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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789


연초에 세웠던 대부분의 결심, 계획들이 어긋났다.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되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 대부분이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추진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임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잘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보지만, 도리어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젠 방배동 커피숍에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새로 산 검정색 노트를 꺼내 뭔가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최근 책을 전혀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 공포증에 대한 얼마간의 위로가 되고, 그녀를 향한 아주 짧은 문장 하나 정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아주 오래 전 생각했으나, 이젠 사랑이라는 것도 일종의 감각적 허위이거나 사치가 아닐까 싶다. 언어 공포가 아닌, 나는 사랑 공포증 환자가 되어 가는 걸까.

<<오리엔탈리즘>>으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사이드는, 실은 20세기 후반 손에 꼽히는 문학/예술 비평가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그의 책 몇 권은 한국의 문화 예술 관련 비평가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어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뒤적거린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를 읽어보면, 군데군데에서 그의 박학함과 통찰력을 빛난다. 이 책은 예술가가 늙어 죽기 전 발표하는 작품들이 가지는 일련의 양식적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이런 비평적 기획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 내가 계속 진학해 공부를 했다면, 그 중의 몇 개의 비평문을 작성했을 것이고, 어느 정도 필명도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유약하면서, 터무니없는 언어적 욕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늘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에게 비평 언어는 얇은 영혼을 아프게 찌르고 도려내는 화살촉 같은 것이다.

내가 내 예상보다 빨리 은퇴하게 된다면,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년성에 주목했듯이 처녀성에 주목하고 싶다. 위대한 작가들의 처녀작에서부터 미술가, 음악가, 그리고 어떤 양식이나 장르의 시작 단계들이 가지는 공통된 양식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영혼과 육체에, 그리고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해내고 싶다.

늦은 봄, 무더위 속에서 햇살은 투명하기만 하다. 이런 날, 나는 뜬금없는 슬픔, 혹은 우울함, 또는 절벽을 향해 떨어지는 유쾌함을 느끼곤 한다.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가 조금의 위안이 되는 늦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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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켈란젤리의 피아노라...
    절대적이고 고독이 스며들어있는 그 피아노 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합니다.
    평생 유약하고 병에 시달리면서도 피아노 앞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연소했던 진정 위대한 피아니스트 입니다.

    • 정직하고 분명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해야 하나. 제가 듣기에는 그렇더라고요. 여하튼 미켈란젤리를 늘상 듣고 있습니다. : )

  • 윤민연우맘 2008.06.14 13:53 신고

    어떻게 하면 유산계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아마 내 여생의 화두가 될 것. 얇은 영혼에게는 돈이야말로 모든 강박과 고통으로부터의 탈출구일 텐데.
    그때가 돼서야 미켈란젤리가 더 반짝반짝 들리지 않을까욤?

  • 윤민연우맘 2008.06.16 14:45 신고

    댓글 시간을 보아하니
    주말 내내 술을 드신 게 틀림 없군요.
    호호.

    • 토요일 아침까지 술을 마셨어요. 술 마시면 너무 오바한다는 게 늘 문제예요. 그리고 맥주는 너무 많이 마신다는. 그래서 일요일은 방바닥과의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어요. 이제 음주 관리를 좀 해야 겠어요. 아무래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같아서... ㅎㅎ..윤민연우맘께서는 속으론 부러워하시겠지만.. ; )

  • 방바닥과의 깊은 사랑!
    이거 제가 넘넘 잘 쓰는 표현인데요!

  • "유약하면서, 터무니없는 언어적 욕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늘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에게" 제 이야기인 것 같아 여러번 읽게 됩니다. 언제쯤이나 자유스럽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요? 배부른 고민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제 삶의 의미를 결정하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 배부른 고민이 아니라 늘 해야 되는 고민이 아닐까 해요. 그러면서 현재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겠지만, 나중에 정말로 자유스럽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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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조차 모른다. 세상은 촛불 때문에 흥분하고 아파하고 그러는데, 나는 7월말 Art Fair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Art Fair는 일반적으로 Gallery들이 참가, 미술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를 뜻한다. Art Fair는 Art Cologne가 그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rtist들이 참가하는 Art Fair도 있다.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전시는 많다. 이를 살롱전이라고도 하고 국내에서는 부스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KASF 2008은 올해 처음 하는 행사이다. 작가들의 관심이나 호응이 높고 기업 후원도 늘어나고 있다. 전체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고 인터파크에 예매 페이지도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 주위의 선후배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은근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번 KASF 2008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빠듯한 재정에, 바쁜 일정에, 조금만 여유를 부리다간 금방 일이 밀려버린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전화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문서작업도 한다.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뽑을 시간조차 없으니, 난리도 아니다.

뭔가 나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혹시 주위에 참가할 예술가가 있다면, 추천을. (자세한 정보는 www.kasf.co.kr )
그리고 초대장이 필요한 분께서는 메일을. 초대장은 한정 수량이므로 이웃 우선임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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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8.06.11 19:14 신고

    수고가 많으시네요. 무리하지 마시고 빨리 직원 뽑아서 한숨 더세요. 바빠도 재미있으시겠어요. 한국에 있으면 가볼텐데 지금으로선 방한(?) 전망이 안 보이네요.
    근데 KASF 2008는 갤러리만 참가하나요 살롱전도 겸하나요? (독해능력 부족..-_-;;)

    • 작가들만 참가하는 행사랍니다. : )
      아마 제가 먼저 방일(?)하게 될 지도. 그러면 동경 갤러리 구경 시켜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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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altale.com/ 


블로거들의 촛불문화제에 동참합니다.
위 사이트에서 촛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이 좋은 계기가 되어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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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스트레스 탓일까, 아니면 과도한 음주 탓일까, 아니면 나에게 영원히 무심할 것같은 저 별빛, 혹은 날 스쳐지나가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봄처녀의 하얀 볼, 어쩌면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갑자기 찾아온 복통은 먼저 수면을 방해했고 사람들 앞에서 가끔 이마를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끊임없이 방바닥과 화장실을 오가게 만들었다. 처음 간 약국에선 소화제와 진통제를 주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 다음 간 약국에서는 좀 강한 소화제와 위 경련을 위한 진통제(?)를 주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병원에 갈 시간 조차 없었다.

다행히 주말을 지나자 통증을 거의 사라졌다. 대신 아픈 동안 거의 먹지 못한 탓에 현기증이 조금 있을 뿐이다.

내가 아픈 동안, 이 나라도 아팠다. 아주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대통령과 그의 내각은, 그리고 10년 야당 생활을 청산하고 여당이 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문제는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독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픈 동안, 새벽 라디오를 통해 시위 현장 소식을 들었고 다음 날 TV를 보면서 상황이 심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국민들은 2008년을 살고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1980년대 중반을 살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만들었다. 더구나 그들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스타일은 완전히 1970년대나 80년대식이다.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이들과 함께 앞으로 5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자주 촛불을 들어, 그들에게 '우리는 지금 2008년을 살고 있어요'라고 가르쳐줘야 할 것인가.

비가 많이 내린다.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은 탓에, 비에 흠뻑 젖었다. 아직 몸이 좋지 않다. 이럴 때,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느낀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혼자 산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니면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 미셸 투르니에를... 언제쯤 내 삶은 우아해질 것인가. 이런 날씨에, 바이올린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간 따뜻하게 위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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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음악도 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휴식과 몽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다. 다행이다. 잊어버리지 않고 있으니.

