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298

현대 프랑스 지성사, H.S.휴즈

현대 프랑스 지성사 (부제 : 차단된 통로 : 절마의 시대에 있어서의 사회사상) H.S.휴즈 지음, 김병익 옮김 문학과 지성사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는 알아도, 이 영화의 원작자인 조르주 베르나노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실은 브레송보다 더 유명하고 더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한 소설가에 대해선. 이런 편식은 비단 문학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1960년대 구조주의의 열풍, 또는 그 이후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 이 구조주의 학자들이 젊은 시절에 누구를 만났는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못해 무식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 학자들에게 사르트르가, 말로가, 생 떽쥐베리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조르주 베르나노스는 ‘프랑소와 모리악과 더불어 양차 대전 중간기에 가장 영향력 큰 두 카톨릭 ..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조르주 뒤비

, 조르주 뒤비(지음), 양영란(옮김), 동문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세계도 확실히 존재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세계와 동등한 힘을 지녔다고 믿었던 사회의 맥을 짚어보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현대와 중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대인들 중 일부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중세적 믿음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믿음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중세인들과 비슷한 연유에서 기인한다. 즉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언제나 곡식은 부족하고 전염병이 돌고 생활 환경이 극히 나쁠 때, 혹은 어떤 정신적인 이유로 인해 세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뒤덮여 있을 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고수한다. 조르주 뒤비의 이 책은 간단하게..

개인주의의 역사, 알랭 로랑

1. 독서의 경험 밤 늦게, 대략 10시 쯤부터 읽기 시작한 알랭 로랑의 (한길크세주 24)를 다 읽은 것은 새벽 3시였고 새벽 5까지 서평을 쓴다고 끄적이다가 서평이 아니라 요약본이 되어가는 모습에 쓰다 그만 두고 강희안의 을 읽다 잠이 들었다. 오전 11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간밤의 독서 경험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기 위해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노트를 해둔다. 2. 근대성의 문제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글들은 무척 많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것이 진짜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글은 드물다. 데카르트주의를 언급하지만, 데카르트가 현대의 허무주의적 태도와 어떤 연관을 지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태도가 왜 '반휴머니즘'인지에 대해서, 대부분 그 설명은 인색하기 이럴 때 없다. 이는 글이란 읽는 이에 따라 가..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윌리엄 L. 랭어 엮음, 박상익 옮김, 푸른 역사, 2001 우리는 종종 우리가 역사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역사적으로 평가받고 우리가 역사의 주체이며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잊고 시간이 지나고 감정적인 편린들이 사라지고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역사의 세계’ 속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현재의 시간이 그 생생함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역사의 세계’가 시작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편린들의 사라짐과 객관적인 시각의 확보는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박노자의 (한겨레신문사)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읽어낸 보기 드문 책에 ..

에라스무스, 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 -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아롬미디어 에라스무스 - 위대한 인문주의자의 승리와 비극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하나의 세계관이 여기 있다. 하지만 이 세계관은 사람을 유혹하지도 선동하지도 그렇다고 뜨거운 열정을 내뿜지도 않는다. 언제나 차갑고 건조하다. 늘 조용하고 방관자의 시선을 가진 듯하면서도 예리하게 문제를 지적해내어 보는 이를 찬탄케 만들지만 곧바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그런 세계관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계관은 다른 편에 서서 보면 늘 우유부단하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너무 이상주의적이다. 더구나 언제나 교육의 중요함을 설파하며 교양을 강조하고 문명화된 인간을 요구한다. “현재의 제 모습, 저를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든 것..

경도, 데이바 소벨/윌리엄 앤드루스

경도The Illustrated Longitude - 데이바 소벨, 윌리엄 앤드루스 지음, 1995.(김진준 옮김, 생각의나무, 2001) 위도와 달리, 경도는 지구 위에 그어지는 선이지만, 그 선을 알아내기 위해선 우주와 지구를 둘러싼 운동들을 알아야만 했다. 항구를 떠난 배가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서 경도를 알아내는 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18세기가 되기 전까지 그것은 불가능했다. 경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하지만 경도에 대한 책이 아니라 어느 시계에 대한 책이다. 지구와 달, 그것들을 둘러싼 천체들의 움직임 속에 있지만, 바람과 거친 파도 속에서도 일정하게 움직인 견고한 어느 시계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하나의 시계가 우주의 움직임, 지구의 자전 공전, 하늘에..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사이언 그리피스

, 사이언 그리피스 엮음/이종인 옮김, 가야넷, 2000년 예전에 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 책도 그와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라는 책은 한 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오고 간의 대화들의 깊이가 그들의 가지고 있는 명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눈에 띈다. (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지만)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매우 잘 구성된 책이다. 이 책은 런던타임즈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30명의 학자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 프렌치 앤더슨, 칼 제라시, 갤브레이스, 아마티아 센, 노엄 촘스키, 스티븐 핑커, 케빈 워웍, 셰리 터클, 프랜시스 후쿠야마, 슬라보예 지젝, 일레인 쇼월터, 아서 C. 클라크, 대니얼 골먼, 안드레아 드워킨, 리처드 도..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1 '다치바나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 뒷면에는 '지의 거인'이라는 단어가 다치바나라는 이름 앞에 붙어 있다. 이런 식의 거창한 단어들이 쓰인 책일수록, 대체로 무책임하면서 저급한 경우가 많다. 이 책? '무책임'이나 '저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별 내용 없는 책이라는 점에서 여러 다른 책들과 엇비슷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데에는 많은 목적이 있다. 다치바나처럼 지적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학문적 목적 때문일 수도 있으며 궁지에 몰린 인생에 해답을 찾기 위한 절대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만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왜냐면 ..

보보스, 데이비드 브룩스

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저, 동방미디어 아마 이 책은 내가 eBusiness에 대해서 몰랐다면 매우 단호하게 혹평을 했을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여러 평자들을 통해 알려진 그러한 찬사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잘 만들어진 '코믹 사회학'(약간은 경멸적인 어투의)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보보스BoBos란 Bourgeois와 Bohemians를 합친 단어이다. 그리고 책의 목차는 교육받은 계층의 부상,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 영적인 사람, 정치와 그 너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에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헤미안은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며 자본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부르조아는 그..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한길사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고 느낄 때, 진정으로 그러하다고 느낄 때, 그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란 몇 가지 밖에 없다. 그 첫 번째가 죽음이며, 그 두 번째는 죽음이 무서워 벌벌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정도. 그 외에도 있겠으나 내가 아는 바는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러니 그-루소-가 정말 '고독'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루소의 두 가지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하나는 그 나쁜 놈들, 자신을 미워하고 모함했던 자들에 대한 증오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증오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산책'이란 삶의 거친 풍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행위들 중의 하나이다..