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양이 줄어들지 않았으나, 횟수는 줄었다. 제안서 작업이 생기는 주(週)는 정신 없이 시간이 흐른다.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스트레스와 불면(不眠)의 밤들. 금요일 저녁 늦게 제출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서야 겨우 내 흐름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 세상이 강제하는 질서를 벗어나, 휴일의 온전한 내 질서 속으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였을까. 와인 한 병을 꺼내고 냉동새우를 꺼내 구이를 하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원팬으로 만든 저녁, 술에 취해 쇼파에서 잠을 잤다. 요즘 자주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자주 묻는다. 어쩌면 내가 저 외부 세계를 어쩌지 못한다는 절망스러움을 깨달았을 때부터 물었다. 그리고 실존주의자인 카뮈나 야스퍼스가 줄기차게 물었던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