 어젠 화성시에 갔다 왔다. 현재 준비 중인 Art Fair 일로 화성시 비봉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돌 깎고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작업실에서 보았던 조각상들의 돌 무늬가 너무 생각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넬(Nell) 시디를 샀다. 사람들에게 넬 시디 선물해주고 있다. 싸이 미니 홈피 있는 이들에겐 음악을 선물하고. 오랜만에 가요에 '필'이 꽂혔다.

 간송미술관을 가야하는데, 언제가 좋을 지 ... ... 새벽 비 소리가 요란해,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 너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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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번 듣지도 못할 말을 들었다. 그 들음의 충격은 며칠이 지나가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야 겠지만, 인간 관계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생각이다. 하지만 기억은 해두어야 겠다.

일요일, 밀린 일들이 해야할 시기다.

"그린을 겨냥하는 게 점점 재미없어지고 대신 관중을 겨냥해 샷을 날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은퇴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기에선 티를 땅콩처럼 씹어 먹"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고도 했으며, "(캐디가 아니라) 캐디백과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디어는 자신의 퍼트에는 신경이 가질 않고 "오직 내 약혼자의 퍼트에만 신경을 쓰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녀가 부럽다. '은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나는 태어나서면서 은퇴하고 싶었고 살아오면서 은퇴하고 싶었고 지금도 은퇴하고 싶다. 하지만 '은퇴'라는 단어는 내가 사용할 수 없는 단어임을 태어나면서부터 알았고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깨달았고 은퇴하고 싶은 지금에도 은퇴라는 단어가 나에겐 너무 먼 단어임을 알고 있다.

마음은 어둡고 쓸쓸함은 내 육체의 깊고 은밀한 아픔을 찌른다. 이럴 때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이 세상 사람이었던 적이 없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야한다. 오직 이런 때여야만 한다.

나는 지금 피가로의 결혼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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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를 바라는 이유가 아무 일 없이 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러네요. 지금 저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잠시 잊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만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차르트 말씀하시니까, 저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네요. 왠지 모차르트 음악 중에 가장 마음에 끌리는 것이 레퀴엠입니다. 이 음악 듣고 있으면 쓸쓸한 마음이 배로 늘어날텐데 말입니다 ㅡ.ㅡ

    • '은퇴'하기 위한 조건 같은 걸 생각한 적이 있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한 가지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나의 모든 에너지,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건가 자문해 보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데, 반 정도는 온 것같아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거든요. ㅡ_ㅡ;;;

      모차르트 레퀴엠만 4장의 음반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듣습니다. 엄청 좋아하는 음악이예요. ^^


인생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롤러코스트. 무시할 수 없는 공포와 처절한 쓸쓸함과 슬픈 느낌으로 자욱한 길거리. 무수한 사람들로 빼곡하지만, 정작 손 잡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모호함 속. 결국 나 혼자 걸어가는 공포의 계곡길. (http://me2day.net/intempus)

*    *  

토요일 아침, 흐릿하게 시작한다. 흐릿하게 시간을 흘러보낸다. 며칠 너무 정신 없었다. 며칠 너무 슬펐다. 며칠. 며칠. 며칠. 하긴 세상을 결정하는 건 단 1초다. 1초에 모든 것이 송두리째 날라갈 수도, 복원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싫다. 공간만 존재하는 곳. 그 곳이 있다면 이데아의 세계일 것이다. 그리스 고전철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시간성을 잃어버리고 공간을 향한다. 왜냐면 그 곳엔 어떠한 감정의 흔들림도, 슬픔도, 쓸쓸함도, 고독도, 오해도, 아픔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아픔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 베르그송은 엘랑 비딸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이 가져다주는 약동하는 생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아픔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가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멍해지거나 도리어 정신이 맑아지는 때가 있다. 결국은 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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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섭 2008.07.21 13:36 신고

    "공간만 존재하는 곳. 그 곳이 있다면 이데아의 세계일 것이다. 그리스 고전철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시간성을 잃어버리고 공간을 향한다. 왜냐면 그 곳엔 어떠한 감정의 흔들림도, 슬픔도, 쓸쓸함도, 고독도, 오해도, 아픔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아픔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

    중학생 같어요...공간(形)이야 말로 모든 감정적 질료가 담기는 원천( 혹은 생성되는 소스) 아닌가 십퍼요^^**;; ..쳇 -




곧잘 가는 술집에서 음악 선곡하다가, 손님이 신청해 알게 된 곡. 요즘 이 노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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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 지 벌써 2주가 지난 듯 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여전히 쓸쓸하기만 한 술과 가까이 지내고 육체를 돌보지 않으며 넓은 방안의 먼지들과 둔탁해지는 영혼을 보며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가끔 만나게 되는 묘령의 아가씨에게 던지는 내 '가을의 잔잔한 물결'(波)은 번번히 우아하지 못한 몸짓을 보여주며 시간의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어두운 미래 만큼이나 어두운 내 가슴의 그림자를 내가 어쩌지 못하는 까닭에, 어느 화요일 비 소리는 종종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준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본 로만 오팔카의 그림을 보고 너무 좋았다. 그러나 로만 오팔카보다, 이우환보다 귄터 워커의 작품이 나에게 압도적이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둔탁한 운동의 두께 속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집어넣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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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요즘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다른 분 블로그에 들어가 댓글 남길 엄두도 못내면서요 ㅡ.ㅡ;; 뭐 그럴때도 있는 거지요.

    잔잔한 물결이 안통하면... 강력한 태풍은 어떨까요? ^^;;

    예술을 보고 찡하는 그런 순간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정이 너무 무디어져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좋은 글, 감성 깊은 글은 저를 압도합니다. 지하련님의 글에서 그런 느낌 받을 때가 많습니다 ^^

    • '타이밍'이라는 단어만큼 '사랑'이라는 단어에 절실히 필요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연애할 기회도 참 많았는데, 어찌 된 것이 내가 좋아하면 상대방이 싫고, 상대방이 좋아하면 내가 시큰둥하고 ...

      앗. 그리고 감사합니다. ^^;;

  • 저두요. 저두요.
    지하련님의 글에서 그런 느낌 받을 때가 많아요.

    가을의 물결이 안되면 초여름의 물결이라도 보내보셔요. ^^;;;
    여자인 저도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는데 남자들이 여자를 알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들어올 때마다 울리던 저 아래 음산한 음악이
    뒷페이지로 넘어간 것이 너무 기뻐요. -_-;;;

    • 그 음악, 처음부터 끝까지(약 사오십분 정도) 들으면 엄청나게 좋습니다. LP로 가지고 있는데, ㅎㅎ, 아주 젊었던 때 엄청 들었던 음악이죠.

      하지만 저도 들어올 때마다 울려서 ㅡ_ㅡ;;; 스톱 버튼부터 눌렀습니다. ^^;

      아무래도 '연애의 기술'같은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ㅎㅎㅎ (하긴 읽어도 별 변화가 생기지 않을 듯합니다만.. 크~)


뜨거운 차가 부담스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뜨거움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엉망으로 살아온 시절들에 대해 육체가 그 특유의 반응을 쏟아내는 것일까.

