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103

misc. 24. 07

'생의 약동(elan vital)'이라는 단어에 나는 얼마나 감동했던가. 생명은 변화한다. 마치 헤라클레이토스가 파르메니데스를 거부하며 '만물을 유전한다'라고 했을 때의 그 순간이 다시 현대적 언어로 해석되고 재창조된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늙어가면서 변화한다. 그것이 우리의 본질을 이룬다.  하지만 그 변화가 반응적이면 안 된다. 외부 환경에 종속적이면 안 된다. 월요일 저녁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의 변화를 이야기했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상당히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 다시 혼자 술을 마셨다. 마음이 쓸쓸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우리는 변해야 한다. 정의라든가 하는 그런 것을 위해 싸워가며 투쟁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변해가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면 ..

한국 사회에서의 리더, 혹은 신분제 사회

한국에선 대체로 마트 계산원들이 잘못된 계산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마트 관리자가 누구더라도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는 단계에서 계산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마트 계산원들은 계산기에만 의존한다(고 들고 읽었다). 그래서 마트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트 관리자는 잘못된 계산을 찾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대수롭지 않은 차이라고 여길 수 있고 조금 더 오해를 한다면,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사회 시스템 전체로 확대되면 큰 문제가 된다. 일선 학교에 가서 큰 소리 치는 학부모들의 문제나 동장이나 시장, 심지어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이 사회는 이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건 정치 리..

잡담 - 민희진, 의사파업, 강형욱, 대통령의 거부권

1. 민희진 인터뷰 영상을 보지 않았다. 유퀴즈에 나온 민희진을 보면서 좀 낯설다고 생각했다. 뉴진스의 자리인데, 프로듀서가 있다? 뮤지션들과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보면서 혹시 그녀는 프로듀서 출신의 CEO가 아니라 스스로 예술가라고 여기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스스로 주목받고 싶어하며 뉴진스의 역량보다는 자신의 역량이 더 중요하고 부각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듯 했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바람직한 기업 리더의 모습도, 올바른 의사소통도 아니었다.  하이브는 게임 업체들이 게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듯 보이그룹이나 걸그룹, 혹은 뮤지션을 키우고 있다. 성공적인 접근인가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지 않는 듯 보인다. 게임이 아니라 사람인데 말이지. 여러모로 하이브의..

작은 화분

화분을 샀다. 서양란이 이쁘고 화사했다. 그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한 번 만나고 전화 통화를 몇 번 한 것이 다였다. 서로 바쁘기도 했고 친구 관계 이상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은 거짓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어두컴컴했던 방안에 있다가 결국 그 서양란은 몇 주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이십오년 전쯤 일이다. 그녀와는 몇 번 전화 연락을 한 것이 다였지만 보기 드문 이름이기도 해서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 한 때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다고 여겼는데,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외로움은 별개더라. 이젠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도 못해, 최근 1달 정도 외부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즐거운 술자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

언론이 문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문제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예전 기자들과 달리 지금 기자들의 역량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10흘'이라는 단어를 보고 놀랐다. 예전에 '4흘'라는 단어도 놀라웠지만, '10흘'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언론사 기자가 되는 시기인가. 아니면 교육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긴 초등학교 시절 아이는 문서 작성을 에세이가 아니라 파워포인트로 배우고 있었다. 도대체 초등학생에게 파워포인트를 왜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적분, 미분을 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데, 사람들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기반이 되는 것이 수학이며, 특히 확률, 통계, 행렬, 적분, 미분이라는 걸 ..

폴 발레리와 사춘기

세상도 많이 달라졌지만 독자층의 책읽기 버릇도 영 딴판이다. 세로 읽기가 가로 읽기로 바뀌고, 한자나 한자말보다 한글과 토박이말에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 판을 다시 짜게 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선 괄호에 묶인 한자를 다 없애버렸다. 낱말은 귀로만 들어서도 얼른 뜻이 잡혀야지, 눈으로 글자를 확인해야만 짐작이 간대서야 말이 안된다는 생각에서이다. - 박은수, '개역판을 내면서', >, 을유문화사  행이 세로로 편집된 책이 있는가 찾아봤더니, 딱 한 권 남아 있었다. 나 또한 가로 읽기 세대여서, 가끔 절판된 책들 중에 세로로 편집된 것들을 구해 읽었던 몇 번이 전부다. 변화 속에서 있으면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마치 시간과 공간이 하나이듯, 변화도 우리와 하나이다. 우리가 변하고,..

이사

이사를 했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겼다. 다들 그러듯, 나도 그렇게 옮겼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나이도 아니다. 아. 자본주의 안에서, 안 그래도 서로 비교하기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파트로 가족의 거처를 옮기기란. 이번 총선 결과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번 정부의 무능력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무시했다. 무엇보다 언론들의 무책임함은 분노를 일으킨다. 지난 대선 때 그들은 이번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이 정부를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자,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실은 한국 언론에게 철학이나 신념 따위를..

근황과 단상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공공근로를 하시는 노인들을 먼 거리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공공근로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마 십 여년 전엔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주 느리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마 과학자들은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요. 채식을 하지 않고 육식만 하는 경우, 대장암에 걸릴 빈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몽골 지역 사람들은 그냥 고기만 먹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대장암 빈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실은 평균 수명이 낮아 대장암 걸리기 전에 죽는다고 해요. 따지고 보면, 암이라는 것도 ..

짧은 휴식, 혹은 분실

하늘의 푸른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목이 답답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시작을 대륙에서 날아온 모래먼지들이 알려주었다. 반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남자의 삶도 불투명한 대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 남자가 길을 서성거렸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켰다. 와이퍼가 비소리에 맞추어, 자동차 소리에 맞추어, 사람들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남자도 건널목 앞에서 왔다, 갔다, 왔다 하였다. 비가 내렸지만, 어둠 속에서 비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비의 존재를 소리로, 살갗에 닿는 익숙한 차가움으로, 펼쳐진 우산 표면의 작은 떨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어느 저녁, 그는 지하철역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 입구 골목길 밖에 놓여진..

'공정성이라는 기준 - 한동훈과 조국'이라는 글과 권리 침해?

현재 아래 글은 '권리침해'로 인해 막혔다.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거나 당사자 간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게시물(댓글) 등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라고 한다. 뭐, 읽기 싫으면 막으면 된다. 딱히 권리 침해한 건 없어보이는데... ;;; 이 글이 권리를 침해했다면 이 글에서 인용한 기사가 더 권리를 침해한 것처럼 읽히니까.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은 얼마나 할 일들이 없으면, 개인 블로그에 까지 와서 권리 침해로 게시글을 막느냐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는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공정성을 해친 이들과 일개 블로거의 다툼이 예상되어 해당 글의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했다고 적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이냐. 일개 블로거가 공정성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이들과 왜 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