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103

내일 향해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1. 왜 아직까지 좌익 활동이 문제가 되는지 알 턱 없다. 지금이 60년대, 70년대 냉전 시대도 아니고, 좌익 활동으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다. 이젠 서울대에서마저 정치경제학 강의가 없어지고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가 없다는 것이 기사화되며, 학문 연구나 교육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나 점점 수가 줄어들어가는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위축될까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굳이 나서서 좌익 활동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일제식민지 시대의 좌익활동은 독립 운동과 연계되어 있었으니,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정부는 이 과거마저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손을 잡고 내일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될 만큼 강..

후쿠시마의 풀 하우스

퇴근하여 집에 오니, 서재에 로봇청소기가 전사해 있었다. 출근하면서 방문을 살짝 닫아두고 블라인드를 내려 햇살이 들어오지 않게 한다. 방문을 열어두었다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집을 한 바퀴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가 들어와 바닥에 스파이크로 세워둔 스피커를 쓰러뜨리고 결국엔 바닥에 이리저리 있는 전선들을 돌돌 말아 먹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분명 방문을 닫아두고 출근했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로봇청소기가 들어갈 수 있겠다 여겼던지, 이젠 집 구조에 익숙해져 용감해진 것인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퇴근길 더위로 땀 덤벅범이 된 나는 폭발하고 만다. 혼자 화를 내면서 로봇청소기가 먹은 전선들을 하나하나 돌려가며 꺼내고 쓰러진 스피커를 바로 세우고 바닥에 널브러진 레코드판과 스탠드등..

여름 휴가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가 땀에 젖어 들어왔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난 다음이었다. 던킨도너츠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왔다. 드립 커피를 내려 먹을까 하다가, 그냥 샀는데, 탄내가 훅 올라왔다. 불쾌한 느낌까진 아니지만, 원두 특유의 향을 해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이런 커피를 마실 때마다 부주의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개시하기 전에 마셔보면 알 수 있으니, 원두를 다시 섞는다거나 반품하거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민감한 건가.  기후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이슈다. 위기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하긴 한국은 독재화 진행 국가로 이름을 올린 채, 뭐, 그리 잘났다고 이러고 있는 건지 알 턱 없구나. 한 정부의 여러 잘못들은 십년이나..

광복절과 국군의 날 행사 ...

국민의 뜻과 반하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그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집행인가. 우습다. 그리고 그것을 앵무새처럼 따라 옮기는 기자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때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글쎄다. 기상학자들은 100년 이내 인류는 멸종 위기에 다다를 것이라 예상되는 지금, 저 미친 날씨를 보라. 그나마 한국은 양호한 편이다. 애초부터 4계절이 너무 뚜렷한 지역이라, 변화에 둔하다. 각 기후에 맞는 옷들을 모두 가진 몇 되지 않는 나라다. 그래서 둔한 걸까. 기후부터 정치 상황까지 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쳐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고, 그 옆으로는 미국 정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관료들이 포..

상당히 심각한 친일 정부의 도래

한국에서 금기시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 일본과의 관계 정립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요구한 것들 대부분은 그것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제 동원이라는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아예 거부당했지만, 외교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예 독립기념관장은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를 임명했다. 아예 일본 식민지 시절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인이라고 대놓고 말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냐? 이젠 이 나라의 혼까지도 팔아먹고 있다. 도대체 이런 정권을 누가 불러들였냐? 솔직히 나는 너무 조용한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고 낯설고 무섭다. 어떻게 이런 정부를 지지하고 투표했던 걸까?..

La Gemella Barbera d’Alba, Viberti Giovanni, 2022

술 마시는 양이 줄어들지 않았으나, 횟수는 줄었다. 제안서 작업이 생기는 주(週)는 정신 없이 시간이 흐른다.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스트레스와 불면(不眠)의 밤들. 금요일 저녁 늦게 제출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서야 겨우 내 흐름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 세상이 강제하는 질서를 벗어나, 휴일의 온전한 내 질서 속으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였을까. 와인 한 병을 꺼내고 냉동새우를 꺼내 구이를 하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원팬으로 만든 저녁, 술에 취해 쇼파에서 잠을 잤다. 요즘 자주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자주 묻는다. 어쩌면 내가 저 외부 세계를 어쩌지 못한다는 절망스러움을 깨달았을 때부터 물었다. 그리고 실존주의자인 카뮈나 야스퍼스가 줄기차게 물었던 질..

세상 풍경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라크 전쟁 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담 후세인을 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팔레스타인 정치 지형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사담 후세인을 지지했을까? 같은 수니파여서 지지했던 걸까?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독재 정권이나 파시스트 정권은 투표로 선출된다. 나폴레옹도 프랑스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고, 히틀러의 나치도 그렇게, 무솔리니도 그렇게 정권을 잡았고 한 나라를 독재 폭력의 시대로 물들이며 세계를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 넣었다. 몇몇 사례를 보면, 국민 투표가 문제가 된다. 실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혹자들은 다수결의 원칙이나 민주주의를 문제 삼는다.) 제임스 서로위키는 이런저런 자료들..

쓸쓸한 아픔

팔짱을 끼고 베갯머리에 앉아 있자니 천장을 보고 누운여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죽을 거예요.여자는 긴 머리채를 베개 위에 풀어두고, 그 속에 부드러운윤곽의 오이씨 같은 얼굴을 가로누인다. 새하얀 빰에 따뜻한 혈색이 알맞게 비치고 입술 빛깔은 역시나 붉다.도저히 죽을 사람 얼굴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는조용한 목소리로, 이제 죽을 거예요, 분명하게 말했다. 나도 이제 죽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벌써 죽는 거야?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어보았다. 죽고 말고요. 여자는눈을 크게 떴다. 커다랗고 물기 어린 눈이었다. 긴 속눈썹에에워싸인 곳은 온통 검었다. 그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내 모습이 선명하게 비친다.- 나쓰메 소세키, (>, 김석희 옮김, 이소노미아)중에서   나를 귀찮게 하던..

아이의 방학

방학을 했다. 이제 아이는 핸드폰의 지배를 받는다. 핸드폰을 많이 한 날과 그렇지 않는 날의 태도나 반응은 현저히 다르다. 사춘기가 왔지만, 사춘기보다는 핸드폰의 영향이 더 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난감하다. 사춘기 자녀가 있는 모든 집의 문제다. 모든 집의 문제인데, 그 누구도 정책적 해결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핸드폰을 활용한 수업을 학교에서 할 지경이다. 가령 동영상 제작 수업이나...  아이가 방학을 했다. 매일 전쟁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방황과 고민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의 해결이 핸드폰이면 안 된다. 세상이 너무 변했다. Digital Natives라고?  Digital Addiction의 다른 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아이에게 마시멜로 효과라든가..

I fall in love too easily, Andrew Bird

나이가 드니, 이젠 쉽게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이제 사랑도 남의 일이다. 체력도 부족하고 건강도 엉망이라, 술 마시는 것도 겁나고 할 일은 많고 배울 것도 쌓여있고 새 책도 쌓여간다. 얼마 전에 사다놓은 물리학 책은 꺼내보지도 않았구나. 우주에 대한 책인데. 난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 고민인 남자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여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찾지 못했다. 앤드류 버드는 이런저런 음악을 연주하고 부르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찾아보니 경력이 상당히 다채롭니다. 아, 나이도!  Chet Baker의 목소리말고 Andrew Bird의 바이올린과 목소리로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를 들어보자. 이 곳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근사한 사랑이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