천칭자리 태생은 늘 어떤 선택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선택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세 여신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파리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망쳐놓은 계절은 실성한 듯한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깊은 바다 물고기들이 길을 잃고 얇은 바람은 삽시간 두텁고 무거운 부피로 우리의 도시를 강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모른다는 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인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두려움에만 떨고 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구하던 신은 우리에게 외롭고 싸늘하게 죽어가는 키에르케고르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신은 죽었다고 이야기한 채 미쳐 죽어가는 니체의 모습에게서 교훈을 찾으라고 한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

이젠 술마저도 날 버리고 날 둘러싼 모든 이들이 적처럼 보이는 어느 시간,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자신이 내 인생 최대의 적이 아닐까. 하긴 그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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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te E Miele를 듣는 아침, 이스탄불에서 사온 터키식 차를 마시며 글을 쓰려고 해보지만, 요즘 나는 아주 심하게 글쓰기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Passio Secundrum Mattheum(1972) - Calvario / Il Dono Della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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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yeons 2008.05.01 01:40 신고

    이 집 글 읽는 재미가 참 좋은데... 아유.. 섭섭해.

  • noi 2008.05.21 17:33 신고

    latte e miele라.. 젖와 꿀인가요.. 상당히 성서스럽군요.. 갑자기 홍차가 마시고 싶어졌다는.. ㅋㅋ

    • noi 2008.05.21 17:37 신고

      앗 그래서 터키식 차를 드시며 이 음악을 올리셨구나!! ^_^b

    • 성서에서 가지고 왔어요. 가사도 성서에 나온 내용이고요. 이 음악이 나온 게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 쯤이었으니, 그 당시로는 대단히 혁신적이고 놀라운 음악이었어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엄청 좋아요. 한 동안 레코드판에 구멍이 날 정도로 들었으니깐요..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선 요리를 본다. 꼭 이국의 젊은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눌 듯한 느낌이다. 포크로 조심스럽게 하나를 찍어 먹는다. 창 밖으로 어둠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한 나라의 요리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내 천박한 허기는 낯선 요리를 깊게 음미할 기회를 여지없이 박탈해버린다. 마치 대부분의 소년들이 가진 거칠고 사나운 욕정이 순결한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들에게 상처를 내듯이(아니면 그 반대든지).

낯선 요리에 반한다는 것은 이국의 대기와 대지 속에 온 몸의 감각을 맡기는 것과 같다. 독일 요리는 순박하다. 화려한 기교나 장식은 없다. 낯선 이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수줍은 듯 말을 건네다가, 상대의 호의를 느끼는 순간 편한 미소로 다가온다. 독일의 요리는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 보였다.

하지만 입맛만큼 세상에 보수적인 것은 없다. 어느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서른세 살 이후 먹게 되는 낯선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서른세 살 전에 먹었던 음식의 맛을 기억해두고 이를 계속 찾게 된다는 것. 외국 생활을 오래 했지만, 밥이나 김치, 고추장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도 우리들의 보수적인 입 탓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여러 번 낯선 음식에 당황스러워한 경우가 있다. 이 점에서 호텔의 가지런한 아침식사만큼 부담 없는 것도 없다. 빵과 우유, 주스, 햄과 샐러드, 계란으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는 지친 여행객에게 건조하지만 짧고 깊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메세 칼스루헤로 향하는 길. 밤새 내리는 비는 온데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거리에 부서져 내렸다. 눈이 부셨다. 몇 천 명 정도 사는 듯 보이는 배드 해른알브는 우리의 작은 읍을 연상시켰다. 칼스루헤에서 배드 해른알브까지 전철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보면 그렇게 멀게 생각되지 않지만, 자동차로도 삼사십 분 이상 달려야 하는 꽤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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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구밀도가 부러웠다. 그래서 독일의 자연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삶은 윤택해보였다. 다만 사람들 성격들이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워, 다소 심심하거나 쓸쓸할 경우가 많은 듯 보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트페어의 첫 날은 VIP 프리뷰이다. 아트페어는 그 나라나 그 지역의 사회 저명 인사나 미술 수집가, 언론매체 종사자 등 VIP로 볼 수 있는 일군의 사람들에게 먼저 프리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아트페어마다 프리뷰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 어느 아트페어의 경우에는 프리뷰 때 상당수의 작품이 팔려나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아트페어에서는 프리뷰 땐 살만한 작품을 점 찍어 놓고 며칠 지나 구입해 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때에는 마지막 날 아트페어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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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로 붐비진 않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날이 바로 첫날 프리뷰 때이다. 프리뷰 때 방문한 고객들 중 작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 일부는 아트페어 기간 중에 다시 들려 작품을 구입해 간다.


최근 들어 미술 비엔날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아트페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대한 미술계와 대중의 관심도 늘고 있다. 전자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인데 반해, 후자는 갤러리들과 고객들을 위한 대규모 시장이다.

새로움으로 포장한 평론들, 일반인들에게는 어렵지만 현대 미술의 방향을 결정지을 지도 모르는 작품들, 현대적인 용어들로 작품들을 나누고 설치하고 설명하는 비평가들과 전시 기획자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예술가들. 관람객들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들어온다. 갤러리스트들도 있을 것이고 미술 잡지의 기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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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 칼스루헤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직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흰 벽면에 작품이 걸리고 그 옆에는 제목, 작가이름, 크기, 재료, 제작연도, 그리고 가격이 적힌 메모가 있다. 갤러리스트들은 어느 관람객이 작품을 구입할 사람인지 유심히 살핀다. 콜렉터들은 손에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을 경우에는 갤러리 이름, 부스 번호, 그리고 작품 이름과 가격을 적는다. 적게는 몇 천 유로에서 많게는 몇 만 유로 이상 나가는 작품을 사기 위해서 그들의 들이는 노력은 매우 대단하다(미주1). 여기에서 예술가는 매우 드물게 노출된다. 한 점이라도 더 팔려는 갤러리스트들과 좋은 작품 하나를 고르려는 콜렉터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고 불안한 표정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아트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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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chiela의 작품이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schiela.de/ 이다. 꽤 흥미로웠던 수채화였다. 한국에서도 극사실주의 작품이 유행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추상 작품보다는 구상 작품들이 최근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재털이, 병뚜껑, 옷감, 과일 등이라면 외국 작가들은 일상의 풍경, 사람의 표정, 어떤 몸짓이라는 점이다. 어느 작가가 살아남느냐는 작품의 시작부터 이미 결정이 나있는 셈이다(그런데 가격도 보이는데, 지워야 되는 건가).



주1) 한국과는 달리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의 개념이 달라서, 유럽에서는 작품을 구입해 오래 보관한다. 젊은 청년이 구입한 작품은 그가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작품은 그 때 그 자리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작품의 가격은 오랜 시간 후에 작품의 가격은 극단적으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구입했던 때보다 오른 경우가 많고 어느 경우에는 문화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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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면 조용하고 은밀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그것은 곱고 차가운 햇살 아래에서 다듬어지며, 창 밖의 불길한 어둠을 가르며 내리는 흰 눈으로 감추어진다. 가끔 깊고 무거운 막다른 골목길까지 걸어 들어오는 행인의 구두 밑에서 사각대는 눈 소리는 내 사각의 방이 가진 쓸쓸한 온기를 터질 듯 한 컷 부풀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전, 서울엔 눈이 내렸다. 그것이 내가 올해 본 마지막 눈이었다.

사진

공항 가기 전 날 찍은, 어느 건물 옥상 사진. 옥상에 새겨진 저 무늬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곧바로 Art. Karlsruhe가 열리는 Messe Karlsruhe로 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중이었고, 유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미 와서, 전날 항공화물로 도착한 작품들을 꺼내 놓고 작품을 전시장 벽에 설치하고 있었다.

