) 이우환이 프랑스 베르사이유에 신작 10점을 선보였다. 그냥 전시가 아니라, 베르사이유를 위해 새로 작품을 만들었다. "..

사진과 글쓰기 - 헤르베르트 바이어의 '자화상'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구글에서 찾아보았으나, 구한 것은 아래 책 표지뿐.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들고 다니며 조금조금씩 읽은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의 한 챕터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헤르바이트 바이어의 이 작품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진 실천의 비약적 발전을 기념하고, 예증하고, 분석해보고자 사흘 동안 열렸던 학술 회의 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다. 뭐랄까, '책 읽기 따위는 잊어라'는 식이랄까. 기이한 자기 반영성으로 사진 실천과 글쓰기, 혹은 텍스트와 사진 간의 기묘한 연관성을 표현한 사진인 셈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런 컨셉은 자주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흑백사진이 주는 여운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이 자화상이라니. 초기 사진이 가지는 리얼..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 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 얼마 전 나는 무척 흥미로운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지난 6월 21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예술(혹은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열정,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많은 활동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참석하게 된 계기는 그저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한다는 이유뿐이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에서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내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순수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거기에 불순한 의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