작품 설치 중

Painting과 Photo 작품들 뿐이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평행선을 벽면에 비추어주는 기계다. 저 기계, 건축 현장에서나 볼 만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설치 때 꽤 요긴하게 쓰인다.


한 시간 정도 작품을 설치하다가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로 갔다. Karlsruhe 인근의 Bad Herrenalb에 있는 Treff Hotel이었다. 그런데 ‘Karlsruhe 인근’이라기 보다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Karlsruhe에서 나와, 숲 속으로 무려 30분이나 들어갔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낯선 브랜드의 GM 자동차에 붙은 네비게이션 뿐이었다. 그것도 딱딱한 독일식 억양의 아줌마 목소리의 영어로 설명하는.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칼스루헤로, 칼스루헤에서 배드 헤른알브로, 나는 지쳐 금방 잠이 들었다. 시차도 피곤함에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새벽에 깨는 잠은 어쩔 수 없었다.

호텔방

두 명이 쓸 수 있는 방에 혼자 머물렀다. 지금 보니, 약간 우울한 풍경이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이었다.


아침이 왔다. 낯선 풍경이었다. 독일의 숲이란 이런 모습이었구나. 침엽수로만 이루어진 유라시아 대륙 서쪽중간에 위치해 있는 숲은 겨울에서 봄을 향해가고 있었다. 간간히 새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교회 종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아침을 알리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메시지. 그러고 보니 호텔 조식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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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란 단어는 이국에 나가보면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그 기분도 사라진다. 일상의 힘은 놀랍다. 끊임없이 뭔가를 처리해야만 하는 일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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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금만 운전해 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이 산인데, 독일에선 그렇지 않았다. 낮은 언덕을 만나기도 어렵다. 이 곳이 난 어딘지 모른다. 베드 헤른알브에서 메세 칼스루헤로 가는 길 중간에 맞주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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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트스피드를 잘못 맞추었다. 여유를 가졌다면 사진을 많이 찍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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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루헤 인근에 바덴바덴도 있고 베드 헤른알브가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도 인근이다. '인근'이라는 표현이 좀 모호한 감이 없진 않지만. 프랑스, 스위스, 독일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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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에 다녀오셨군요.....+_+
    사진을 접하는 저에겐 이국적인 느낌이 화악 다가오네요. ^^

  • noi 2008.04.24 21:58 신고

    건물 옥상 사진이 특이하네요. 미술 작품인 줄 알았어요.. 방 사진도 전 좋은데요. 고적해 보여도 분위기 있고.. 창밖 풍정도 좋고..
    건강하시죠?^^

    • 저 옥상이 최근 어떻게 변했는지 조만간 올려볼께요. ^^.. 아, 요즘 건강이 아주 안 좋아졌어요. ㅡ_ㅡ;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술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20대 초반부터 굳어진 탓인지, 건강 해치는 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네요. 크크.

    • noi 2008.04.26 00:00 신고

      이런, 건강을 해치시면 아니되지요. 술 많이 드시나봐요.. 사알짝 줄여보심이.. 헬스 하시는 거 같던데 운동도 좀더 하시구여.. 말이 쉽지만서두^^

    • 바쁜데 해야할 일은 계속 쌓이고 스트레스는 받고 ... 아, 디오니소스는 우리들 청춘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같아요. 한강에서 자전거 탄 지도 꽤 되었네요. 피트니스 센터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가는데, 좀 분발해야겠어요. 그리고 감사. 꾸벅. ^^


어떤 꿈은 너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은 실제 기억과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기억이 된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 일은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겐 견딜 수 없는 정도로 깊이 패인 정신의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눈을 뜨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억의 일부는 아주 오래전 선명하게 남겨진 꿈에게서 연유한 것. 종종 우리가 눈 앞의 현실에게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특히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이 흐린 눈가나 입가의 주름 사이로 숨어버리는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의 남자에게 더욱더 위험한 이 사건. 이 무렵의 남자들이란 대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마주 하게 되는 젊음들에 대한 공포,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힘주어 고백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아내, 번번히 대화의 미끄러짐을 경험하게 해주는 냉담한 그의 아이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로 짜여진 그의 모던 타임즈, 정기적으로 바뀌는 계절의 수상한 향기 속에서 그들의 영혼은 천천히 주눅 들고 지쳐가고, 그러다가 소리없이, 혹은 과감하게 오래 전 꿈을 군데군데 조각난 과거 현실의 기억 사이에 집어넣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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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Segal
(1924-2000)

Girl Against a Post, 1973
Plaster and cloth with wood
183.5 x 53.3 x 54.6 cm


자기 전에 조지 시걸의 조각 작품 하나를 올린다.
현대인의 쓸쓸하고 슬픈 모습이다.

내 모습이다.
원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다.

- 2003년 9월 16일.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 내 사진을 찾다가 이 작품 이미지를 발견한다.
조지 시걸.
너무나 우아하고 슬픈 현대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가.
그를 꽤 오래 잊고 있었다.

(아직까지도)내 모습이다.
원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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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소리 없는 내리는 봄비 모습이 좋았고
오늘 창 틈으로 밀려든 봄날 스산함이 좋았다.

몇 가지 더 좋은 일이 봄바람을 타고 밀려들었으면 더 좋겠다.

모든 일들이 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장은 빈약해져가고 내 영혼은 가난함으로 물들어있다.

오랜 만에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었고
시디 케이스의 먼지를 닦았다.

밀린 신문을 읽으며 일을 했고
커피를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

힘든 생활의 연속이지만, 잘 되거라 믿는다.
주중에는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볼 것이고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생각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을 것이다.

그리고 착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을 같이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Little Jack Melody의 'The Ballad Of The Ladies' Man'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찾아 올렸는데, 오늘 음악을 듣다가 mp3 시디를 발견했다.
mp3를 오디오 시디로 구운 것이다. 조악한 음질이지만, 라이브와 다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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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yeons 2008.04.03 14:34 신고

    태그의 좋은 일은 착한 사람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을 함께 하는 것이죠? 음,, 저는 지난 주에 그 좋은 일을 했었군요. : )

  • pink-lotus 2008.04.03 19:39 신고

    문장은 빈약해져가고 내 영혼은 가난함으로 물들어있다.

    말 그대로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중이예요.
    아무 글도 쓰지않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니,
    보여줄 것도, 들려줄 것도, 나눌 것도 없구나 싶어요.
    우울해하고만을 있을 수 없다고 주문만 걸고 있어요.
    지하련님도 기운내세요. :)


벌써 4년이 지났다. 이 노래를 들었던, 그 때. 그 사이, 나는 더 황폐해진 걸까. 아니면 더 우아해진 걸까. 혹은 변하지 않은 걸까. 뜻하지 않은 과거로의 상념은 사람을 참 서글프게 만든다.

거의 열흘 만에 헬스를 했다. 몸을 움직이면 그 때만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담배를 자주 피고 스트레스를 받고 정장을 입고 다닌다. 예전에 깔끔해보였던 정장 차림이, 요샌 부쩍 나이 들어 보인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Y Tu Que Has Hecho?
    - by BuenaVistaSocialClub

En el tronco de un arbol una nina
Grabo su nombre henchida de placer
Y el arbol conmovido alla en su seno
A la nina una flor dejo caer

Yo soy el arbol conmovido y triste
Tu eres la nina que mi tronco hirio
Yo guardo siempre tu querido nombre
Y tu que has hecho de mi pobre flor?


그리고 넌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무 밑둥에, 기쁨에 넘친
어느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새겼네
자신의 중심까지 그 감촉을 느낀 나무는
그 소녀에게 꽃송이 하나를 떨어뜨려 주었네

나는 슬프고 또 감동받은 나무야
그리고 넌 내 껍질을 상처낸 소녀지
나는 사랑하는 네 이름을 언제까지나 간직할 거란다
그런데 넌, 내 가엾은 꽃송이를 어떻게 했니?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계속 이 노래만 듣고 있다. 집에 브에나비스타 쇼셜클럽 DVD가 있는데, 우연찮게 이 노래가 나왔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기타를 튕기며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슬프고 너무 행복해 보였다. 누구였을까. 누구였을까. 상처를 낸 그 소녀는. 그 소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난 내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게 되었을 때, 이런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랬으면 좋겠는데. (2004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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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번 밖에 안들려서 아쉽아쉽.. 계속 재생되면 좋겠네..

  • 윤민맘 2008.03.26 22:21 신고

    예전엔 담배보다 술이라며 담배 잘 안 피우더니?
    요즘은 담배 피우는 사람은 원시인 소릴 듣던데?
    우아해지려면 계속 술을 마셔요.
    담배는 금물.

    담배 피워서 멋있는 시대는 이제 사라졌어요.

  • 앗. 티스토리에 로그인하고 쓰니까 이름이 Breezy로 등록되네..

    • Tistory에 오셨군요. : )

      저도 꽤 오래동안 홈페이지를 운영했는데, ... 관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결국엔 블로그로 정착했어요.

  • AnneDonn 2008.10.06 21:31 신고

    우연히 발견했는데...노래는 들을 수 없어 아쉽지만
    덕분에 반가움 가득 안고 갑니다.

  • 2008.10.18 01:24

    비밀댓글입니다

    • 받긴 할 텐데, 조건이 붙을 것같아요. 20일 동안 내가 원할 때 같이 술을 마셔줘야 한다는.
      기쁨도 술로 나누고
      슬픔도 술로 나누는.. : )


긴장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일은 계속 밀리고 한 달의 끝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은 증가한다.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가 내 거친 볼 위를 지나간다.

그 위로 봄날의 쓸쓸한 바람, 거리의 먼지 향기, 돋아나는 나무 이파리들의 소곤거림도 함께 지나친다.

내 영혼의 위안을 위해 꺼내든 것은 미켈란젤리.

Michelangeli play Brahms Ballad op 10 no 2 at Lugano in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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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이 일을 대신해주지는 않지만, 일때문에 지친 마음은 확실히 달래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일을 합니다. 안그러면... 더 힘들 것 같아서요 ^^

    • 혼자만 쓰는 개인 사무실에 낡은, 하지만 근사한 음을 들려주는 작은 오디오 갖다 놓고 음악 들으면서 일하는 게 꿈이예요. 크~.
      직장 다니는 친구들에게 음악 듣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이야기해주곤 하는데, 다들 시큰둥 하더군요. ㅎㅎ

  • noi 2008.03.28 15:50 신고

    전 지난 열흘 내내 같은 곡을 계속 틀어놓고 일했슴다.. 들어도 들어도 안 질리는 곡..같은 사람이 되야할텐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0^

    • 저는 종종 한 작곡가나 한 가수/그룹 정해서 며칠 내내 들어요. 무척 흥미롭답니다.
      몇 년 전에 1박 2일 동안 베토벤 교향곡 전집 듣기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어요. 거의 죽음이더군요. : )

  • 미켈란젤리의 루가노 실황이네요.
    만년의 모습에서도 미켈란젤리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귀한 영상이지요.
    덕분에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


앙리 마티스의 젊은 시절, 지붕 밑 아틀리에를 그린 작품이다. 마티스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품 속의 아틀리에 안은 창 밖 밝은 세계와 대비되어, 어둡고 쓸쓸하며 심지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색깔들이 어우러지면서 그토록 많은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보는 이로 하여금 자아내게 만든다는 사실은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지만, 이 색깔들이 자신의 인생 한 복판에서 어우러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직 서울에서 봄이 오는 풍경을 보지 못했고 그저 봄 바람이 전해주고 간 저녁 공기의 스산함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아무렇게 집어든 클래식 시디에서 귓가에 와닿아 마음을 흔드는 노래 한 곡의 제목이 '봄의 신앙'(Fruhlingsglaube, Faith in Spring)이라니. 봄이 오기는 하는가 보다.

이 아틀리에 안에도 봄이 왔으면...

L' atelier sous les toits(지붕 밑 아틀리에)
Matisse, Henri
55.2 cm * 46.0 cm, 1903
The Fitzwilliam Museum, UK



F. Schubert, Fruhlingsglaube D.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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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yeons 2008.03.14 01:34 신고

    리트 너무 좋죠.. 저도 요즘 홈에 리트 올려놨었는데..
    음.. 이 노래는 고2때 배웠던거 같아요. :)
    봄비도 오고 진짜 봄인가봐요.

    • 좋은 노래는 귀가 먼저 알아차리는 듯해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노래를 배우다니.. ㅎㅎ.
      봄이네요. 오늘 하늘을 보니.. ^^

    • wooyeons 2008.03.14 15:12 신고

      성악 전공했어요.
      프륄링스글라우베는 리트 시작하면 꼭 배우고 넘어가는 노래였거든요. ^^ 리트씨디를 가지고 있는 사람 많지 않은데.. 이런 것도 가지고 계시다니. @.@

    • 성악을 전공하셨군요. 리트 시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클래식 시디를 사다보면, 샘플러 한 두 개를 가지게 되는데, 그런 시디 속에 이 음악이 있더군요. 덕분에 이 노래가 있는 시디를 구입할 예정이지만요. ㅎㅎ.

  • pink-lotus 2008.03.14 03:53 신고

    그림도, 음악도, 그리고 글도 마음을 치네요.
    창 밖으로 보이는 화사한 봄날 한기가 느껴지는 다락방에서 마티스는 무슨 심정이었을런지. 마음마져 가난해지기 쉬운 찬란한 계절에 이 그림이 위안이 됩니다.
    그림 정말 맘에 들어요. 잘 보고 갑니다. :)


갈색 먼지로 뒤범벅이 된 레코드자켓에서 타다만 낙엽 끄트머리 색깔과 닮은 레코드를 꺼내 일본의 어느 전자 공장에서 나온 지 족히 20년은 넘긴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그리고 잠시 후 남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낡은 목소리들이다. 그 목소리들 사이로 문학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이야기하던 그 때 그 시절의 고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하다. 하긴 그 때나 지금이나 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영혼은 변한 건 별로 없는데.



그러나, 결정적으로 보이는 세계의 영혼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어제 낮에 세탁기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오늘 오전까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잠시 세탁기로 흘러나오던 물이 끊어진 탓이다. 그리고 나는 세탁기의 삶은 존중해주기로 마음 먹은 적은 없지만, 대신 내 삶의 피곤에 지쳐 금방 잠들고 말았다.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해마다 초겨울이면 걸리던 목감기를, 올해는 늦겨울에 걸리고 말았다. 그것도 출국 이틀 남겨놓고.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없는 사이, 금붕어 밥 주고 화분에 물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 금붕어는 어항 위로 곱게 떠올라 날 증오하겠지. 화분들은 올해 내내 화려한 꽃과 푸른 잎사귀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나의 성실한 양육 태도를 요구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이 변하진 않겠지만, 나는 조금 바뀔지도 몰라.  

프랑크푸르트에 잠시 들렸다가 칼스루헤로 간다. 독일에 살고 있는 후배와 술 한 잔 할 생각인데, 일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역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유학 가겠다고 고집부리다 만 것도 바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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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맘 2008.02.25 00:14 신고

    저도 여행 무지하게 싫어해요, 지하련씨.

    • ㅎㅎㅎ. 여행 싫어하지만, 종종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방콕한답니다. 아무래도 낯선 풍경에 흥분을 덜하는 것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 wooeyons 2008.02.26 21:19 신고

    세탁기의 삶을 존중. 부분에서 피식. 재밌는 표현이에요.

  • 2008.02.27 11:02

    비밀댓글입니다

  • 2008.02.29 10:24

    비밀댓글입니다

    • 한동안 프로그래시브 락에 빠진 적이 있었죠. 특히 클래식컬한 락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가 대학 1학년이었죠. 지금 20대들은 어떤 음악을 듣는지... ㅎㅎ

  • noi 2008.03.02 19:25 신고

    출장중이신가봐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 다녀왔습니다. 독일 칼스루헤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독일, 너무 좋더군요. ^^. 북부가 아니라 남부라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기도 했지만요.. ㅎ

    • noi 2008.03.08 09:29 신고

      북부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셨나봐요^^ 두 지역 간에 경쟁심이 있지요..지역성도 상당히 다르고. 베를린도 그렇고 북부는 또 북부나름대로 매력이 있는데... 특히 전 북부독일어가 좋아요. 암튼 잘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경험한 재밌는 일 있으시면 올려주세요^^

Sappororamennakamura3
(출처: http://onokinegrindz.typepad.com/ono_kine_grindz/ )


종종 혼자 밥을 먹어야할 때가 있다.
아니면 나처럼 매일 혼자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매일 혼자 시켜서 먹는 사람도 있다.
아주 드물게 베란다에 밭을 만들어놓고 혼자 상추에 밥 싸먹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가끔은 혼자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꽤 철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다는 것을 일상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낄 때가 바로 혼자 밥을 먹을 때이다.
그것도
혼자 생활하기 시작한 지 7년 정도 지난 후,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막 두터운 외투를 벗으려고 하는 느즈막한 일요일 오후,
창틈으로 뿌연 햇살이 밀려들어오지만, 누구에게도 연락할 곳이, 솔직히 연락할 자신이 없을 때,
그 때 혼자 오래된 김치와 누런 밥에, 계란 후라이 하나로 끼니를 해결할 때,
혼자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고독의 순간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잠시라고 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 집중하지 말고
요리를 만든다는 행위에 집중해야만 한다.

최근 들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를 만나기 쉬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탓이다.
즉 너무 외로운 시대인 것이다.

혼자 있다는 느낌도 싫고, 요리에는 아무런 재능도 가지지 못한 이는
결국 밖으로 나가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든가, 굶는 것을 택한다.

요리를 하자. 요리만 외로운 시대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때 볶음 국수 요리를 하자. 볶음 국수 요리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요리초보자들에게 요리한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가지게 해준다.
꽤 많은 재료들을 다듬고 채를 썰어야 하기 때문에.
둘째, 요리하는 동안 많은 소리들과 만날 수 있다.
도마에 칼이 부딪히는 소리부터 후라이팬에서의 볶는 소리까지.
셋째, 식당 주방장처럼 후라이팬을 들고 잠시 포즈를 취할 수 있다.
넷째, 하나만 할 줄 알면 수십 가지 볶음 국수 요리를 할 수 있다.
해물 볶음 국수, 야채 볶음 국수, 새우 볶음 국수, 베이컨 볶음 국수, 버섯 볶음 국수, ... ...
소면으로 만들어도 되고, 칼국수면으로도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스파게티 면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볶음 국수 요리를 하다보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요리를 한다는 생각에 확실히 빨려 들어간다.
이번 주말에 혼자 사는 이라면 반드시 도전해보길 바란다.

요리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집 근처 마트로 간다. 필요한 재료를 사자.

- 면(소면이나 칼국수면)
- 굴소스(마트에 가면 병에 담긴 굴소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햄(종류는 무방하다. 베이컨을 사도 되고, 스팸도 괜찮다)
- 피망, 양파, 마늘, 버섯, 고추, ... 그 외 넣고 싶은 야채 일절.
- 올리브유

먼저 야채를 씻어 네모 반듯하게 잘라둔다. 마늘도 얇게 자른다.
햄도 네모 반듯하게 잘라둔다.
그리고 끓는 물에 면을 1~2 분간 삶아, 찬 물로 헹구어 가지런히 놓아둔다.

올리브유를 조금 바른 후라이팬에 햄과 마늘을 굽는다.
그 다음 야채를 넣는다.
그 위에 올리브유를 좀 뿌린다.
야채가 적당하게 익을 수 있을 정도까지 볶는다.
이 때 햄과 마늘이 너무 타지 않도록 한다.
간간히 올리브유를 뿌려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위 굴소스를 뿌린다. 계속 볶는다.
마지막으로 삶은 면을 후라이팬 위에 넣는다.
조금 볶다가 먹으면 된다.

막상 적고 보니, 너무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조금', '적당하게', '계속' 이라는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반드시 요리 중간 중간에 맛을 볼 필요가 있다.
아마 맛을 보면서 '이렇게 맛있을 수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위 사진처럼 요리를 하고 싶다면 갖가지 재료를 각각 따로 볶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스와 면과 함께 아주 센 불에 빨리 볶는다.

하지만 갖가지 재료를 따로 볶아 놓아둘 접시도, 아주 센 불도 없는 우리는
그냥 한데 모아 넣고 볶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래도 맛있을 것이다.

다 적고 보면, 처절한 눈물의 볶음 국수 같다는.. ㅡ_ㅡ;;;
요즘 내가 너무 우울한 탓인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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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연정 2008.02.28 12:48 신고

    공감가는 글귀가 많네요.^^
    독립한지 1년.. 전기밥솥에 밥하는게 유일한 요리라고 욱이던 제가 올들어 무슨이유인지 퇴근길 집앞 마트를 들려 장을 보고 일주일동안 먹을 양식?을 계획합니다.
    요리란 녀석, 나름 매력적이예요.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서 '빨리빨리'라는 생각만 있어서 순간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요리에 한동안 적응이 안되었었죠.
    기분이 착 가라앉던 어느날, 냉장고 문을 열고 카레를 만들었죠.
    부족한 재료를 사오는 열의까지 보이면서요...ㅎㅎ
    복잡한 머리속을 뒤로한채 카레에만 집중하는 기분.. 모든 고민이 해결된듯 상쾌해졌어요.
    그뒤로 요리란 녀석과 친해졌답니다.

  • 재밌네요.

조금의 집중력이라도 남아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결국 책상 앞에 앉아만 있을 , 아무 짓도 못했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 시도만 좋을 , 결과는 참혹했으니까. 하지만 구름 뒤에서 끊임없이 구름을 태우는 태양처럼, 나도 그렇게 참혹한 결과를 밀어내어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태워질 테니. 결국 '발악' 셈이다.

베르디의 '레퀴엠' 듣고 있다. 새벽에 일어났으나, 조금만 잘까 하는 안일함으로 늦잠을 자고 말았다. 영어학원 강사가 속으로 얼마나 욕을 할까.

다음 수요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칼스루헤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 규모도 되고 유럽의 신생 아트페어들 중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트페어로 알려져 있다. 어제는 작품 포장을 , 오늘 항공화물로 발송할 예정이다.

원래는 파리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되지 않아 그렇게 하질 못할 같다. 대신 독일에 남아있을까 했더니, 독일에 있는 후배는 내가 한국 들어오기 전에 한국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정에 맞추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침은 언제나 슬프거나, 정신 없다. 아침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도 아니다. 아침은 간밤 영혼을 괴롭히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며, 미래를 향해 도망치기를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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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휘감고 도는 불안이 내 방안에 가득했다.
그것들을 밀어내기 위한 나의 사투는 애처로울 정도였으나, 결국 역부족이었다.  거친 입술이 얇게 떨렸다.
한 겨울밤의 적막.

견디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과연 이렇게 견디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야누스와 같은 동시성은 가끔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부치기도 한다.

까뮈를 읽었다. 밀란 쿤데라를 읽었다. 김기림과 염상섭을 읽었다.
실은 거짓말이다.
까뮈를 읽었지만, 밀란 쿤데라는 읽다가 말았지만, 김기림과 염상섭은 사놓기만 했다.

윤동주의 서시를 외우고 있었는데, 이제 첫 구절 마저도 버벅인다는 걸 깨달았다.
불안함에 대한 각성.

커피 한 잔과 담배로 늦겨울, 쓸쓸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말없는 금붕어 세 마리는 가끔씩 물 위로 입을 내밀며, 날 보면 방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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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다른 생각을 하자. 눈을 감자 숨쉬듯 흐르는 몇 줄기 긴 선이 떠오른다. 사구에서 움직이는 바람 무늬다. 반나절을 줄곧 보고 있었으니, 망막에 각인되고 말았다. 그 모래의 흐름이 과거, 번영했던 도시와 대제국마저 멸망시키고 삼켜버린 적이 있다. 로마 제국의, 사브라타였던가…… 그리고, 주성(酒聖) 오마르 카이얌이 노래한, 뭐라고 하는 마을도...… 거기에는 옷가게가 있었고 정육점이 있었고 잡화점이 있었고, 그런 건물들 사이로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길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었고, 그 길을 하나 바꾸려면 관청을 둘러싸고 몇 년에 걸친 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느 누구 하나, 그 부동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역사 깊은 마을……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도 직경 1/8mm의 유동하는 모래의 법칙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민음사), 45쪽 중에서



‘그도 오마르 카이얌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술을 좋아한다면, 오마르 카이얌은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디오니소스를 부르기도 했다. 21세기를 향해가던 어느 겨울날, 인사동에서 ‘주신제’(酒神祭)를 열기도 했다. 남는 건 청춘의 방황, 혼미해져 가는 영혼, 다음 날의 몽롱한 육체뿐이긴 했지만.

최근 들어 새벽에서야 비로소 술에 취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다음 날 취기에 매우 고통스러워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술의 맛이나 향에 자연스럽게 둔감해지게 되고 술을 마셔도 별 기분 좋아지지도 않게 되었다. 흥겹게 술을 마시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베 코보의 저 단어, ‘酒聖 오마르 카이얌’을 보면서 크게 웃었던 것이 기억난다. 슬프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소설이었지만,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The Rubaiyat)’가 다소 위안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55.
벗이여, 푸짐한 술상을 차려 놓고
새 장가 들던 나를 기억하는가
불모의 이성(理性)일랑 침실에서 몰아내고
포도 넝쿨 따님을 아내로 맞이했지

56.
생사의 갈림이야 수학으로 풀어보고
인간의 영고성쇠(榮枯盛衰) 논리로써 따지거니
헤아려 보고자 한 모든 것 중에서도
깊은 이치 터득한 건 술의 묘미뿐이로다

91.
죽어가는 이 내 몸에 포도주를 먹여주오
목숨 다한 이 내 몸을 포도주로 씻겨주오
싱싱한 포도잎 감싼 이 몸을
사람들이 왕래하는 정원에 묻어주오
-피츠제럴드 영역,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The Rubaiyat of Omar Khayyam>>(민음사) 중에서


오직 포도주만이 인생의 참된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시집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컬트(숭배) 시집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11세기의 페르시아나 19세기의 영국이나 현대의 동아시아나, 술에 빠진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듯.

술은 예술가들에게 빠질 수 없는 사랑의 대상임에 분명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오르세미술관(파리), 1892년


테이블 옆에 놓인 포도주 병을 보라. 액상 프로방스의 외골수 화가 폴 세잔에게도 카드 놀이 중 술 한 잔의 여유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립 메르시에(Philippe Mercier, 1689-1760), <<술을 맛보는 젊은이>>, 루브르박물관(파리)


하지만 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접근한 화가도 있었다. 필립 메르시에의 이 작품은 와인 감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여기에 대해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콜레트는 이렇게 표현한다.

“자, 이제 입을 다물어야 할 때다. 먼저 불룩한 잔을 천장 꼭대기를 향해 들어올린다.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나서 코를 들이대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나서 잔을 천천히 입으로가 가져간다.”
- <<와인>>(창해ABC북), 86쪽에서 재인용함


반짝이는 저 젊은이의 눈동자를 보라. 잔 속에서 달아오르는 포도주의 율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 프랑소아 드 트로아(Jean Francois de Troy), <<굴 요리가 있는 오찬>>, 1735년, 콩데박물관


와인과 함께 굴 요리는 어떨까? 이름하여 ‘사랑의 굴 요리’.

우리는 펀치를 만들었고 굴을 먹으면서 입 속에 들어 있는 굴을 서로 바꾸어 먹는 놀이를 했다. 내가 내 입 속에 든 굴을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 넣을 때 그녀도 자기 입에 들어 있는 굴을 혀 위에 올려놓고 나에게 내밀었다. 두 연인이 벌이는 장난만큼 사람을 흥분시키고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움이 그 매력을 빼앗아 가지는 않는다. 웃음 역시 연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갈망하는 사람의 입 속에서 미끄러져 나온 굴 소스는 얼마나 환상적인 맛인지! 더군다나 그건 그녀의 침이 아닌가! 내가 그런 굴을 깨물고 삼킬 때 사랑할 힘이 더욱 샘솟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자코모 카사노바, <<사랑의 유희>> 중에서(로타 뮐러의 <<카사노바의 베네치아>>(열린책들), 113쪽에서 인용함)


하지만 포도주가 있고 굴 요리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96.
슬프다, 장미꽃 시들면 이 봄도 사라지고
젊음의 향내 짙은 책장도 덮어야지!
나뭇가지 속에서 고이 울던 나이팅게일
어디서 날아와서 어디로 갔나
-피츠제럴드 영역,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The Rubaiyat of Omar Khayyam>>(민음사) 중에서


연인들이 모여 앉아 사랑을 속삭이며 술을 마시던 카페 테라스는 텅 비어 가는데. 반 고흐의 쓸쓸함은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모든 이들이 다 떠나가고 유쾌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드디어 그 바닥을 드러낼 때, 비로소 가슴을 울리며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알아가고 있다고 여겨지던 술의 묘미도, 진귀한 향을 풍기며 매혹시키던 한 잔의 와인도, 달콤하던 사랑의 굴 요리도, 늙어가는 인생의 쓸쓸함을 지워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 고흐, <<몽마르트르에 있는 카페 테라스>>, 오르세 미술관(파리), 18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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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좌표 없이 떠도는 편이 더 낫았을 텐데, 나는 뭔가 좌표를 찾고 싶어 했다. 하지만 끝내 좌표를 찾지 못했다. 결국 찾지 못한 좌표 탓만 하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끔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좌표를 찾아 떠도는 향유고래.

한때 찬란하게 민감했던 내 청춘의 감각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사라져가는 그 감각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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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번역된 책들도 눈에 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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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8.01.29 12:56 신고

    미국도서관협회에서 기독교근본주의자들에 대항해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외롭게(?) 분투하고 있지요.. 화이팅입니다.
    아니 근데 토니 모리슨의 <Beloved>랑 <The Bluest Eye>이 끼어있네요.. 미국 어떤 동네에서 저런 짓을 했는지 참 그 동네 청소년들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그런 애들이 자라서 진화론 관계서적 판금시키고 그러겠지요.. 쯔. -_-

  • 금지의 이유가 거의 성적인 내용, 호모섹스, 그리고 과격한 언어네요. 겉으로 보이는 그런 이유 말고도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들은 걸러내지 못하나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읽을 수 있는 자유는 절대적으로 믿지만 아무거나 쓸 수 있는 자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ㅎㅎ 너무 보수적인가요? ^^

    • ㅎㅎㅎ. 위 동영상에 나온 책들 중 몇 권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 한 번 찾아보니, 독자 리뷰에 다 별 4개 이상이네요. : ) 한 번 시간 내어 읽어보시면... 보수적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 ) 제 생각에서는 쉐아르님께서 보수적이지 않을 것같은데요. ㅎㅎㅎ
      '초콜릿 전쟁'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후 최고의 성장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 소설, 꽤 재미있을 것같습니다. 다 읽고 나면, 좀 씁쓸해진다고 하지만...

    • 말씀하신 '초콜릿전쟁' 같은 소설은 표현은 어떨지 몰라도 좋은 소설일거라 생각합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제가 보수적이라 이야기한 것은 확실한 목적도 없이 섹슈얼한 것이나 폭력을 위한 폭력에 대해서입니다. 그 경계에 있는 작품들이 좀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영화 '거짓말'같은 경우라고나 할까요? 표현의 자유는 100% 존중하지만 '자유스러운 표현'만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존중하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ㅎㅎ 보수적인 것 같네요 ^^

      안그래도 요즘 읽는 책들이 너무 딱딱한 것 같아서 소설을 몇권 주문했습니다. 초콜릿전쟁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

      전에 지하련님 블로그를 링크에 등록시켜놓고도 자주 못왔습니다. 이제 RSS 리더에 등록해놓고 많이 보고 배울 생각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그 경계에 있는 작품들'이라는 표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점이 다르고요.

      저는 나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종종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흐흐.

      아참,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한다고 하더군요. 어느 다큐멘터리(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에서 식습관과 나이를 비교하더군요. 나이가 삼십대 중반까지는 새로운 음식에 입맛을 길들일 수 있는데, 이 이후는 그렇게 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하더군요. 이것처럼 예전에 알아왔던 어떤 것을 변화시키지 않으려고 반발하는 나이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고 끊임없이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되기 보다는 변화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같지만요.. ^^.

      그리고, 감사합니다. 뭐, 많이 배울 것도 없는 블로그인데. ^^;;;;



Little Jack Melody의 'The Ballad Of The Ladies' Man'이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미국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재즈 밴드.

몇 년만에 이 노래를 듣는다.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문득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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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나, 경제 정책, 국방 정책 등 대통령 인수위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이전 정부에서 했던 일들은 다 잘못된 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습다. 그들은 지금 민심을 대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의 투표율에, 국민의 과반수 이상은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그동안 헛짓 했다는 인수위에 들어가 있는 모 국회의원이 말이나 오늘 기사화된 국군 작전권 환수를 새로 논의해야 된다는 주장이나, 도대체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 좀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그 동안 세상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바뀌었다고 그러는 걸까.

내가 보기엔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바뀌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일 뿐인데 말이다. 과연 그들은 정말로 세상을 돌리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무조건 반대로 나가야 된다고 믿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문민정부 때나 참여정부 때나, 좌파 정부이긴 커녕, 모양새만 약간 다른 우파 정부일 뿐인데 말이다.

최근 동아일보 기사들 몇 개는 현 정권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신문사가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새로 출범할 정부가 실책을 할 때, 이 신문에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끝날 무렵에는 어떤 논조의 기사를 써낼지도. 며칠 전 읽은 글이 새삼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버핏의 명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언론이 똑똑해질수록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저자인 메리 버핏의 설명은 이렇다. “보통 우리는 언론 매체를 통해 투자 관련 정보를 습득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사태에 대한 정확하고 적절한 분석은 전적으로 언론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 언론인이 똑똑해야 사회도 똑똑해진다. 사회가 똑똑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마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 거짓말쟁이와 도둑, 정치인뿐일 것이다.”(<워렌 버핏 투자 노트>,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우리 언론은 과연 똑똑한가? 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언론은 똑똑했는가,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언론은 똑똑해졌는가. 의문이다.
- '민심천심론'을 접하며, 김태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
http://www.edasan.org/bbs/board.php?bo_table=board3&wr_id=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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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골레지, 'Stabat Mater'


2008년이 왔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12월말부터 오늘까지 방화동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면도를 했다. 그리고 느낀 것은 단 한 가지.

모든 글쓰기는 힘들다. 그것이 단순한 규칙을 가진 정리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먹다 남은 위스키에 사이다를 섞어 마셨다. 물컹물컹한 안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목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다. 피곤하다.

올 한 해,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행복과 축복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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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spymd 2008.01.07 19:54 신고

    안녕하세요, 새해가 되어 처음 인사드리네요.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재밌는 글을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글쓰기는 저도 참 어렵다고 생각해요.
    막상 이 댓글 하나 다는 것도 저에게는 엄청난 고난이거든요.

    보통은 블로그의 글을 보기만 하고, 댓글같은 것은 달지 않는데
    새해부터는 저도 댓글 저작(ㅋㅋ)활동을 활발히 하려구 합니다.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오정희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셨거든요.

    "아무리 읽어봐야 소용 없다. 스스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라구요ㅋㅋ.

    항상 이 말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살고 있는데,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게 이렇게 힘이 드네요.

    저도 앞으로 자주 방문할 터이니,
    올 한해도 멋지고 좋은 글들
    많이많이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고맙습니다.

      저도 올핸 제대로 글 쓸까 생각 중이예요. 그전까진 시간에 쫓겨, 생각나는대로 끄적끄적거려 올린 글들이 많았거든요. 제법 긴 글도 좀 적을까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


짧은 휴식 만으로 내 영혼은 평정을 되찾는다. 오래되고 낡은 스피커에선 쉬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의 손이 그리울 때가 된 책들의 신음 소리가 방 안의 사물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건조하고 두터운 대기를 출렁이게 하는 바람은 쉴 새 없이 창 밖을 울린다. 한 해가 지났다. 한 해가 왔다. 그 사이 내 언어는 지나간 시간만큼 얇아졌고 내 정신의 힘은 늘어난 피부의 주름만큼 허약해졌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새 불편해진 활자나, 직업처럼 변해버린 그림이 아니라, … 공기를 울려서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직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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